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종이책을 갈수록 멀리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0년 전만해도 대학생의 독서량은 한 달 평균 3~4권이었지만 요즘은 1년 치와 맞먹고 있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물론 전자책이나 웹툰 등을 읽는 대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국정감사에서 대학생들의 독서율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9월 2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무소속)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역거점 국립대학 10개교의 지난해 1인당 도서대출 건수는 3.25권으로 4년 전에 견줘 절반 가까이 줄은 것을 알 수 있다.

제주대의 최근 5년간 재학생 평균 종이책 대출 현황은 2017년 4.9권(10개교 평균 6.35권, 이하 생략), 2018년 5.6권(5.76권), 2019년 5.1권(5.41권), 2020년 3.6권(3.36권), 2021년 3.9권(3.25권), 2022년 8월말 기준 2.3권(2.44권)이다.

증감률로 보면 제주대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20.4%(평균 -48.8%) 줄었다. 가장 낮은 낙폭을 기록하며 체면치레는 했으나 1년 동안 제주대 재학생이 읽은 종이책은 3달에 1권꼴도 안 된다. 가장 종이책을 많이 읽은 서울대 재학생의 도서 대출건수도 2017년 12.3권에서 지난해 6.32권으로 반 토막 수준이다. 아예 1년 동안 책을 읽지 않은 학생도 많을 것 같다.

이 같은 현실은 2020년 예고 없이 들이닥친 코로나19 장기화의 여파도 있겠으나, 스마트폰에 빠진 청춘들에게 종이책은 점점 멀어져가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우려된다.

이에 민형배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의 영향이 있겠지만 학생들의 독서량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휴대전화 등 디지털 매체가 익숙한 대학생들의 독서패턴 변화를 반영한 전자책 등의 적절한 활용으로 독서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2021년 국민독서실태 조사’ 결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1년간 성인 평균 종합 독서량은 4.5권으로 전년 대비 3권 줄었다. 그 중 종이책 독서량은 2.7권에 불과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은 증가세를 보인 반면 종이책 구매 경로로 ‘동네 소형서점’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10명 중 1명에 그쳤다. 

응답자들은 독서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일(학업)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6.5%)’를 꼽았다. 이어 ‘책 이외 매체·콘텐츠 이용(26.2%)’, ‘독서 습관이 들지 않아서(9.7%)’ 등의 순으로 답했다.

빌게이츠는 “오늘날 나를 있게 한 것은 바로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명문대의 졸업장보다도 늘 독서하는 습관이 인간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이다. 책을 읽는데 계절을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가을에 책 한권을 골라 정독한다면 스스로에게 마음의 양식이 될 게 분명하다. 또 하나 책을 읽는 자체만으로도 시간적 여유와 정신적 사유에 대한 경계가 확장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게 바로 독서의 힘이다. 짧기만 한 가을날, 종이책 한 권 들고 단풍지는 나무 밑에 앉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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