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대학원생의 시간표 < 7 > 구양백호(중어중문학과 박사과정)씨

구양백호(중어중문학과 박사과정)
구양백호(중어중문학과 박사과정)

 

구양백호(歐陽百浩, 29, 중어중문학과 박사과정)씨는 제주한라대학교 학사과정, 제주국제대학교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현재 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많은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 한국으로 온 구양백호씨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원래는 중국 합비대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중국에서 학교 다닐 때 미래에 대한 고민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러다 문뜩 든 생각이 ‘만약 내가 이렇게 중국에만 있는다면, 주변 친구들처럼 평범하게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찾으며 살아가겠지?’였다. 나는 평범하게 사는 것보다 다양한 도전을 하며 살고 싶었다.

그래서 중국에서 1년 반을 재학한 후, 합비대학교와 교류하던 제주한라대학교를 선택해 한국에 오게 됐다. 다른 해외로 갈 수도 있었지만, 한국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가수 ‘동방신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좋아하기도 했고, 한국에 오면 동방신기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하는 마음과 동방신기를 좋아하는 나의 팬심이 한국으로 이끌었다.

▶상상했던 한국과 현실은 같은지.

완전히 달랐다. 아직 동방신기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을뿐더러 들었던 소문에 의하면 한국 공항에서 연예인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한국에서는 공항을 걷기만 해도 여기 현빈이 있고, 저기 한가인이 있을 줄 알았다. 동방신기만큼은 만나고 싶었으나 한국에 온 지 8년이 되는 기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콘서트를 가도 됐지만, 거기까지는 열정이 미치지 못했다.

한국으로 유학 오기 전에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 와 보니 맛있는 음식이랑 놀거리가 많았다.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 중국에서 학생 신분으로 1년 동안 못 버는 돈을 한국에서는 한 달 만에 벌었다.

그러나 당시 돈을 버는 것보다 공부를 더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열심히 공부하러 한국에 왔지만, 학부생 때 남는 게 시간이라 서울도 다녀오고 아르바이트도 해서 용돈을 벌며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았다.

석사 때도 바쁘지 않게 보냈지만, 박사과정은 다르다. 내 지도 교수님께선 지식이 너무 풍부하고 배울 점이 많은 훌륭한 사람이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세 글자를 머릿속에 새겼다. 소논문을 준비하는 등 바쁘게 보내다 보니 예전처럼 아르바이트도 못 하고 잘 놀지 못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제주한라대학교를 졸업한 후 제주국제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석사학위 취득 후에 중국으로 가려 했으나, 같이 한국으로 유학 왔던 친구들과 한 선생님께서 박사과정을 밟을 생각이 없느냐는 조언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너무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한국에 왔고, 아무래도 박사학위까지 있으면 취직하거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기에 또다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다.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제주대학교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국립대이면서 동시에 제주에 오래 있었던 만큼 친구들도 많이 있기에 다른 지역을 선택하지 않고 제주대학교를 택했다.

▶중어중문학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주변에서 중국인임에도 왜 중어중문학과를 선택했는지 물어보는 말을 많이 들었다. 중국인이어도 중국의 전통문화 등 중국의 모든 것을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알아가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학과를 선택할 때 국어국문학과와 중어중문학과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중국 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기에 중어중문학과를 선택했다. 고대 시 같은 옛 시에서 볼 수 있는 문장 속의 단어 중 같은 단어지만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글자나 이야기가 많기에 이러한 것들을 배우고 싶다.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의 차이는 어떠한지.

사실 석사과정 때는 공부를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았다. 논문을 쓰고, 학점도 괜찮게 따면 됐었다. 그러나 박사과정을 다니면서 보니 주변에 있는 한국 대학원생과 중국 대학원생들 모두 열심히 공부했다. 처음 제주대학교 대학원에 들어왔을 때 느꼈던 것이 공부하는 분위기나 환경이 너무 달라졌다는 것이다.

