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근 언론홍보학과 4
김명근 언론홍보학과 4

 

학생회는 없어져야 하는가. 역사적으로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권력기관은, 결국 시민의 손에 개혁됐다. 몇몇 자치기구가 그러한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하지만 나는 일말의 희망을 본다. 학생회는 수십 년 동안 바뀐 것이 없어도, 학우들이 직접 학교의 악습과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반의 학생회가 곧 탄생할 것이라 믿는다. 그 기반에 보탬이 되고자 경험담을 통해 학생회가 무엇을 하고,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말해보고자 한다.

2019년 ‘만인’ 총학생회는 장애 학생들과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교직원들에게 안대를 씌워 학교 인도를 걷게 했다. ‘시각장애 체험행사’를 진행해 장애 학우의 불편을 공감시키기 위해서였다. 그 후 학교 인도 전체에 ‘시작장애 점자보도블록’이 설치됐다. 

당시 갑질교수 논란이 이슈였다. 우리는 학교 인권센터와 논의해 ‘강의 평가 내 인권침해 항목’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교수들은 학생 존중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해 보게 됐고, 강의 중에 적절한 언사를 사용하고 있는지 재고하게 됐다.

2019년 봄, 학생생활관에서는 세탁기 사용 유료화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적 있다. 우리는 학생이 소외된 의사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으며, 설문조사를 통해 세탁기 사용에 관한 수정안을 ‘전면 백지화’했다. 그와 동시에 ‘시험기간 기숙사 통금 해제’도 추진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정책은 일만아라의 눈과 입에서 나왔으며, 학우들이 응원을 아끼지 않아주었기에 어느정도 성과도 낼 수 있었다.

코로나19를 겪은 약 3년의 기간 동안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이 커진 것 같다. 당시에는 학교에 깊게 뿌리내린 연고주의에 대해서나, 전통적 여성주의를 탈피하지 못한 총여학생회 폐지에 대해서, 축제 등 일회성 행사에 치중된 예산 사용에 관해 함묵해야만 했다. 하지만 2022년 현재 학생자치가 공론화되는 이 시점에서라면, 학우 여러분이 직접 변화의 시작점이자 중심이 될 수 있다.

진정 학생회는 없어져야 하는가. 그러나 정말 시대가 해결할 문제라면 학생자치기구도 같은 이유에서 존속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생자치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과거, 현재, 미래가 아닌, ‘일만아라 학우’로 향해야 한다는 것이 이제는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학우들이 학생회가 아닌 자신을 위해서, 앞으로 출범할 학생회들의 동력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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