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된 답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가 ‘아싸’를 만들고 있다

‘아싸’. 대학생이라면 적어도 한 번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아웃사이더의 줄임말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밖으로 겉도는 이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2014년에 건국대학교 학생 커뮤니티에서 ‘새 학기에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요’라는 주제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설문조사는 예상 밖의 결과를 보여줬다. 대학생들의 로망 혹은 대학생활의 꽃이라 불리는 CC(Campus Couple)와 동아리 활동을 제치고 ‘편안한 아웃사이더’가 되고 싶다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2404명) 중 34%(814명)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올해도 작년과 다르지 않았다. 요즘은 아싸 중에서도 ‘자발적 아싸’라는 것이 트랜드라고 한다. ‘자발적 아싸’란 말그대로 자발적으로 아웃사이더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런 현상에 대한 사회의 반응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신문과 인터넷에서는 자발적 아싸들에 대한 안쓰러움으로 넘쳐났다. 고립에서 벗어나 어딘가에 소속되고 그 안에서 어울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아무런 추억을 만들지 못해 암울한 대학생활을 보내게 될 것이며 그뿐만 아니라 졸업 후에 사회생활을 하는데 사람들 사이에서도 큰 갈등을 빚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말이지 지독하게 형식적이고 일괄적인 말들이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여기서 우리는 이 현상이 가져올 문제에 대해 벌써부터 걱정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자발적 아싸가 되고 싶은 혹은 이미 그런 학생들에게 ‘왜 그러냐’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들의 대답은 참으로 다양하다. 필자는 그것을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첫째는 학점, 취업, 스펙 등을 쌓기 위한 바쁜 일정으로 사람들과 어울릴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인간관계에서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아 스스로 거리를 두는 것이 편하기에, 셋째는 개인 생활이 익숙해져 단체 생활이 자신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학은 자유로운 곳이다. 오로지 수능만을 위한 고3 혹은 재수생활을 하면서 한국의 대학생들은 저마다 대학에 가면 봉인해제 하고픈 것들을 마음 속에 몇 가지 씩 품고 품으며 그 지옥같은 생활을 버텨냈을 것이다.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그런 것들이 꼭 재미있고 즐거운 무언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한 번 더 말한다, 대학은 자유로운 곳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할 수 있는 시기는 지금 뿐이다. 열심히 할 수 있을 때 남들보다 더 배우는 것도 단체생활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세상을 즐기는 것도, 친구보단 고독을 선택하는 것도 누군가의 봉인해제 하고픈 바람이었을지 모른다.
 
필자는 요즘 트랜드를 따르고 있는 그 자발적 아싸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네들이 가는 길도 재미있을 거라고 혹은 편안할 거라고. 그들과 우리는 별반 다르지 않다. 원하지 않는데 인간관계를 만들어 억지로 끼워 놓는 것만이 그들을 위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맘대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누군가의 미래를 한 면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답이 정해져 있는 사회가 ‘진짜 아웃사이더’를 만든다. 그들을 밖으로 겉돌게 하는 것은 그들이 잘못돼서가 아니라 일관된 답만 보여주며 따르라고 강요하는 표준화에 집착하는 한국의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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