“우리 제주인은 화전민의 후예인 셈이요, 또 화전민의 피가 우리의 핏줄 한 가닥에 흐르고 있다고 봐도 망언이 아닐 것이다. 화전이야 말로 아무런 꺼릴 것도 구애받을 일도 없는 순박하고 무구(無垢)한 착하디착한 자연인 그대로의 삶이었다.”소농(素農) 선생은 제주농경문화의 뿌리가 화전이며 모든 제주인은 다 화전민의 후예(後裔)라고 주장한다. 그는 예전 화전민의 삶을 ‘무위이화(無爲而化)’로 함축하고 있다. “씨 뿌려 얻어지면 다행이요, 얻지 못해도 누구를 원망하지 않았고 원망할 이유도 없었다. 화전에 씨 뿌릴 때는 꼭 얻어지기를 바라서
1970년대 감귤 10㎏ 한 박스 가격은 2500원이었다. 당시 대학 등록금은 3만원이었다. 감귤나무 2~3그루만 있으면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 감귤나무를 ‘대학나무’라 불렀던 이유다.상아탑이라는 대학을 한 때 우골탑(牛骨塔) 또는 인골탑(人骨塔)이라 불렸었다. 높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부모들이 소를 팔거나 뼈 빠지게 일해서 학비를 댔기 때문이다.그랬던 대학들이 이제는 몸을 낮췄다. 2021학년도는 대학입학 정원이 전체 수험생 보다 많아진 첫해였다. 대학의 모집 정원은 49만655명인데 반해 고3과 재수생 등을 합친 입학
햇살 좋은 곳에서는 벚꽃이 벌써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요즘이다. 그늘과 양지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듯 햇살은 벚꽃의 개화도 조절하고 있다. 꽃이 피는 게 무슨 대수라고, 해마다 봄이 오면 마음이 설레는 걸까. 꽃향기가 매캐한 시절이 있었다. 꽃은 흐드러지고 매운 연기와 함성과 눈물이 어우러진 교정, 봄은 춘투라고 불리는 무언가와의 투쟁과 함께 왔었다. 투쟁의 대상이 무엇이었건 봄은 그렇게 소란스럽게 왔었다.침묵의 봄이다. 1년 이상 지속되는 코로나19,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인식의 현실화, 그리고 지독히도 끈덕진
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감독 티파니 슝은 중국계 캐나다인 여성이다. 영화는 한국의 시선도 일본의 시선도 아닌 제 3자의 시선으로 차분하게 진행된다. 3개국의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자,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 중국의 차오 할머니,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의 인생을 따라간다. 영화는 그동안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던 점들을 조명한다. 한국매체는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반성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가해자’로서의 일본만을 다루었다.영
이란 학술대회가 제주대학교에서 열렸다. 한 분이 기조 발표 중 용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시 ‘제주해녀’로 하느냐, ‘한국해녀’로 하느냐로 한창 논쟁이 많았다고 했다. 학문과 정치에는 ‘반성과 비판’이 따라야 한다. 대학은 비판력과 창의력을 기르는 곳이다. 그릇되고 잘못된 용어를 맹목적으로 그대로 따라 사용함은 좋지 않다. ’로 기록되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Jeju Haenyeo[제주해녀]’로 적었으
이 노래는 우리나라에서도 친숙한 미국드라마 ‘Glee’에 삽입된 노래로 두 개의 노래를 하나로 이은 곡이다. 각기 다른 두 노래를 붙인 만큼 이상할 법도 하지만, 부인과 이혼한 ‘윌’과 떠돌이 신세인 ‘에이프릴’이 각자의 이야기를 하듯 부르며 드라마의 스토리에 멋지게 녹아들었다.첫 번째 노래인 One less bell to answer에서는 ‘대답할 초인종 소리가 하나 줄었고 요리할 계란도 하나 줄었네’ ‘챙겨야 할 사람도 하나 줄었어’라고 읊조리며 ‘행복해야 하는데 행복하지가 않아’라고 말한다. 또한 초인종이 울리면 여전히 대문으
1970년대 ‘물 좀 주소’, ‘행복의 나라’, ‘희망가’ 등을 불러 암울했던 한국 사회에 한 줄기 빛을 보여준 ‘로큰롤 할배’ 가수 한대수. 그가 한국에 정착한지 12년만에 다시 뉴욕으로 떠났다. 환갑에 얻은 아홉 살짜리 딸이 학교 공부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더 이상
