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관련 기관서 리더 되고파
제주대와 중국 대학 다른 점 많아
“차별적인 시선과 편견 없이 다가왔으면”

>> 제주대 유학생을 만나다 < 4 > 레이첼 로우(사회학과 3)씨

레이첼 로우(사회학과 3)
레이첼 로우(사회학과 3)

우리 학교에는 한국인 학생뿐만 아니라 30여 개국의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학생들이 유학길을 선택해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 중 한국의 문화를 몸소 겪고자 중국 남쪽 광둥성에 위치한 도시인 선전시에서 유학 온 레이첼 로우(사회학과 3)씨를 만나 제주대에서 보내는 유학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간단한 자기소개. 

작년에 사회학과 3학년으로 편입해 재학 중이다. 고향인 선전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작은 어촌이었는데, 지금은 중국 4대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국제적인 도시다. 진로는 NGO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공공성을 지향해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 그 분야의 전문가와 리더가 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이다.

평일에는 학교 수업 외에 연구실에서 근로 학생으로 일한다. 외국어교육원에서 언어교환 활동도 하고, 주말마다 서예와 봉사활동도 하며 즐겁게 지낸다. 이렇게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제주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 더 공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해녀분들과 인터뷰도 했고, 4ㆍ3 평화공원도 여러 번 다녀왔다. 2년 동안 유학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힘든 점은 많다. 그러나 이제는 여기서 적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격려해주고 있다. 

▶제주대로 유학을 오게 된 계기는.

제주도는 고향인 선전시에 비해 사람도 많지 않고, 자연환경과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기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고 싶어서 왔다. 2017년 10월 2주 동안 한국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어느 지역보다 제주도가 가장 좋았다. 그 기억도 제주대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줬다. 

한국에 관한 관심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됐다. 그 시절 ‘드림하이’라는 한국 드라마를 너무 재미있게 봤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부터 한국의 음악, 음식, 사회, 정치 등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졌다. 그렇게 3년 뒤인 2020년 9월에 한국 문화를 배우고 싶어 제주도로 왔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상황이었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제주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한국어를 공부한 적 없었는데,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런지 두 학기 모두 장학금을 받을 만큼 잘 해냈다. 지난해 5월에 TOPIK 5급을 따면서 한국어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생겼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국 문화를 더 깊이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3학년으로 편입하는 것을 결정했다.

▶한국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어떤 일이 있을 때 공공 서비스의 도움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다. 주민센터에 가면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직원들도 친절하게 도움을 준다. 중국에서는 인구가 너무 많기에 이런 점이 잘 안된다. 또 한국에서는 전화로 연결되는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어 편하다. 중국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어도 연락하는 것이 어렵다. 나중에 중국에 간다면 이런 편리했던 경험을 활용해 사회 복지 시스템에 적용해보고 싶다.

▶중국 대학과 제주대의 차이점은.

제주대와 중국의 대학교는 다른 점이 매우 많다. 중국에서는 학생에게 수업 시간표와 교재를 다 제공해준다. 과마다 전공 수업 시간과 교양 수업 시간이 다 정해져 있다. 반면 제주대에서는 수업 시간표부터 수강 신청까지 학생이 직접 한다. 교재도 강의에 맞춰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 교수님이 가르치는 방식도 다르다. 중국 대학교는 고등학교와 느낌이 비슷하다. 한국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토론하고, 조별 과제와 발표를 하는 것과 달리 교수들이 지식을 전달하는 데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험 방식의 차이도 크게 느낀다. 중국에서는 고등학교 시험처럼 문항 수가 많다. 반면 여기서는 큰 종이를 주고, 몇 개의 서술형 문제에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적는 유형이 많다.

▶유학생활을 하며 어렵거나 불편했던 경험

3학년으로 편입해 시간표를 전부 전공 수업으로 채워야 했다. 전공 수업은 교양 수업에 비해 내용과 용어가 복잡해 이해하는 것이 힘들어 학업 스트레스가 많았다. 또 코로나19 때문에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고, 타지이기에 친구가 없어서 외로웠다. 도움을 받고 싶어도 누구를 찾아야 하는지 몰라 다 포기하고 귀국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한국에서 유학하기 위해 오랜기간 부모님을 설득했던 모습들을 떠올렸다. 힘들지만 중국과 다른 한국 교육 시스템과 문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중국 유학생들은 어떻게 유학 생활을 보내는지 알아보려고 ‘제주사회론’ 기말보고서에 ‘25명의 중국인 유학생 생활 적응’을 주제로 글을 써보기도 했다. 그렇게 1학기가 끝날쯤에는 여유가 생겨 선배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나서 궁금한 것들을 여쭤보고, 학과 교수님과 상담하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제주대에 다니면서 겪은 문화적 차이는 어떤 것이 있는지.

만나는 사람마다 개인적인 질문을 자세히 묻는 것이 충격이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도 “나이가 어떻게 돼요?”, “부모님은 뭐 하세요?”, “왜 한국에 왔어요?”, “나중에 진로가 어떻게 돼요?”와 같은 질문들을 한다. 중국에서 살았을 때는 초면에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조금은 부담스럽다.

또 신기하다 느꼈던 점은 자기 생각과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시위가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시위는 하지만, 이만큼 자주 있는 것이 어렵다. 시청 앞을 지나갈 때면 1인 시위를 하는 것도 볼 수 있는데, 중국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인 학생들이 중국 유학생들에게 편견을 가지지 않고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얼마 전 한 친구가 한국인 학생 150명 정도를 조사해 봤더니 중국인 유학생을 제일 싫어했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말을 전해줬다. 대부분의 중국 유학생들은 한국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자기들끼리만 소통한다. 다른 나라 유학생들보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한국 친구가 없는 편이다. 한국 학생들이 중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과 편견을 버리고 다가와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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