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은 ‘절대적’ 개념일까? 종교 관점에서 흔히 지옥의 절대적 모형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영화 에 나온 지옥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영화에는 7개 지옥 (살인지옥ㆍ나태지옥ㆍ거짓지옥ㆍ불의지옥 등)이 나온다. 죄에 걸맞는 극단의 형벌 이미지를 보여준다. 살인지옥에서 죄인은 오장육부가 타는 형벌을 받는다. 죄인은 끊임없이 끓어오르는 불과 마그마 속에서 울부짖으며 형량을 채운다. 영화의 지옥 이미지를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건 학습 효과 때문이다. 우리는 성서와 단테의 등을 읽으며 지옥의 절대적인 모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어지럽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진다. “죽는 것은 의사들이 아니다. 죽어가는 것은 국민들이다” 홧김에 여과 없이 튀어나온 발언이라 할지라도, 이런 협박 반 경고 반 성격의 기사를 본 국민들은 불안하고 무섭기까지 하다.1995년 10월,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의예과 신설 인가가 났다. 어렵사리 찾아온 기회라 지역사회에 큰 기쁨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머지않아 국립 제주대병원이 생겨날 거고, 그리되면 제주지역 의료 수준이 서울 못지않게 될 거다, 하며 다들 좋아했다. 기쁨도 잠시, 분
어릴 적 벽걸이 달력에 등장하던 와이키키 해변, 하와이는 우리에겐 제주와 같은 관광지 느낌이다. 실제 보면 화려한 호텔들로 담을 친 것 같은 와이키키 보다 ‘있는 그대로’ 잘 보전된 해안가들이 더 인상적이다. 제주 해안도로에서는 흔하게 보이는 ‘까페촌’과는 대조적이다. 하와이의 역사 속에는 한인 이주의 역사가 담겨 있다. ‘사탕수수밭’ 이주노동으로 알려진 이야기다. 등장하는 인물 중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있다. 하와이는 일제 강점기 이승만이 활동하던 곳이자, 독재와 3ㆍ15 부정선거 등으로 권좌에서 쫓겨난 후 지냈던 곳이다.2020년
이렇게 무능할 수 없다. 민생은 위기고, 거시 경제 지표도 갈수록 심상치 않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그 누구도 ‘신자유주의의 부활’을 외치지 않지만 유독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예외다. 법인세와 종부세를 깎아주는 동안 서민들의 지갑은 얇아졌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상위 20%와 하위 20%의 종합소득격차는 43.1배에 이른다. 늘어난 부자들의 지갑은 서민들의 지갑을 빼앗은 결과다.세금을 내야 할 사람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니 나라 곳간은 텅 비어만 간다. 2023년 세수부
‘잠깐 휴전’ 소식에 안도한다. 휴전이 다시 개전이 아닌 평화가 되기를 세계인들은 바라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은 여성, 아동을 비롯해 수많은 민간인들의 희생을 발생시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면 기사를 보면 이러한 전쟁 국면에 등장하는 국가가 있다. 미국이다. 미국의 입장에 따라 전쟁이 증폭되기도, 중단되기도 한다. 4ㆍ3 당시 제주에게 미국이란?4ㆍ3에서 미국의 역할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사안이다. 3만의 희생을 낳은 4ㆍ3 과정 중 일부는 미군정 시기다. 1948년 8월 이승만 정부
2023년도가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올해를 돌아보며 기억해야 할 ‘그날’의 의미를 다시 새긴다. 1953년 7월 27일. 비로소 한반도에 총성이 멈췄다.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 ‘정전협정’이 체결됐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약 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정전협정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북한군 최고사령관, 중공 인민 지원군 사령관이 참여한 가운데 판문점에서 체결됐다. 전쟁의 정지와 평화적 해결이 있을 때까지 적대 행위와 모든 무장 행동을 정지시키기 위해 단행됐다.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러 올해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았다.
