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말 말 말 신조어 타령

 최규일                           국어교육과                   명예교수
 최규일                           국어교육과                   명예교수

 

코시대 코시절 코시국에 ‘신조어 타령’을 하자니, 낯이 간지럽기도 하고 좀 계면쩍기도 하다. 더구나 마스크를 쓰고 말하려니 불편하기 그지없다. 살다보면 ‘돈타령’을 하지만, 말 타령인 ‘신조어 타령’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 해서는 안 될 말, 막말에 부적절한 말들이 너무 떠돌아다닌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이 산으로 가면 쑥꾹쑥꾹 저 산으로 가면 쑥쑥꾹쑥꾹’ 김세레나 새타령을 부르며 〈말 말 말, 신조어 타령〉에 나선다. 

“말할 수 없는 건 침묵하라”는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믿어야 하나.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는 하이데거의 말을 따라야 하나, 그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 했지만, 언어(말과 글)란 인간의 생존 조건이요, 생활의 필수 도구이다.

사람은 언어 없이는 사람다운 삶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는 존재다.  사람은 말이 막히면 생각도 죽는다. 언로(言路)가 막히면 국정도 막힌다. 말의 자유(freedom of speech)와 의사소통 없이는 정치도 문화도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비밀은 말과 글로써 폭로된다. 

코로나 시국에 신조어가 넘쳐난다. 신조어는 여론을 조장해 민심을 비추는 거울이다. 신조어에는 얽히고설킨 인간들의 심리가 담긴다. 신조어는 호기심에서 비롯하고, 유행어는 공명심을 불러일으킨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신어(신조어)가 세상 사람들의 입에 널리 오르내리다가 유행 따라 사라진다.

소셜미디어나 페이스북에서 막말이나 댓글로 욕설, 험담, 폭언, 망언이 언어폭력으로 번지면 사회가 혼란스러워 나라가 혼란스럽다. 요즈음 정치인의 언어가 너무 혼탁하다. 사람을 빗대거나 조롱하기도 하고, 사회를 풍자하여, 다분히 신조어가 말장난-언어유희로 정치화 돼가는 경향이다.

지난 문 정권 5년에 생긴 신조어와 새 정부 들어 탄생한 신조어를 견주어, 그간의 정국을 조명해본다. 그동안 생긴 신조어들을 살피니 흥미롭지만 안타깝기도 하다.

①코시대, 코시절, 코시국, ②코로나 19. ③팬데믹 시대, ④화이자 백신 ⑤오미크론, ⑥마기꾼(마스크+사기꾼),⑦‘롱코비드’(코로나 장기 후유증) 우려에 롱코비드가 다시 대두되다. ‘롱코비드’ 주의보, 숨은 감염 1000만 명이라니 팬데믹 시대 코로나에 더 조심하자. ⑧마스크 착용 필수. 버스 안엔 ‘과태료 십 만원’이란 문구도 적어 놓았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마스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팬데믹을 겪으며 세계인의 ‘공용어’가 됐다. ⑨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심리) 검사. MBTI 연애, ⑩ADHD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증상). 하다못해 MBTI 검사나, ADHD이 생겼을까. ⑪‘네버 코비드(Never Covid)’ 코로나 시대 한번도 안 걸린 사람을 말한다. 국내 ‘내버 코비도’ 족은 3300만 명으로, 코로나 감염 경험자 1900만 명보다 많다. ⑫‘갑질’은 우월한 지위를 지칭하는 ‘갑’과 특정 행위를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접미사 ‘질’을 합친 혼성 신조어(Hybrid Neologism)이다. ‘갑질’은 힘을 가진 ‘갑’이 지배 종속 사이인 ‘을’을 확대하는 언행이다. 낮은 지위의 일반 하급자를 괴롭히고 학대하는 일종의 패악질이다. ‘갑질’, ‘꼰대’, ‘치맥’, ‘내로남불’ 따위는 국제적으로 알려진 한국식 신조어다.

코로나 시대 마스크 때문에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의사소통에는 말과 글로 하는 언어적 소통과 말과 글이 아닌 비언어적 소통[몸짓언어, 육체언어, 장애인의 수화(手話) 따위]이 존재한다.

