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의 일생에서 배우는 삶

▲ 찰스 다윈|이한중 옮김|갈라파고스

필자는 자서전이나 평전 읽기를 매우 좋아한다. 한 위대한 인물의 일생을 통해 배우는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어쩌다 내게 맞는 자서전과 평전을 만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온전한 책읽기에 빠지게 된다. 디디에 에리봉이 쓴 ‘미셸 푸코, 1926-1984’(박정자 역, 그린비, 2012)가 그랬고, 박석무가 쓴 ‘다산 정약용 평전’(민음사, 2014)이 그랬다. 최근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자전적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양윤옥 역, 현대문학, 2016)에 흠뻑 빠져 들었다.

찰스 다윈(1809-1882)의 자서전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도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자서전 중의 하나이다. 다윈의 자서전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6년 동안 매일 오후에 거의 한 시간 정도씩 쓴 것으로, 자신의 아이들이나 손자, 손녀들에게 유익한 기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독일의 한 편집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탄생했다.

다윈은 어린 시절부터 수집에 대한 열정을 보였고, 식물의 다양성에 깊은 흥미를 느꼈다. 관찰과 탐구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타고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곤충을 열심히 관찰했다. 다윈의 딱정벌레에 대한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다. “하루는 오래된 나무의 껍질을 벗기다가 진귀한 딱정벌레 두 마리를 보았다. 한 손에 한 마리씩 집어들고 보니 세 번째로 다른 종류의 딱정벌레가 나타났다. 그 녀석을 놓칠 수 없었기에 나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것을 입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세상에, 그 녀석이 지독한 분비액을 싸버렸다! 어찌나 독하던지 혀가 타는 듯해서 딱정벌레를 뱉어내야만 했다. 그 바람에 그 녀석을 잃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세 번째 녀석도 놓쳐버렸다.”

다윈은 ‘비글호 항해’가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한다. 다윈은 자신이 생각하거나 읽은 것들을 자신이 본 것, 볼 것들과 바로 연결하는 사고습관을 항해를 하던 5년 내내 지속했다. 항해를 하는 동안 문득 자신이 방문한 다양한 지역의 지질에 관한 책을 한 권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온몸이 떨릴 만큼 기뻤다 한다. 다윈 자신에게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다윈이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을 쓰게 된 계기는 꽤나 흥미롭다. 첫 번째 계기는 그가 베이컨의 귀납원리에 따라(그는 연역원리는 자신과 맞지 않다고 여러 번 밝히고 있다) 아무런 이론 없이 방대한 사실을 수집하던 중에, 핵심원리인 ‘선택’을 발견한 것이다.

두 번째 계기는 맬서스의 ‘인구론’을 독서하는 중에 나왔다. 세 번째 계기는 마차를 타고 길을 가던 중에 떠올랐다. 이는 모든 종류의 종이 속 아래에, 속이 과 아래에, 과가 아목 아래에 분류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네 번째 계기는 1856년 알프레드 윌리스가 그의 이론과 똑같은 내용의 소논문을 쓴 것을 접하고 충격에 빠진 것이다. 이는 ‘종의 기원’을 쓰게 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다윈은 광범위하게 요약했던 원고를 13개월 열흘 동안 정리하고 줄여서 ‘종의 기원’이 완성했다.

찰스 다윈은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일찍 파악했고, 이를 자신의 직업으로 삼았으며, 이를 즐겼다. 다윈은 과학에 대한 사랑으로 자연과학에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삶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관찰과 실험만이 내 삶의 전부다.” 찰스 다윈의 생애와 사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재닛 브라운이 쓴 ‘찰스 다윈 평전 1, 2’(임종기 역, 김영사, 2010)도 곁들여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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