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습관처럼 하는 말이 있다. 특히, 군대 간 동기들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들에게는 빠질 수가 없는 말이다. ‘몸조심해, 건강이 우선이다.’ 언제부터 타인의 건강을 챙기게 됐을까? 해야 하는 일들이 지치게 된 후부터 일까? 확실한 건 친구들에게 ‘건강’을 묻고 나면 자신을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학교에는 오지랖 넓은 나 말고도 학생들의 건강을 ‘공식적으로’ 챙겨주는 곳이 있다. 바로 본관 1층 우체국 옆에 있는 건강증진센터이다.

정오가 가까워진 시간에 건강증진센터를 방문했다. 센터 선생님들은 건너편 취업상담실에서 진행되는 공사소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계셨다. 센터는 병치레가 잦았던 고등학교 시절 단짝마냥 끼고 다니던 보건실과는 사뭇 달랐다.

아픈 학생을 위해 약과 안정실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건강을 챙겨주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화요일과 목요일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의과대학 교수님 두 분이 무료진료를 진행하니 몸이 아프다고 느끼는 학생들은 센터의 문을 두드려도 좋을 법하다.

최근 건강증진센터의 안정실이 리모델링 됐다. 과거 내부 시설물의 노후화가 심했고 커튼조차 갖춰있지 않아 남녀학생들의 이용에서 불편함이 있었으나 리모델링이 되면서 이용이 편리해졌다.

등록금 고지서를 본 적이 있다면 알다시피 등록금 인하정책(2008년부터 등록금 동결)으로 인해 강제적으로 건강증진센터 이용료를 징수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센터에서 운영하는 사업이나 시설물의 개선은 학생과 교직원이 내는 이용료로 운영되고 있다.

김정훈(건강증진센터) 팀장은 “이용료를 내는 학생들이 적다 보니 문제 사항을 개선하기 힘들다”며 “학생들의 건강복지 향상을 위해 한 학기에 4,000원을 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건강증진센터 이용료를 한 번 더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꾀병을 부리고 안정실을 쓰러 오는 학생은 없나요?”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아프지 않은 학생은 돌려보낸다”고 대답하셨다. ‘꾀병’같은 얕은 술수도 통하지 않는 나이가 된 것이다.

고교 시절 엄살이 심하다며 날 반겨주던 보건실 선생님은 대학교엔 없다. 고등학교를 벗어나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가지게 됐는데, 학교생활이 지치고 염증을 느낄 때 때론 갈피가 잡히지 않을 때 나의 자유를 반납하고 싶다.

이젠 나의 병도 과거와 달리 사무적이 돼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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