제주학은 제주라는 독특한 자연적ㆍ지리적 공간에서 삶을 영위해 온 제주인의 유무형 문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복합학문이다. 곧 제주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정체성을 확립함으로써 제주지역의 현재와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는 학문이라고 하겠다. 나아가 제주학은 제주인이 주체가 되어 제주지역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며, 학제간의 총체적 접근을 요구하고,
송나라 구양수는 침상, 말 안장, 화장실이 책 읽기 가장 좋은 곳이라 했다. 필자가 좋아하는 독서 공간은 ‘비행기 안’이다. 피곤해 잠을 청할 때도 있지만 깨어있을 때는 한권의 책에 온전히 집중한다. 반면에 필자의 연구실은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서인지 몰입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탁 트인 커피숍이나 버스 안이 책읽기에 좋다.
신록의 계절이 왔다. 학교 교정에 많은 사람들이 활기차게 오갈뿐 아니라, 그 사이로 차들이 씽씽 달리고 있다. 제주도도 인구 증가와 함께 차량 등록 비율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차가 없으면 이제 꼼짝 못하는 시대가 왔다. 그만큼 차에 대한 의존도가 많아지고 생활의 필수품이 돼 버렸다.이제 자동차는 우리가 매일 신고 다니는 신발과 같다. 좋은 메이커인
우리대학이 갖는 큰 장점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캠퍼스의 지형적 환경을 들 수 있다. 산과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캠퍼스다. 그렇다면 대학은 친환경적 캠퍼스 관리를 하고 있는가. 우리대학 주변의 난개발 현상과 캠퍼스 내ㆍ외의 교통 문제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캠퍼스의 차량 증가와 주차 문제는 대학 구성원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 특히 출ㆍ퇴
현재 50-60대인 분들에게 ‘평화봉사단’이라고 하면 대뜸 학창시절의 영어 학습이 떠오를 것이다. 아마도 이는 1966년부터 1981년까지 한국에서 활동한 미국 평화봉사단원들로부터 영어를 배웠기 때문이리라.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의 주창으로 시작된 평화봉사단은 후진국에서 절실히 필요했던 기술의 보급과 양국 간의 상호 이해증진을 목표로
우리 대학생들이 위태롭다. 3포 시대를 지나고 5포 시대를 지나, 7포 시대에 다다랐다. 사랑과 결혼과 행복 모두를 포기해야 한다. 그 근본 이유는 취업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취업이 어려운가. 대학생들이 노력하지 않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인가. 경제사정이 나빠져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인가. 정치 때문이다. 못된 정치와 부도덕한 경제가 결탁했기 때문이
제주대학교 신입생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제주대학교를 선택하였습니다. 우리 인생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BCD라고 합니다. 태어나서(birth) 죽을 때까지(death) 수많은 선택(choice)을 합니다. 내가 이순(耳順)이 넘은 나이에 서서 뒤돌아보면 두 번의 큰 선택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신입생 여러분처럼 대학을 선택한 것이었고 또 하나는
우리대학은 ‘불황’에 가까운 현실에 처해 있다. 학생들은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진로를 찾지 않고, 안정적인 직업군인ㆍ공무원, 사회에서 인정받는 의학이나 약학, 법학전문대학원을 꿈꾸고 있다. 교육 당국이나 신문사 등은 천편일률적으로 연구분야에 중점을 두고 대학이나 교수를 평가하고 있고, 교수들 또한 국제학술지에 한 편의 논문이라도 더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