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생각한다 / 문태준 / 창비 / 2022

제주 BOOK카페  < 19 >

 

최근에 문학가들도 여러 명 제주도로 이주했다. 떠오르는 사람들을 그냥 나열해 보면, 강지혜 시인, 최금진 시인, 임철우 소설가, 장정일 소설가, 한영인 평론가, 장이지 시인, 문태준 시인 등이 있다. 문태준 시인의 시집 《아침은 생각한다》는 시인의 말에서 “2022년 2월 제주 애월읍 장전리에서”라고 표기되어 있는바 제주도에서 이 시집을 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시를 쓰려고 늦깎이로 대학에 가서 시 공부를 할 즈음, 문태준 시인의 시를 접했다. 시도 시이지만, 1970년생이라는 프로필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나는 당시 내가 문예지 신인상에 번번이 떨어지는 것은 심사위원들이 1970년대생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음모론으로 나를 위무하고 있었다.

이제는 1990년대생 시인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데, 무슨 세대 타령인가 하겠지만, 그때 나는 꽤 진지했다. 1970년대생은 산업화 시기에 유년기를 거쳤기에 이전 세대와는 다른 정서가 있다고 생각한 것. 지금 MZ세대라는 말처럼 당시에 우리는 X세대로 불렸다. 하지만 문태준 시인의 활약은 나의 음모론을 불식시켰다. 

그후 20년 정도 흘렀다. 제주도 땅값이 많이 올랐다. 문태준 시인은 절창으로 가득한 시집들을 연이어 냈고,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여러 편 시가 수록됐다. 상복이 많아 소월시문학상, 미당문학상을 거쳐 최근에는 박인환상까지 받았다.

몇 해 전에 EBS에서 전화가 왔었다. 책방 관련 프로그램이 있는데 문태준 시인이 내가 운영하는 시집 서점에서 촬영을 하고 싶다는 것. 동인들과 함께 가기로 한 통영 문학기행과 날짜가 겹쳐  망설이다 고사했다. 

그가 제주불교방송으로 왔을 때 그곳에서 일하는 L기자가 내게 카톡으로 물었다. 문태준 시인이 국장으로 오는데, 꽤 유명한 시인인 것 같다며 어느 정도로 유명한 시인인지 물었다. 나는 뭐라 표현하기 어려워 그냥 ‘ㄷㄷ’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시 <종소리>에는 수산리, 장전리가 나오고, <수평선>, <새와 한그루 탱자나무가 있는 집>, <어부의 집> 등은 제주도의 어느 풍경을 보고 썼을지 가늠해 보는 게 먼저였다. 마치 제주도에서 촬영한 영화의 촬영지를 둘러보는 것처럼 같은 자리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시인은 제주 어느 바닷가에서 “주름 잡힌 푸른 치마와 흰 셔츠, 지구본, 항로와 갈매기, 물보라, 차가운 걱정과 부풀려진 돛, 외로운 저녁별을”(<수평선> 부분)을 올려놓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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