세상은 무도하고, 희망은 우리 곁에 없다. 우리의 발길은 끝내 절망으로 향하고 말 것인가. 한때 역사의 수레바퀴는 전진한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신뢰하며, 함께의 힘으로 무도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아름다운 시절은 지나갔다. 남은 것은 비천한 욕망뿐이다. 차마 마주하고 싶지 않은 우리 시대의 밑바닥이다. 유명 배우의 마약복용과 운동선수의 스캔들이 연일 포털을 가득 메운다. 성관계를 했느니 마느니 하는 말초적인 관심이 여과 없이 유통된다. 법을 어겼으니 책임을
대한민국은 경제가 아닌 역사 논쟁 중이다. 헌법의 가치를 부정하는 ‘건국절’ 논란에 이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는 국방부 대변인과 국방부 출입 기자단간의 논쟁으로까지 비화되면서 국민들에게 역사 공부를 다시 시키게까지 했다. 급기야 육사는 홍범도 장군 만이 아니라 안중근 의사의 이름을 딴 ‘독립전쟁영웅실’도 철거하겠다는 방침을 새웠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에는 홍범도 장군은 육사 교정에서는 끝내 퇴출 시켜야 할 인물이 된 셈이다. 보편적인 시각으로 보면 이는 퇴행의 역사를 만
지난 7월 18일,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숨졌다. 비극 이후 전국 교사들은 매주 주말마다 교권 회복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숨진 교사의 49재일인 9월 4일은 ‘공교육 멈춤의 날’이었다. 월요일임에도 전국 교사들이 참여해 대규모 추모 집회를 열었다. 제주 교사들도 제주도교육청 앞마당을 가득 메웠다. 그럼에도 비극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7일에는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숨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숨진 교사는 2019년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고소를 당했다.
하늘 아래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이 있다. 땅을 기대할 수 없어 공중으로 향했던 사람들이 있다. 1931년 평양 을밀대로 올랐던 강주룡이 그랬고, 2003년 한진중공업 고공 크레인에 올라 끝내 돌아오지 못한 김주익이, 그리고 동지의 죽음을 분노의 발판으로 삼아 2011년 삼백 하고도 아홉 날을 보냈던 김진숙이 그랬다. 세상은 그들을 철모르고 떼쓰는 여자들로, 강성 귀족노조라고 비판했지만 정작 그들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그들이 하늘 아래서 목숨을 걸었던 이유는 단 하나다. 땅에서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 땅의 권력이 외면하는
지난주 5ㆍ18 민중항쟁 43주년을 기리는 다양한 사업들이 전국 곳곳에서 펼쳐졌다.80∼90년대 제주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했던 ‘전노 체포결사대’ 등 5ㆍ18 진상규명을 위한 강력한 투쟁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이제 교정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5ㆍ18을 여전히 기억하고자 하는 목소리들은 남아있다. 지난 5월 18일 저녁 7시부터 제주시청 일대에서는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200여명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참여해 5ㆍ18 정신계승 집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국민의힘 제주도당, 정의당 제주도당 역시 각각
올해 4월도 동백꽃이 활짝 피었다. 따스함은 예년보다 위축된 것 같아 씁쓸하다. 극우세력들이 반복 자행한 4ㆍ3 폄하ㆍ왜곡 때문이다. 오랜 시간 든든히 이어진 시민들의 연대와 기억 투쟁이 없었으면 4ㆍ3은 다시 찬 겨울로 돌아갔을 것이다. 4ㆍ3의 성취는 특정 세력의 색깔론 정도로 무너질 수준을 넘어섰다. 한반도를 넘어 세계에서도 자랑할 만한 모범적인 진상 규명과 화해의 모형으로 평가받는다. 평화와 인권, 상생의 가치를 아이들의 삶에 뿌리내려야 4ㆍ3은 진정으로 우리 모두의 역사가 된다. 4ㆍ3을 기억하고 전승하는 방법은 많다. 대
1970년대 초, 가족계획과 산아제한을 부르짖는 표어가 많았다.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남자도 아기를 밴다면! 그래도 얼마든지 갖겠습니까?그러다가 2014년 ‘하나는 외롭습니다’라며 산아제한과 가족계획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인구정책이 출산장려책으로 급선회했다. 대한민국이 사라진다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8명이다. 올해 출산율은 작년 0.78명보다 0.05명 더
