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가 3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서서히 올해를 돌아보며 성과와 과제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시간이다. 동시에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 새해를 향한 발걸음의 긴장도를 지금부터 올려야 한다. 그래야 내년을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우선 2학기 학사일정과 아라대동제 등을 안전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대외적으로 시행될 국정감사 등의 평가 자리를 순탄하게 건너가야 한다. 그러면서 내년 정책과 사업, 예산을 꼼꼼하고 현실적으로 편성, 수립해야 한다. 

내년을 안정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이 실현할 새해 비전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지금부터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새해 비전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올해 제주포럼의 주제인 ‘갈등을 넘어 평화로: 공존과 협력’이다. 

내년은 ‘제주4ㆍ3 75주년’이다. 4ㆍ3이 만든 평화와 인권, 상생 모델은 세계 평화를 실현하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내년 봄,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대내외적 참여와 연대의 물결이 더욱 따뜻하고 활발할 것이다. 

관건은 공존과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담론과 이론, 정책의 틀이다. 그 틀이 없다면 자발적 참여와 연대는 뚜렷한 역사 전환의 물줄기로 모아지기 힘들 것이다. 그 틀을 만드는 중심이 대학이 돼야 한다. 

올해 평화포럼에서 오영훈 도지사는 기조연설을 통해 “글로벌 평화 도시들은 선도적으로 실천해온 경험을 공유하면서 인류와 지구촌을 위협하는 갈등 요인을 없애야 한다. 글로벌 평화도시 연대 확대를 위한 상설기구로서의 국제협의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제안이 제안에 그쳐서는 안된다. 새해 글로벌 평화도시들의 국제협의체가 실질적인 결실로 나타나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대학이 사회적 지혜와 역량을 모아 실천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공존과 협력’이 절실한 이유는 기후 변화에 따른 재난과 코로나19 이후 모든 분야의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 전, 태풍 ‘힌남노’가 제주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상처 치유가 끝나기도 전에 가을 태풍 세 개가 제주를 둘러쌌다. 이러한 양상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제주는 더 큰 기후 재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코로나19 재난은 양극화의 구조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장기간 이어진, 언제 끝날지 모를 어둔 터널을 막막한 심정으로 걸어가는 이웃들이 너무 많다. 주저앉은 이웃들을 일으켜 세우고 함께 어깨동무하며 걸어가야 하는 소명이 모두에게 있다. 

현재적, 미래적 과제들을 해결하는 근본 토대 역시 ‘공존과 협력’이다. 하지만 너무나 추상적 개념이어서 구체적 실천 방안이 따르지 않는다면 ‘희망고문’에 그치고 말 것이다. 

대학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다. 불투명한 안개를 걷고 ‘공존과 협력’의 길을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구심점이 되길 바란다. 새해 비전을 연말 혹은 새해에 구체화하는 건 너무 늦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올해 성과와 과제들을 냉철하게 분석하면서 ‘공존과 협력’의 희망을 지속가능한 삶의 원동력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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