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이 일어난지 어느덧 1년. 전국 곳곳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행사가 열렸다. 제주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저녁 7시 제주시청 앞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문화제가 진행됐다. 이에 앞서 제주의 대학생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기억행진’이라는 주제 하에 제주대부터 시청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4월 16일 오후 4시 제주대 버스정류장 주변으로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었다. ‘제주노란우산’이라는 이름하에 행사를 준비한 몇몇 제주대 학생들은 “함께 걸으실래요?” 라는 말과 노란리본을 나눠주며 학생들에게 참여를 부탁했다. ‘무관심이라면 손꼽히는 제주대 학생들이 과연 참여를 할까?’많은 생각이 들었고 걱정도 많이됐다. 걱정은 실현이 됐고 수많은 학생들이 정문을 통과했지만 약 30명의 학생만 행진에 참여했다. 제주대 학생들의 무관심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행사를 준비한 ‘제주노란우산’ 학생들은 “저희가 이렇게 함께 걷는 이유는 지난 해 이 날을 기억하고 그 날의 모든 슬픔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라며 추모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행사에 참가한 원일권(영어영문학과 4) 총학생회장은 “추모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유가족들의 슬픔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되짚었다. 


▲ 30여명의 학생들이 희생자들을 잊지 않으려는 기억행진을 하고 있다.
 
제주대 정문에 모인 학생들은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과 간단한 문화제를 진행한 뒤 대열에 맞춰 제주시청까지 세월호 기억 행진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잊지말자 4.16’이 적힌 깃발을 들고 이동했다. “달라진 게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고개를 저으며 걷는 학생도 있었고 그저 담담한 표정을 하고 묵묵히 걷는 학생도 있었다. 제주대병원을 통과하자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시민들의 표정은 가지각색이었다. 학생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시민들도 있었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행진의 의미를 이해한 몇몇 시민들은 “아 저거 세월호 하는 거구나”, “고생들 많네” 라며 학생들을 조용히 응원했다.
 
▲ 현치훈(산업대학원 농업경제학과 전공)학생이 행진의 의미를 언급하고 있다.
현치훈(산업대학원 농업경제학 전공) 학생은 행진을 하는내내 손에서 확성기를 놓지 않았다. “아직 차가운 바닷속에는 돌아오지 못한 9명의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잊지 말아주세요”라며 행진의 의미를 언급하고 간절히 호소했다.
 
어느덧 학생들은 제주여고 앞에 있는 제주해안경비안전본부(구 제주해양경찰청) 앞에 도착했다. 해안경비본부 앞에서 학생들은 “해경이 좀 더 신속한 대응을 했더라면”,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하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리고 준비한 노란리본들을 해안경비안전본부 입구에 걸고 묵념을 했다. 세상의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묵념은 조용하고 진정성 있게 진행됐다.
 
묵념을 마치고 학생들은 다시 목적지인 제주시청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시청에 가까워질 때 행진을 하는 학생들 뒤로 고등학생들이 뒤를 따랐다. 시청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수고했어요”라는 말과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격려해줬다. 쉽지 않은 결심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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