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강정천 유역의 유출 특성

▲ RCP 4.5, RCP 8.5 시나리오에 의한 20세기 말(1971∼2000년) 대비 21세기 말(2070∼2099년) 기온과 강수량의 변화(기상청, 2016)

기후변화란 광의적인 의미로 현재의 기후계가 자연적인 요인과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점차 변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기후변화의 중요한 요인은 주로 인위적인 활동에 의해 기존의 기후변화 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약 0.74℃ 증가 했으며, 진행되는 이상기후 및 기후변화는 전 지구는 물론 한반도의 온난화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제주도 수자원

국제기구들은 기후변화가 인류와 지구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세계가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제기구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유엔환경프로그램(UNEP) 등의 기구들은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미래의 기후현상과 물순환 과정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물순환 과정의 변화는 곧 강수량, 증발산량, 지표수 유출, 토양 함수량 등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해 미래의 수자원의 변동뿐만 아니라 홍수와 가뭄 또한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자원 관련 국내 연구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및 가뭄 발생빈도의 변화 분석과 통계적 방법으로 기후시나리오를 상세화 한 연구 등이 있다.

또한, 기온과 강수량의 변화에 대한 유출량의 민감도 분석과 국지기후모델인 IRSHAM96 모형과 물수지모형을 이용한 지역적인 기후특성을 반영한 연구도 있다. 이들 연구의 대부분은 적분기간이 기후변화를 모의하기에는 불충분한 10년 미만이거나, 기후변화 영향분석이 기상대에 국한돼 있어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 평가하기는 한계가 있다. 또한, 장기 적분한 결과를 상세화해 신뢰도를 높이는 평가가 필요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수자원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특정 기상대에 국한된 평가가 아니라 지표유출과 가뭄 영향에 미치는 체계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제주도는 하천수를 주 수원으로 이용하는 우리나라 내륙지역과는 달리 생활 및 산업, 농업에 필요한 대부분의 용수를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미래 제주도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은 안정적인 물 공급과 수재해 방재를 위한 관리정책 수립에 필수적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자원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수문현상 분석과 미래의 수문변동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후변화시나리오와 SWAT 모형을 이용하여 기후변화가 서귀포에 위치한 강정천유역의 하천유출과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는 수자원관리계획 수립에 귀중한 기초정보가 된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와 수자원 영향 평가기법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5차 평가보고서에서는 인간 활동이 대기에 미치는 복사량으로 온실가스 농도를 결정했다.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시나리오는 최근 온실가스 농도 변화경향을 반영하였으며, 최근 예측모델에 맞게 해상도 등을 업데이트 했다. 통상 미래 기후 및 수문 시나리오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선정된 온실가스 배출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기후모델을 이용해 예측 시나리오를 생산하고 수문 모형에 적용하여 수문 시나리오를 생산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제주도 수자원 영향 평가를 하기 위해 미래 기후예측 자료로 기상청의 기후정보포털에서 제공하고 있는 RCP 8.5 온실가스 시나리오의 지역 기후모델(HadGEM3-RA) 자료가 활용된다. 그러나 이들 자료는 해상도 크기가 12.5 km 으로서 이를 그대로 수자원 영향 평가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지역규모에서의 기후 자료로 변환하기 위한 상세화 기법(down scaling) 기법인 혼합상세화 기법을 적용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유출량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제주도 남부의 강정천 유역을 연구대상 유역으로 선정해 장기유출 모델인 SWAT(Soil and Water Assessment Tool)모형을 적용하고 미래 유출량 모의하기 위해 매개변수 민감도 분석을 실시한다. 또한, 2011년 7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신뢰도 높은 유량 관측 자료를 얻기 위해 ADCP(Acoustic Doppler Current Profiler)와 SIV(Surface Image Velocimetry)를 이용한 유량관측 자료를 이용해 모델의 결과보정을 실시한다. 각 유역의 매개변수 보정을 실시한 후 2100년까지 미래 지표 유출량의 변화를 분석한다.

◇강정천의 수문학적 특성

제주도는 연평균 강수량이 전국의 약 1.5배인 2,607 mm 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다우지역이지만 투수성이 높은 지질학적 특성으로 인해 제주도의 143개 하천 중 9개 하천을 제외한 모든 하천들은 건천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하천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주로 북부와 남부지역에 짧은 유로와 급한 경사를 이루며 분포하고 있다.

제주도 하천은 강우에 의해서 점진적으로 하천유량이 증가하는 내륙지역과는 매우 상이하다. 건천의 하천표층이 포화된 후 급격한 유출이 발생하며 특정한 강우에 의해 연 5∼10회 정도 발생하는 매우 특수한 수문특성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 남부지역에 위치한 강정천은 용천수에 의해 상시흐름을 형성하는 기저유출 하천으로서 유로연장은 16.63 Km, 유역면적은 38.23 km2, 하상경사가 1/12 ∼ 1/37로서 비교적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해당 유역의 특성인자를 분석하기 위해 유역의 형상을 나타내는 수치표고모델(DEM; Digital Elevation Model), 토지이용상황을 나타내는 토지피복도, 그리고 토양의 특성을 나타내는 토양도 등의 GIS 데이터를 사용하게 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강정천의 지표유출량 변화

강정천 유역의 지형자료를 SWAT모형에 적용해 대상유역으로 장기유출을 모의하고 미래 2100년까지 유출량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최근 하천현장에서 관측한 자료를 이용해 유출량 보정에 사용하였던 매개변수를 그대로 사용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향후 86년(2015∼2100)간 평균 강우량대비 직접유출율은 28%로 산정돼 현재(2000∼2014년)의 평균 직접유출율(23%) 보다 약 22% 증가했다. 이 같은 직접유출량 증가는 미래로 갈수록 극치가 현재보다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의 기존 연구에서도 제주도 강우량은 과거에 비해 1.45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10년 이동평균치는 2070년경부터 지표유출량이 크게 증가됨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기후변화가 장기유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Present: 2000∼2030년, Future 1: 2031∼2070년, Future 2: 2071∼2100년 3개의 유형으로 나눠 미래 강정천유역의 월별 유출량 변동성을 분석했다. 미래로 갈수록 월 평균 유출량이 점차 증가하여 Future 2(2070∼2100년) 일 때 유출량이 가장 많이 증가하고 있어 미래로 갈수록 극치가 현재보다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여름철과 가을철의 최대 지표유출량 증가는 수자원 확보 및 관리를 어렵게 하여 홍수피해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제주도 수자원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수자원 정책평가 및 관리에 매우 신중하고 철저한 대비책을 요구한다. 향후 기후변화가 미래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장기간 신뢰도 높은 하천유출량 및 수문관측 자료의 구축과 인구증가와 토지개발 등으로 인한 토지이용도 변화도를 고려해야만 한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량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현재 일단위 강수량 자료를 시간단위로 변환하는 등 많은 후속 연구과제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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