부산 남구에 가면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있다. 국립이다. 반듯하게 올라간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일제강점기에 자행된 아픈 역사의 기록이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다.강제징용의 대표적 사례로 영화로 알려진 ‘군함도’ 부터 위안부 할머니의 사연까지 확인 할 수 있다. 역사관 작은 한 켠에는 제주 곳곳에서 확인되는 ‘진지동굴’ 내용을 소개한다. 10여넌 전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가 조사해 공개한 일제 강점기 조선인을 강제노역에 동원했던 일본의 핵심 기업은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였다. 이들 3대 재벌을 포함해 모두 23개의 일본 기
6년 전이다. 30대 대학 강사인 김만섭은 라는 책을 펴냈다. 시간강사가 처한 고용 불안과 저임금 지식 노동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이 책은 출간 당시부터 화제가 됐다. 당시만 해도 시간강사는 직장 건강보험도 교원 지위도 적용되지 않았다. 대학원생을 포함해 대학 사회의 불공정한 갑을 관계를 정면으로 다룬 이 책이 발표된 지도 벌써 6년이 넘었다. 그 사이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보장하고 1년 이상 임용, 3년까지 재임용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일명 강사법 개정으로 강사의 교원
필자가 제주대학교에 재학했던 시절 해양과학대학에 다녔던 친구들이 부러웠던 이유가 있었다.다른 단과대학과 달리 해양과학대학은 장학금 혜택이 좋았고, 학부생이 여러 연구과제에 참여해 취업에 유리했다. 또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다양한 길도 열려 있었다.당시 해양과학대학 졸업생들은 건설ㆍ토목ㆍ환경 분야는 물론 해상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관ㆍ기업에 다수가 취업했다. 남들이 부러워했던 한국전력 계열사인 한국남부발전ㆍ한국중부발전에도 입사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던 친구들은 대학원에 진학했고, 해외 유학의 기회도 얻었다.이처럼 해양과
It’s sad so sad / It’s a sad sad situation / And it’s getting more and more absurd / It’s sad so sad / Why can’t we talk it over / Oh it seems to me / That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살아 있는 전설’ 싱어송 라이터 엘튼 존이 1976년 발매한 가사 일부다. 이태원에서 발생한 ’10.29 참사’ 앞에서 시민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다. 참사였다. 소중한 20대 청춘이, 자식이, 친구가 한순간에 사라져갔다. 어느 누구도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겠지만 이태원 참사 소식은 세월호 이후 다시 전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참사 초기 윤석열 정부는 “주최자가 없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 모습이었다. 서둘러 애도기간 선포 등으로 추모하려 했지만 이제는 추모의 마음과 함께 분노하는 국민들도 생겨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신한 일선 경찰, 일선 소방관도 있었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몇 시간씩 심폐소생술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 이 글은 개인적 평가와 주장에 기반하고 있다.‘재밌다’는 평가는 주관적이다. 제목의 ‘재밌다’가 불편할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 글과 다른 의견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두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즐겨본다. 프로그램을 보며 느낀 다양한 감정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살폈다. 함께 생각할 만한 의미와 질문들을 나름대로 찾았다. 이 글은 그 결과물이다. 나는 지금은 시즌 1이 끝난, tvN 예능 프로그램 ‘뿅뿅 지구 오락실’(이하 지구오락실)이 MBC의 ‘놀면 뭐하니?’보다 재밌다. 그 평가는 통계로도 나
시간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시간은 모든 것을 빠르게 집어삼키는 망각이다.시간의 신이라고 불리는 크로노스가 자식들을 잡아먹었다는 신화 속 이야기는 시간에 대한 인간의 공포와 경외를 잘 보여준다.망각의 블랙홀 같은 시간이지만 인간은 소멸의 시간 속에서 불멸을 꿈꾸었다.진시황은 영생의 꿈을 꾸었다고 하지만 인간이 시간을 극복하기 위한 오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문화예술이었다.알타미라의 동굴 벽화가 없었다면 우리는 그 1만 8천 년 전의 시간을 가늠이나 해볼 수 있었을까.잔혹한 포식자인 시간 앞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흔적들은 예술이자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