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고 싶은 책

 

 

밝은 밤 / 최은영
밝은 밤 / 최은영

 

그들은 사랑받고 싶었을 뿐. 이 책을 읽을 때 드는 생각이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위로와 사랑을 받고 싶었을 뿐이라고. 사랑을 할 줄 모르고,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상처받는 그들을 보며 나는 깊은 공감과 슬픔을 느꼈다. 그리고 상처받은 이들이 또 다른 사람에게 쉽게 상처가 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는 어느 시대에서나 누구나 쉽게 경험하는 아픈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우리가 아픔을 딛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책에서 지연은 외도의 슬픔을 겪고 가족들의 이해조차 받지 못한 채 도망치듯이 어린 시절 추억으로 남아 있는 희령이란 곳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지연은 본인의 할머니를 만나고 할머니로부터 증조모, 할머니 그리고 자신의 엄마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이때부터 지연의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백정의 신분으로 어머니를 버리고 도망친 증조모로부터 중혼한 남편에게 버림받은 할머니, 첫째 딸의 죽음을 경험한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연은 자신도 모르고 있던 가까운 타인의 삶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 속에 빨려 들어가며 지연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었던 타인의 심정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연은 엄마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연의 바뀐 태도는 엄마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오랜 기간동안 쌓여있던 오해와 아픔들은 지연으로부터, 그리고 할머니의 그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조금씩 치유되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님의 담담한 문체와 표현력은 마치 나도 그 상황에 함께 있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오랜 시간동안 책에 몰두해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특히 작가님의 무미건조한 동시에 감정을 풍부히 드러내는 특유의 문체는 각박한 삶 속에서 결국 마음과 감정을 닫은 지연의 모습을,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책에서의 지연의 이야기는 단순히 지연의 가족관계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어떠한 관계에서든 쉽게 상처를 주고받게 되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얼마나 지연과 같이 아팠는가, 그리고 얼마나 지연과 같은 사람들을 만들었는가 성찰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슬픔과 슬픔, 슬픔이 모여 치유를 겪는 성장스토리이다. 4대에 걸쳐 내려오는 각 개인의 마음의 상처들은 어느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겹겹이 쌓여간다. 사랑받고 싶었지만 새로운 상처를 얻게 될까봐 애써 무시하는 마음들은 슬픔을 덮어두는 안 좋은 습관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슬픔을 맞이했을 때 피하려고만 했던 이들은 결국 조각나 갈라졌다. 하지만 그들이 용기를 내고 슬픔을 마주하고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게 되자 다시 하나의 가족으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p.336-337 한 사람의 삶 안에도 측량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할 테니까.

p.337 그 애(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관심을 바라면서, 누구도 아닌 나에게 위로받기를 원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다. 우리 모두 마음 한 켠에 슬픔 한 자루쯤은 담아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받을 수 없다. 결국 사랑은 타인이 아닌, 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나의 인정과 나의 위로와 나의 관심, 그리고 나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고통을 주고받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아픔을 딛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았다. 정답은 나를 돌아보는 것. 내 아픔을 마주하는 것. 나를 사랑하는 것. 그리고 남의 아픔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간단한 원리이지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이 세상에 ‘희자(기쁜아이)’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또한 이 책이 모든 이들의 슬픈 마음에 미쳐 밝은 밤으로 드러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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