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백(지구해양과학과 교수)

세월호 사건으로 선박에 대한 지식이 국민들 사이에 많이 전파됐는데 그 중 선박 평형수(ballastwater)라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전문용어가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선박 평형수는 선박에 짐을 싣거나 내릴 때 또는 빈 선박 상태에서 배의평형을 잡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전 세계의 해양 생물을 운송하는 주범으로 매우 오래 전부터 주목을 받아 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남해안 어느 항구에 외양선이 들어와 짐을 내릴 때 배가 기우뚱하기 때문에 평형을 잡기 위해 그 항구의 해수를 주입할 수밖에 없고 다시 짐을 싣게 되면 평형수를 배출하게 되는데 이 때 남해안 일대에 적조가 발생되고 있었다면 자연히 선박 평형수에는 적조 유해 생물들이 남아있게 된다. 그런데 이 배가 외국 항구에 정박하여 같은 작업을 하게 된다면 남해안 적조 유해 생물이 어쩔 수 없이 외국 연안에 이동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선박 평형수는 전 세계의 항구를 중심으로 해양 생물을 다른 지역으로 장거리 이동시키는 중요한 운송 수단으로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50~100억 톤이 이동되고 있다. 그런데 선박평형수로 옮겨지는 해양 생물은 매우 다양하여 콜레라, 물벼룩, 게, 독성조류, 어류, 해조류, 조개류, 불가사리, 해파리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들 종류들이 우리 연안을 위협하는 조용한 침입자인 셈이다.

이와 같이 생태계를 위협하는 침입자들을 침입종(invasive species) 또는 외래종(exotic species)이라고 하며 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종류를 일컬어 생태계 교란종이라고 한다. 선박에 의한 이동외에 여러 가지 경로에 의해 침입자들이 무방비로 이곳저곳으로 이동되고 있다. 제주도에도 이러한 침입종들이 해양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현상이 감지된지 오래 되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외양선의 유동이 많지 않아 비교적 안적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여러 해류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외부로부터 침입종이 유입될 수 있는 경로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양자강 연안에서 시작하여 제주도 연안에 밀려들어 오는 구멍갈파래나 해파리이며, 쿠로시오 해류는 열대해양 생물이 이동되는 주요 경로인 셈이다. 침입종들은 일단 들어와 새로운 환경이 자신들에게 살기에 적합하면 정착하게 된다. 제주도에 정착된 많은 침입종들은 열대종으로 알려진 것이 많으며 주원인은 기후 변화로 생각된다. 다시 말해 제주 바다는 더 이상 온대 수역이 아니고 아열대화 돼 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2000년부터 10년간 제주도 수온의 평균값을 보면 무려 1.6도 상승하여 남해안의 0.3도 상승과 비교하면 무려 5배나 높다. 이러한 상승은 앞으로 가속화 될 것이며 2090년경에는 현재의 오키나와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본인이 연구하고 있는 열대성 미세조류도 제주도에 언제, 어떻게 들와왔는지 모르지만 많이 분포하고있다. 그 중 해조류, 모래해변에 붙어사는 부착 와편 모조류는 전형적인 열대종으로 독성을 가진 종류도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열대해역에서 이들 독성 종들을 어류나 패류가 먹고 사람이 그것을 먹어 죽음에 이르는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치명적인 독화를 나타내려면 매우 많은 생물량이 있어야 하
나, 현재 조사된 생물량으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열대화가 가속된다면 이런 열대종이 언젠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조용히 우리 바다를 침입하고 있는 종류에 대한 대처방안은 없는 것일까? 다행히 2004년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에서는 선박평형수에 의한 외래종의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의 처리장치를 통해 사멸 또는 제거시킨 후 배출해야 하는 국제 선박평형수 관리협약을 채택했고, 2016년에는 모든 선박에 설치가 의무화된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보다 우리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침입종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과 우리의 관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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