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속 알바생에 대한 배려와 격려가 그들에게 힘이 된다

올해 초 아르바이트 주차요원의 무릎을 꿇리고 폭행을 한 백화점 모녀 사건, 밀린 임금을 10원짜리 동전으로 지급한 악덕 고용주 사건 등 이른바 아르바이트 갑질 논란이 일어났다. 고객과 고용주는 돈이라는 권력을 쥐고 자연스레 갑의 자리에 서고 아직 사회 초년생인 대학생들은 그 돈을 받는 입장이니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용돈 벌이에 나선 필자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알바 자리를 구했다. 난생 처음 아르바이트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어 설레기도 했다. 그러나 일은 고됐고 손님을 응대하는 것은 쉽지 많은 않았다. 인사를 무시하거나 짜증이 배인 말투는 이미 익숙해졌지만 간혹 진상손님을 응대할 때면 울컥할 때가 있다. 이를테면 매장 앞에 차를 세워두어서 불법주차에 걸릴까 짜증을 내며 재촉하는 손님, 먼저 온 손님의 아이스크림을 담고 있는데 주문은 언제 받을 거냐며 불평하는 손님 등 진상손님의 유형도 여러가지다. 여섯 시간 동안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진이 빠지게 일을 하고 마감 몇 분전 휴식을 취하려던 찰나 술에 취한 손님이 비틀거리며 매장으로 들어오는 순간, 옆에서 함께 일하는 알바생의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손님의 태도에 기분이 상했더라도 을의 신분인 알바생은 갑질을 일삼는 진상 손님들의 기분을 맞춰줄 수 밖에 없다. 이른바 감정노동인 셈이다. 갑과 을로 나뉜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알바생의 감정은 그저 제품에 딸려나온 상품에 불과할 뿐이다. 갑의 기분에 맞추어 자신의 감정을 파는 을로 살아간다는 것은 실로 서글픈 현실이다.
 
‘청년유니온’이 전국 15~29세 서비스업 종사자 2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5%가 ‘기분과 상관없이 항상 웃거나 즐거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일하면서) 감정적으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가 79%로 많은 응답자들이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알바생을 마치 물건을 팔고 계산을 하는 기계인 것처럼 대하는 듯하다. 어째서 한 쪽만 상대의 기분을 맞춰야 하는 것인지. 사람을 대하는 것은 둘 다 마찬가지인데 왜 알바생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는 것인지 이에 분개하는 바이다.
 
지난 3월 알바천국에서 가장 기분 좋은 손님의 말을 조사한 결과, 100명의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2%가 ‘인사에 대답’해주는 손님의 말이 가장 기분이 좋다고 답했다. 이어 나를 기억해주는 말이 18%, 칭찬의 말이 11%로 그 뒤를 이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드시죠?’,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이런 손님의 말을 들었을 때 팔목의 통증과 팔에 물든 멍들이 다 사라진 듯 말 한마디에 힘을 얻는 것을 느낀다. 다른 큰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수고하세요’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 알바생에 대한 배려와 격려의 인사가 알바생에겐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님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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