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소연 편집부장

지난 11월 21일부터 도서정가제가 개정 시행됐다. 도서정가제란 서점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보다 싸게 팔 수 없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부터 시행됐다.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기존과 달라진 점은 가격할인율과 도서정가제 예외분야, 예외기관 등에서 크게 바뀌었다. 이번 개정으로 신간(발행 후 18개월 미만) 가격은 10%, 구간은 무제한이던 가격 할인율이 신 구간 모두 10%로 바뀌고 구간은 정가 재조정이 가능해졌다.

또 기존에는 예외분야였던 실용서, 초등학습 참고서도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게 됐다. 예외기관 또한 사회복지시설로 범위가 줄어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도서관, 법적공공단체의 도서할인도 제재를 받는다.

도서정가제의 개정이 예고돼 교보문고,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들은 앞다퉈 할인경쟁을 했다. 마지막으로 할인을 할 수 있는 기회 라며 SNS를 통해 홍보하기도하고 리디북스의 경우 펭귄클래식 100권 세트를 8만 9000원이라는 가격에 판매하기도 했다.

도서정가제는 기존의 할인율까지 고려하고 사던 책값에서 거품을 빼고,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밀린동네서점에게 경쟁 기반을 주기 위해 시행됐다. 할인율을 제재해 거품이 끼어있던 책값이 정가 재조정을 통해저렴하게 제공되리라는 기대가 바로 도서정가제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도서정가제에는 몇 가지 허점이 있다. 우선 첫 번째는 바로 도서정가제 시행이 동네 서점에 경쟁기반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도서정가제는 할인율을 제한해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 할인을 통한 판매촉진을 막을 수는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인터넷 서점과 대형서점을 찾는 이유는 할인율이 전부가 아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할인을 한다고해서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 그 기간만을 기다리고 구매하진 않는다. 꼭 사고 싶은 책이 있지만 언젠가 할인을 할 거 같아 그날만 기다리느라 책을 안사고 있다 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용을 살피기 위해 오프라인 서점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 서점을 이용하는 이유는 할인을 많이 해주기보다는 많은 책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등한 가격만으로 경쟁기반을 얻기에는 대형서점이나 동네서점이나 판매하는 책의 종류 등이 엇비슷하며 양적인면에서는 큰 격차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고 책 서점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이미 절판된 책을 구하려는 사람이나, 짧게 쓰고 말 책을 구하는 사람들은 중고 책을 찾기 마련이다. 동네서점 대부분이 중고서적을 제공하지 않게 된 상황에서 중고서적의 거래가 쉽고 품질보증까지 해주는 곳은 인터넷 서점이 대부분이다. 특히 도서정가제의 시행으로 책의 가격이 체감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중고서점으로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다. 이는 동네서점의 기반보다는 인터넷 서점의 득세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또 다른 문제는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정가제 개정을 접한 사람들 중 몇몇은 서점보다는 도서관을 많이 이용한다 며 도서정가제 이후에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낡은 책을 새 책으로 바꾸기 위해서나 새로 나온 서적을 도서관에 추가하기 위해 드는 비용을 무시할 수는 없다. 누구나 책을 읽고 지식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공간이 도서관이다. 그런 도서관이 금전 문제로 적은 도서만을 제공할 수 있다면 빈부간의 지식격차가 더 멀어지게 되지 않을까.

정책의 의도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그 역기능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대비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도서정가제의 개정에는 그런 준비가 없었다. 도서정가제와 사뭇 유사한 단통법 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무조건 도입하고 본 것이다. 남은 것은 도서정가제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든 부정적으로 작용하든 그 결과를 지켜보고 보완하는 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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