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주 / 한국VMD협동조합 이사장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4시 국제교류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대학생 아카데미는 12월 9일까지 모두 12개의 강좌가 마련됩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나의 직업은 비주얼 전문가 다 . 또 VMD연구소와 VMD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VMD 희망트럭 , 나전사(나누는 전통시장 사람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활동을 펼치고 있다. VMD(Visual Merchandising & Display)는 상품 기획부터 매장 인테리어, 진열 방식, 서비스 등 매장환경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매장환경 컨설팅을 받고 조언을 받아들인 상인들은 매출신장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실제로 생선을 직선으로 진열하지 않고 대각선으로 진열해보라는 권유를 받아들인 한 매장은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다. 물고기가 헤엄칠 때 사선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비스듬하게 진열하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비주얼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매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는 상인들만이 이런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이 일을 하기 전에 10여년간 유명 백화점 여러 곳에서 디스플레이 업무를 담당하다 어느날 매장환경 컨설팅이 가장 필요한 곳이 시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2006년 사표를 던지고 전통시장의 환경을 바꾸기 위해 전국 곳곳을 다니기 시작했다. 전통시장 비주얼 전문가로 알려지면서 컨설팅과 강의 의뢰가 쏟아졌다. 그러던 중 해외로 떠났다.

외국의 전통시장을 보고 우리 전통시장이 나가야 할 방향을 찾기 위해서다. 1년 동안 40개국 150여개 전통시장을 찾아다녔다. 사람들이 찾는 전통시장은 그들만의 특색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 시장이 나가야 할 길도 여기에서 보였다. 현재의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이 지나치게 인프라에 집중돼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벌이고 있는 시설현대화가 전통시장만의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 시키고 있다.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경쟁을 하려면 시장에서만 살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어야 한다. 전통시장을 대형마트처럼 만들기 보다는 전통시장만의 콘텐츠가 필요하다.

전통시장에서 손님이 모이는 집은 따로 있었다. 바로 소소한 파괴 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곳들이었다. 폴란드에는 양파피클에 파프리카와 후추를 이용해 웃는 얼굴을 만든 스마일 피클 이, 일본에는 한입 크기의 평범한 타코야키가 아닌 야구공 크기의 타코야키를 파는 가게가 소소한 파괴로 손님들을 끌고 있었다. 독일 뮌헨의 빅투알리엔 시장에는 시장 중앙에 1000여명이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돼 있었다. 한 가게가 문을 닫으면 다음 상인은 반드시 기존 품목으로 장사를 해야 했다. 대체 불가능한 물건이 있어야 시장이 사라지지 않는다 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앞의 이익보다 전통이 더 중요하다는 철학으로 뭉치자 200~300년을 사랑받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활성화도 이런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그 매장만의 전통, 그 시장만의 전통을 만들어서 제대로 전통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콘텐츠가 좋으면 손님들은 저절로 오게 만드는 게 전통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인 셈이다.

◇많은 걸 알게 해주는 새로운 경험

핀란드 헬싱키 하카니애미마켓에는 우린 옆집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오직 스스로의 정직함과 경쟁합니다 라는 푯말이 있다.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야지 누군가를 특정해서 경쟁하는 것은 이미 경쟁력을 잃은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누군가를 모델로 삼아 그와 똑같이 되려하기 보다는 탁월한 경쟁력으로 대체가능할 수 없는 존재가 돼야 한다.

영어 몇 점, 봉사점수 몇 점 이런 스펙들만 갖고 있다면 80점짜리 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대체가능하다. 영어를 할 거라면 이근철 강사처럼, 봉사를 한다면 여행가 한비야처럼 해야 한다. 탁월함은 경쟁하지 않는다.

경험은 결코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살아있는 동안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낯선 세포로 갈아입고, 파괴의 달인이 돼야 한다. 단 조건이 있다. 이런 자신만의 강점을 다른 이들과 나눠야 한다. 고액 연봉을 뒤로 하고 시장 할머니, 청년기업가들과 머리를 맞대며 고민하고 있지만 예전보다 훨씬 행복하다. 사실 예전에 백화점에서 근무할 때 시장 사람들은 열심히 안 해서 돈을 못 버는거야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시장을 다니다 한 할머니를 알게 됐다. 1년에 딱 3일을 쉰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30년 넘게 해오신 거다. 나보다 더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사람들을 통해 더 겸손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자신의 강점을타인의 아픔과 불편함을 들여다보는 데 써보아라. 그게 곧 대박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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