석사학위 취득을 위해 작성한 논문은 책 한 권을 번역해서 제출하면 됐었다. 그러나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소논문도 쓰고 앞으로 학위논문도 써야 하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었다. 주변 교수님들이 무엇을 연구하고 싶은지, 계획은 무엇인지, 연구 대상은 무엇인지 물어보셨는데 계속 답을 미뤘었다. 석사 때는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는데도 한가할 정도였다. 

석사 때와 달라진 점은 마음가짐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고 모든 일에 열심히 임하고 있다.

▶학교생활은 어떠한지.

제주대학교에 온 지 1년 반 정도 됐다. 학과 분위기도 너무 좋고, 흔히 말하는 ‘깐부’처럼 지내는 대학원생들과 같이 공부한다. 얻고 싶은 지식 공부도 하고, 연구 방향을 잡아가고 있기에 너무 만족스럽다. 문화 체험도 할 수 있고, 대학원 상담실에서 상담하는 등 불편한 점이나 고민이 있으면 선생님들과 상담할 수 있다. 한국말을 할 수 있긴 하나, 아직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렇기에 시간이 있으면 한국어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어를 배운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혜택이 많기에 학교생활에 잘 참여하고 싶다. 그러나 최근에는 너무 바빠서 못 참여하는 점이 아쉽다.

▶일과는 어떠한지.

수업이 없는 경우에는 보통 연구실에 있다. 연구실에서 공부하거나, 한 시간 정도는 한국어 공부를 한다. 중국 정부가 주관하는 통번역 자격시험(CATTI)을 공부하고 있는데 난이도가 높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도 봐야 하기에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나머지 시간에는 소논문 작성을 위한 준비를 한다. 또한, 출입국에서 외국인을 위한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신청해 종종 수업을 듣고 있다.

▶졸업 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박사학위 취득 후 중국에서 중어중문학과에 중국문화와 관련해서 가르치고 싶다. 처음에는 강사로 일하고 싶지만, 논문을 열심히 쓰다 보면 교수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 교수가 됐으면 좋겠다.

만약 한국에 좋은 일자리가 있다면 한국에서 취직해도 좋을 것 같다. 한국에서 취직한다면 국제학교나 고등학교에서 중국어 선생님으로 일하고 싶다. 한국에서 교류를 어떻게 하고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치는지 궁금하다. 학부생 때 대학교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때 학교 간의 교류를 위해 담당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학교에서 이와 같은 교류의 기회가 있으면 한국과 중국 국제 교류 쪽으로 일해도 좋을 것 같다.

▶힘든 대학원 생활 속에서 소소한 재미가 있다면.

대학원에서 같이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 중 한 분이 목사님이다. 특별히 방학 혹은 개학하기 직전에 제주시를 떠나 맛있는 것을 먹고 드라이브도 한다. 힘들 때면 같이 모이자고 한 다음 논다.

이렇게 놀자고 모인 날만큼은 논문이나 숙제 얘기를 하지 않고 서로 재미있는 얘기를 한다. 이 목사님 덕분에 많은 조언과 논문 주제도 얻으며, 격려를 해주셔서 힘을 냈다. 힘들 때 바다를 본 후 커피숍에 가거나 목사님께서 집에 초대해 주셔서 맛있는 것을 먹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너무 바쁘게 살고 있지만, 바쁘게 사는 것이 꼭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바쁘게 살면 잡생각을 하지 않게 돼 자기 일에 열심히 집중할 수 있다. 쉽고 편하게 사는 것보다는 치열하고 열심히 살았던 날들이 훗날 더 기억에 남고,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에 유학하러 오고 싶은 예비 유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조건 오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에 직접 와서 한국 사람이 말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한국 문화는 어떤지, 책에서 보던 것과 실제는 같은지 몸소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한국에 왔을 때 공부는 어떻게 열심히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보다 일단 와서 많이 봐야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알 것 같다.

상상했던 유학 생활보다 힘들 수도 있지만, 모국에서는 못해볼 유익한 경험을 해나갈 수도 있다. 학부생으로 있을 당시, 다방면으로 열정이 넘쳐 유학생 담당자분께 추천받아 유학생회장을 했었던 것도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큰 경험이었다. 주어진 기회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고,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다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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