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미래보고서 2040
제롬 글랜, 테드 고든, 박영숙, 엘리자베스 플로레스큐
여름언덕 1만5000원
 

학부 신입생 시절, 행정통계학 과목의 데이터 분석 과제를 하려면 학교 전산원에 가서 일일이 카드에 펀칭해서 제출하고, 다음날 프린트물을 가지러 갔었다. 2학기가 되자 통계패키지를 쓸 수 있는 PC가 전산실에 들어왔다. 컴퓨터 사용을 위해서 OS 명령어를 따로 배워야만 했고, 하드디스크가 없어 5.25인치 부팅용 디스켓을 가지고 다녀야 하며, 데이터는 커다란 검정색 개인디스켓에 보관하여야 하는, 지금의 데스크탑에 비하면 장난감 수준이었지만 그것은 진정 신세계의 출현이었다.

컴퓨터에 흥미가 많았던 나는 FOTRAN, COBOL, PASCAL 같은 과목을 수강했는데, 교수님께서 머지않아 손바닥만한 컴퓨터를 들고 다니며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기계어를 배우지 않아도 음성명령만으로도 제어가 가능할 것이라 했다. 허무맹랑하여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하다고 생각한 그 이야기가 현실이 된 시대에 나는살고 있다.

유엔 미래보고서 2040 은 국제 비영리기구인 밀레니엄 프로젝트에서 매년 유엔에 보고하는 보고서로, 300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미래예측기법을 활용하여 정치, 경제, 사회, 과학기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해 10년 이상 미래의 장기적 전망을 예측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을 펴면 가장 먼저 나오는 미래예측연대표에는 2014년부터 2060년까지의 전망이 나온다. 2014년의 예측은 스코틀랜드가 투표결과 독립에 반대할 것이라는 예측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예측들이 적중한 듯하다. 계속해서 미래예측을 살펴보면 2020년에는 뇌파를 통해 생각만으로 문자메시지가 전달되고 줄기세포로 성장시킨 장기로 손상된 장기를 교체하게 된다고 한다.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대학의 절반이 문을 닫고 온라인 강좌가 보편화되며, 3D 프린터의 보급으로 제조업이 대부분 사라진다고 한다. 다가올 현실이라고 믿기지 않거나 좀 더 먼 미래에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 같지만, 오늘날 이미 등장한 웨어러블 컴퓨터나 3D 프린터를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인 것 같지만은 않다.

2030년이면 사라지는 것들로 저자는 EU, 공교육과 교실 교사, 3천개의 언어, 의사 병원 진료 수술, 종이와 TV 저녁 뉴스, 컴퓨터, 도로표지판 가게 유통 마케팅 등 현재의 판매형태를 꼽고 있다. 반면 로봇, 노화소멸, 기억삭제, 무인자동차, 뇌파를 통한 소통, 순간이동 같은 것들은 영화가 아닌 현실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기술적 발전에 관한 예측을 많이 하고 있지만, 기술에 관한 윤리적 제약의 문제를 인류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또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인간의 합리성이나 인적 자원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언급 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측은 빗나가기 쉬울 것이다. 따라서 맹신하기 보다는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읽어야 할 것이다.

미래예측이 중요한 이유는, 미래가 다가 올 현재 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예시로 들고 있는 것처럼, 카메라 업계의 일류기업이었던 코닥은 회사의 직원이 가장 먼저 디지털카메라를 만들었음에도 이것이 주류가 될 것을 예측하지 못하고 아날로그 기기에 안주했기 때문에 결국 100여 년 만에 파산하게 되었다. 반면 다국적 기업인 로열 더치 쉘석유회사는 미래학자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오일쇼크를 예측함으로써 유전을 매입하고 준비를 철저히 하여 세계적인 그룹이 될 수 있었다.

국가적 수준에서도 미래예측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을 보면서 미래의 에너지수요를 예측하고 자원을 선점하는 전략을 써서 최대 석유생산국이 되었고 그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리더가 되었다.

개인적 수준에서도 미래예측은 중요한데, 특히 진로탐색중인 학생들에게 이 책에 실린 미래의 유망산업이나 직업에 관한 예측은 매우 중요한 정보로 활용가능하다. 이 책의 부제인 도전하는 미래가 살아남는다 에서 알 수 있듯이, 트렌드를 읽고 미래에 대비하는 자가 결국 생존에 성공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