MBTI 성격검사. MBT 연애 궁합표. MBTI 심리 검사는 감각, 감정 판단, 인식지표에 따라 성격을 16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를 INTJ 같이 영어 일파벳 4개로 표현한 말이다. 미국 CNN은 한국의 MZ세대가 데이트 상대를 찾는데 MBTI를 적극 활용한다고 보도했다.

앞선 예시들은 코로나 시대에 생긴 신조어들이다. 말은 시대의 산물이요, 그 시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언어는 시대 따라 생성 소멸한다. 신조어(Neologism)도 마찬가지다. 신조어도 유행하면 유행어처럼 입에 오르내리다가 사라진다.

지금 말 한마디 발언이 파문을 일으켜 세상을 시끄럽게 한다.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 미국 순방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회의장을 나오면서 사적으로 동료에게 말했다는 〈비속어(욕지거리)〉를 했다고 정가가 시끌시끌하다. 말 선동(煽動)과 혹세무민(惑世誣民)에 나라가 시끄럽다. 난리다. 

언어 사용과 표현에서 주의할 점은, 같은 말이라도 상대방과 상황에 따라 말해야 한다. “요즘 애들은 새끼는 안 낳고 개새끼는 안고 키운다”는 말도 상대방과 상황에 따라 말해야지. 잘못하면 욕 듣거나 뺨 맞는 세상이다. 작금의 정치판을 보니, 이판사판(理判事判)하는 중들과 다름없어, 여야 정치 공방과 공작이 가관이다. 도가 지나쳐 정치 신뢰를 잃어간다.

내가 평소 즐겨 좋아하는 신조어는 ‘아나바다’이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기’의 줄인말이다. 지금은 유행어로 일상어가 되었지만. 가난과 민생고 시대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좀 더 잘 살아보자는 ‘새마을 운동’처럼 ‘아나바다’ 운동으로 말 정화(淨化)에 나서자. 좀 더 정제된 언행으로 겸허하고 절제하며 국정을 다잡고, 새 출발을 각오할 때이다.

언쟁(言爭)과 논쟁(論爭)을 막으려면 비속어, 저속어, “까발리다” ’XXX’ 따위 막말이나, 금기어를 찾아 헤아려 살펴야 한다. ‘사사사사’(인사-검사-수사-여사) 땅땅땅땅 치는 조롱 섞인 말장난이나, 말실수, 망언에 말조심해야 한다. 입으로 지은 죄 구업(口業)을 맑게 씻기 위해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을 아침저녁으로 외워라. ‘부드러운 말 한 마디 미묘한 향(香)이로다.’ 언어 왜곡, 말 조작, 말 선동 그만하고, 차별 언어 사용 말고, 말(용어)의 의미(개념) 차이와 뜻 구별을 바로 알아 올바른 언어 사용에 힘쓰자. 세치 혀로 요설(饒舌)짓는 정치 공방 그만하고, 민생과 나라 바로세우는 일에 전념하자.

신조어에는 은어(隱語), 슬랭(slang), 캔트(kant)도 존재하다. 이를테면 ‘장포대’는 ‘장군 진급에서 장군을 포기한 대령’을 줄인 말이다. 어감에서 느껴지듯 ‘장포대’는 장군 진급에서 연거푸 탈락한 뒤 예편만 기다리는 대령을 뜻한다. ‘개딸’도 ‘개혁의 딸’이란 의미는 좋지만 어감이 별로다. 신조어 사용에 저질 비속어나 막말, 망언은 자제해야 한다.

인간이 만든 말과 글에서 신어(신조어)란 무엇일까? 인간이 만물의 영장(靈長)인 건 ‘언어(말과 글)’을 가졌기 때문이다. 언어의 위대함과 언어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를 알아, 불립문자(不立文字). 언어도단(言語道斷), 반상합도(反常合道)를 깨치자. 언어순화에 나서자. 우리말을 갈고 닦자.

언어 왜곡, 언어 날조와 선동으로 정체성과 국정을 위협하거나 협박한다면.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로 가야하나? 신조어를 만드는 현실론자들은 이미 흘러간 과거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오히려 미래가 더 중요하지 않으냐고 말할지 모른다. 언어 표현력에서 신조어는 상상력과 창의력의 발로인가? 

