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

▲ 저자: 이용규, 출판사: 규장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면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걱정이 앞서게 된다. 이전까지의 삶은 학교와 부모님에 의해 정해지기에 대입을 제외하면 큰 고민거리는 없어 보인다.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서울대의 김난도 교수님께서 지으신 ‘아프니까 청춘이다’처럼 각자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싸우고, 결정하고, 방황하면서 아파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부모님과 교수님의 도움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고, 자신의 뜻대로 삶을 디자인해나가면서 많은 실수를 한다. 대학생들은 불안한 미래와 외로운 시절을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간다. 독립된 개체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시절인 대학시절이 왜 이렇게 힘들까?

지금 현재 나를 아프고 힘들게 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그 내면에 놓여있는 이유들 중에 세상적인 가치와 기준에 맞는 ‘욕심’이 놓여있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나보다 성공하고, 나보다 더 가진 친구나 선배들을 보며 내가 더 가지지 못하고, 더 성공하지 못하는 것으로 인해 더 아프고 힘들다. 함께 공부를 했지만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에 있는 친구가 부럽고,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다른 사람의 인생이 부러워지는 순간 나의 인생은 불행하다. 주위 사람들의 성공 사례담을 이야기하며 자녀의 장점과 단점은 고려하지 않은 채,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직업을 권하는 부모님의 조언도 대학생인 자녀를 방황시켜 괴롭게 하기도 한다.

우리는 남들보다 돈을 더 벌수 있는 직업, 남이 인정해주는 직업, 다른 직업보다 더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려고 하지만 그런 직업을 가졌을 때 정말로 행복해질까? 웹툰과 웹소설에 많이 등장하는 재벌 3세의 모습을 통해 대리 만족하면서도 자신은 그렇지 못한 것에서 암울해하는 현실은 과연 옳은 방향일까?  과연 재벌 3세는 하루하루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위해 영어공부와 자격증 공부로 아등바등하는 우리보다 더 행복할까? 죽을 때 행복하게 죽을 수 있을까?

1인당 국민소득(GDP)과 사회적 지원, 기대수명 등을 바탕으로 산정한 2015년 세계 행복지수 순위를 보면 스위스, 아일랜드, 덴마크 등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2500달러밖에 되지 않아 79위이지만 국민총행복지수(GNH)를 통해 국민의 행복을 관리하여 국민 중 75%가 행복하다고 하는 부탄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2004년부터 재직하며 힘들어 할 때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책이 몽골국제대학교의 이용규 교수가 쓴 ‘내려놓음’이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하버드대학에서 중동지역학 및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보장된 국내 대학의 교수직 대신 몽골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회를 개척하여 자신의 재능을 몽골민족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모습은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았을 때 삶이 풍성해지고 행복해졌다는 고백에서 우리 삶의 기준이 달라야 함을 알게 해준다. 세상 기준에 맞춘 성공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다른 사람에게 줄 때 행복하다. 많은 돈,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한 대학과정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자그마한 재능이라도 남을 위해 사용하고, 남에게 줄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준비하는 과정이 된다면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고, 영어점수가 오르지 않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쓸모있는 사람이고 쓰여지고 있는 사람이기에 불행이 끼어들 여지가 없을 것이다.  남이 나의 발을 씻기도록 하는 위치에 가도록 노력하는 사람과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기꺼이 남의 발을 씻기고자 하는 사람 중에 누가 더 행복할까?

물질과 명예가 높아진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이 별로 없더라도 남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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