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고 싶은 책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저자 김누리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저자 김누리

 

“이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그러나 절망을 설교하는 자는 개자식이다.”

독일 시인 볼프 비어만의 말이다. 우리 사회는 희망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낡았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하고 청년의 취업은 쉽지 않으며 고용은 불안정하다. 그렇다고 절망하기엔 대한민국은 너무 험난한 역사를 겪어왔다. 군사독재 시대를 겪었고 동시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했다.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안에서 많은 희생을 치렀다. 그렇기에 우리는 절망할 권리마저 없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무엇이 우리 사회를 이토록 지옥에 넣어버렸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저자는 군사독재 이후 자본독재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한다. 지금의 자본독재 사회는 정치·사회·문화·경제·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과도하며, 그 과도한 경쟁이 사람을 피폐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 과도한 경쟁은 연대와 협력을 거부하며 오히려 인간을 적으로 보는 것이다. 이 책의 표현대로 ‘무례사회’인 것이다. 

“무례사회는 돈만 벌 수 있다면 인격 모독 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 인간을 경시하는 사회다. 성형 광고의 주체인 ‘의사 선생님들’의 경우에서 보듯, 이 사회를 지배하는 기득권 집단의 인식은 지극히 천박하다. 이들은 대개 이 사회의 교육과정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수한 ‘우등생들’인 까닭에, 이들의 천민성은 그대로 사회의 성격을 대유한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모르는 자를 ‘모범생’으로 길러내는 무례사회에 미래는 없다.”

이런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교육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교 안에서 일상의 파시즘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런 일상의 파시즘은 민주주의를 강력하게 방해한다. 지나친 지식기반 교육으로 생태교육, 성교육, 사유하는 교육 등이 부재하다시피 하다. 단순히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학습기계’로 만든 한국 교육이 어떤 참사를 불러왔는지 상세하게 이야기한다. 

“저 침몰하는 배 안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던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듯이, 이런 부조리한 교육, 불합리한 세상을 묵인하는 우리들은 어쩌면 이 땅 위에서 매일매일 조금씩 우리 아이들을 죽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대학교육엔 문제가 없는가. 한때 민주주의의 장이었던 ‘대학’ 공간은 단지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취업률로 대학이 평가되고 서열이 결정되는 현실이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고등학생은 대학에서 어떤 학문을 배우고 싶은지에 따라 학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이 잘될 것 같은 학교를 골라 가는 것이다. 학문은 점점 도태될 것이며, 고등 교육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장인 대학의 가치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

이런 점이 대한민국이 희망을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 끊임없는 사익 추구와 경쟁, 허망한 능력주의가 희망을 말할 수 없는 사회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허망한 능력주의’는 ‘공정 담론’과 같이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거시적인 담론에 합리화된다. 물론 이 책을 보면 절망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 절망을 마주하는 와중에 희망을 봐야 한다. 강한 변화에 마주해야 한다.

이 책은 그 변화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한국 사회의 현실에 공감하면서 변화 가능성을 도모하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이 책은 시간에 흐름에 따라 쓴 것은 아니다. 시간이 들쑥날쑥하더라도 같은 주제라면 모아 합쳐 놓았다. 한국 사회라는 같은 뿌리 아래 한 주제, 한 주제마다 깊이 있는 생각이 가능하다. 결국 한국 사회라는 한 뿌리로 수렴되지만, 경제·정치·사회·문화·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 자기 생각을 하게 만든다. 대학 생활하는 우리는 분명 자기 생각이 필요하다. 개똥철학이라도 자기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이 책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읽고 비판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 사회를 살아가고 있고, 그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 책임이 있다. 그 사회적 책임을 함께 생각해 볼 때라고 느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분명히 이 시대 희망을 말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랑하는 사회를 위해서라면 사기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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