인류 문화의 기초와 기본이 ‘언어’이다. 언어학은 모든 학문의 기본이다. 언어철학에 미학(Ethics)이 존재하는 까닭을 알지어다. 언어 없는 학문은 성립하지 않는다. 정치도 언어 없이 성립될 수 없다. 

‘말이면 말이냐 말이어야 말이지. 글이면 글이냐 글이어야 글이지.’ 올바르고 적절한 말과 글을 써야지. 바른말 고운말 어데 두고. 얼토당토 않는 막말, 댓글 쌍욕 웬 말이냐. 망언에 언어폭력 막아야지. 지성과 양심이 방심하는 사이 ‘어제의 용사’들이 한국의 역사학계를 점령한 듯하다. 편향된 역사가나 정치가는 편향된 역사ㆍ정치밖에 쓸 수 없다. 왼쪽병을 탈피해야 한다. 오른쪽병도 마찬가지다. 균형(均衡)을 찾자. 

중국이 세계 중심이고, 주변국은 모두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 오랑캐라는 중화사상(中華思想)이 오랜 세월 지배해왔다. 중국의 역사 왜곡·날조의 밑바닥에는 중화사상과 역사 패권주의가 존재한다. 중국은 동북공정(東北工程) 뿐 아니라 단대공정(斷代工程), 탐원공정(探源工程), 일련의 역사 공정으로 몽골, 티베트, 신장, 동북 3성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하는 정책 시도를 펼친다. 황하문명보다 빠른 요하(遼河)문명을 자국사(自國史)로 윤색해 중국 문명의 뿌리를 규정하려 한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우리의 단군왕검이 세운 단군조선, 기자조선, 발해, 고구려 땅을 모조리 빼앗겨 잃어버렸다. 2002년부터 고구려와 발해를 ‘소수 민족 지방 정권’으로 몰아 자국 역사에 편입하기 위해, 지금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은 ‘중국은 하나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중국몽(中國夢)’이란 정치 구호 속에 동북공정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한국을 명나라 청나라 때 조공을 바친 중국의 속국으로 여긴다.

오죽하면 아홉 살 손녀가 대통령이 돼겠다면서, ‘땅 따 먹기 땅 치기’에 우리 땅을 모두 빼앗겼다고 억울해 통곡한다. 잃어버린 영토와 나라를 무엇으로 어떻게 되찾을 건가. 영토를 빼앗기면 국가를 잃어버린다. 망국(亡國)이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만물유전(萬物流轉)이요, 만유유의(萬有有意)이다. ‘새로운 것’이란 과연 무엇일까?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피카소의 말도. 모든 창조물은 그동안 만들어진 작품들의 모방이자, 재조합이다. 뉴턴은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우리보다 먼저 생각하고 고민했던 과거 사람들의 어깨에 올라타 그들보다 더 먼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결국 인간과 기계. 모두가 과거 데이터(자료)와 정보를 재해석할 뿐이라면, 인간 고유의 상상력과 창의력이란 과연 존재할까? 인공지능(AI)이 의식은 없지만 인간을 따라잡을 날이 머지않다. 교육이 미래다. 언어 교육. 특히 ‘나라말 교육’도 미래 교육에 뺄 수 없는 필수다. 

말과 글에 더 많은 관심을 갖자. 앞으로 순우리말(고유어) 신조어나 한자어 신조어보다 외래어 신조어가 더 증가하리다. 팡 시대 저물고, 만타 달려온다. 코비드 패스(Covid Pass),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metaverse)가 다가온다. 성경(聖經,Bible) 창세기에 ‘바벨탑 언어’ 이야기가 나오지만, 인류사는 언와 함께 발전해 왔다. 언어도 진화해 왔다. 

여기 〈말 말 말. 신조어 타령〉에 정답은 없다. 정치가 나라를 망치는 진흙탕 개싸움 같은 말싸움 그만하자. 말 한 마디에 나라가 시끄럽고 어지러워 난리다. 그럴수록 다들 언행에 조심하자. 세 번 생각하고 말하자(三思一言)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