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타이완의 대학생들과 미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팬더 곰과 원숭이, 바나나 중 서로 관련되어 있는 2개를 고르게 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원숭이와 바나나를 고를 것이다. 중국과 타이완의 학생들 또한 원숭이와 바나나를 골랐다. 하지만 미국 대학생들은 달랐다. 그들은 ‘동물’이라는 동일한 범주에 속하는 팬더 곰과 원숭이를 골랐다.
 이렇듯 동서양의 사고방식은 매우 다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그 요인은 무엇일까.
 저자인 리처드 니스벳은 기존 심리학의 이론을 벗어나 인간의 사고가 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와 고대 중국의 전통을 이어받은 서양과 동양의 논쟁, 삶의 방식, 세계관, 사고방식 등 중국과 일본, 한국, 미국 등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비교 연구했다.
 중국과 중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문화, 대표적으로 한국과 일본을 ‘동양’이라 칭하고 ‘서양인’은 주로 ‘유럽 문화권’의 사람들을, ‘유럽계 미국인’은 미국 내에서 동양계가 아닌 모든 인종 즉 백인, 흑인, 라틴아메리카계를 포함해서 칭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다른 문화권에 찾아보기 힘든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했다. 즉 자신의 삶은 스스로 주관하는 것이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로버트 로건이 지적했듯이, 그리스 철학자들은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직선적 사고와 ‘이것이 아니면 저것’의 이분법적 사고 방식에 집착했다.
 반면 고대 중국은 개인보다는 ‘관계’를 중시했다. 즉 중국에서는 조화로운 인간 관계가 중요했다. 또한 중국인들인 주변 환경을 자신에 맞추어 바꾸기보다는 자신을 주변 환경에 맞추도록 수양하는 일을 중시했다. 끊임없는 자기 수양을 통해 가족과 마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통치자의 명령에 순종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중국은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닌 음양의 원리를 갖고 있다.
 음양의 원리는 ‘서로 반대되면서 동시에 서로 완전하게 만드는 힘’, ‘서로의 존재 때문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힘’의 관계, 즉 서로 반대의 경우에도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둘 다 공존한다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한 예로 ‘새옹지마’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동서양의 생각 다름을 서양인인 저자의 말에서도 알 수 있다. 고사성어 ‘새옹지마’는 어떤 늙은 농부와 그가 기르는 말에 대한 일화이다.
 우리는 이 일화를 들으면서 ‘아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이 일화에 대해 ‘듣는 사람의 인내심이 허락하는 한 영원히 계속될 이야기’라고 보고 있다. 서양인들의 눈에 비춘 ‘새웅지마’의 일화는 그 의미를 벗어나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일’인 것이다. 저자는 이 고사성어를 통해 동양인들은 어떤 일의 경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반대 경우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텔레비전에서나 주변 서양 친구들이 자기 자랑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보고 당황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시각으로 건방져 보일 수 있는 행동이지만 그들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는 예부터 남들과 더불어 화목하게 살아야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낮추고 남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배워왔기 때문에 우리들은 자신을 높이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얼굴을 붉히며 어색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한 실험 중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다. 사회심리학자인 김희정과 헤이즐 마커스는 미국인과 한국인에게 여러 가지 볼펜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했다. 미국인들은 불펜들 중에서 가장 희귀한 색의 볼펜을 고른 반면 한국인들은 가장 흔한 색의 볼펜을 골랐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은 모나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하곤 한다. ‘모나지 않은 사람’이란 튀지 않고 다른 사람과 다툼 없이 지내는 사람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둥글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서양인들의 특징들을 보면 서양인들은 ‘모난 사람’들이다. 우리처럼 둥글게 사는 것이 아니라 서양인들은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개인의 개성을 마음껏 표현하면서 남들보다 튀고 싶어한다.
  ‘문명의 충돌’을 쓴 새뮤얼 헌팅턴 교수는 동양과 이슬람, 서양이라는 대표적 문명들이 가치관과 세계관에서 서로 좁혀질 수 없을 정도로 벌어져 있기 때문에 문화간 차이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저자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서로의 문화를 수용하여 중간쯤에서 수렴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마치 요리의 재료들이 각각의 속성은 그대로 지니면서도 서로 어우러져 하나의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듯이, 두 문화는 새로운 통합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서양의 문화는 과거부터 큰 차이를 보여왔지만 ‘퓨전’문화가 유행하고 있는 현재를 보면 동서양의 문화가 결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두 문화의 충돌로 인한 비극적인 모습이 아닌 두 문화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는 두 문화의 가장 좋은 특성만을 모아놓은 걸작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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