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멍 닮은 섬 노래 / 시린 / 한그루 / 2022

제주 BOOK카페  < 20 >

어렸을 때 어른들의 차에는 꼭 ‘전국도로 관광지도’가 있었다. 책으로 돼 있어서 전국 어디든 자세히 나와 있었다. 어른들은 차를 멈춘 채 지도를 짚어가며 길을 찾았다. 나는 지리부도 보는 것을 좋아해 그 책을 차에서 보는 걸 좋아했다. 차는 한림을 향했지만 나는 1번 국도를 따라 동해안을 달렸다.

나는 타고난 길치다. 길라잡이로서는 부족하다. 동광리 큰넓궤 소재로 동화를 쓴 까닭으로 동광리 일대를 안내한 적이 두어 번 있다. 문제는 동광육거리다. 길치에게 육거리는 버뮤다 삼각지나 마찬가지다. 사거리면 그나마 괜찮은데 육거리는 정말 방향 찾기 힘들다. 이곳에 들어가면 제주시 방향과 서귀포 방향을 찾지 못해 헷갈리게 된다. 

스마트폰 시대에도 제주 버스 노선에 대한 책이 나온다. 물론 몇 년 지나면 절판되고 만다. 노선이 바뀌거나 정보 사항이 바뀌기 때문이다. 최근에 제주도는 버스카드만 있으면 무료 환승이 가능해서 버스로 이동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나는 운전을 못해 버스를 자주 타는데, 버스에 대한 산문집을 생각해 볼 정도 버스를 좋아한다.

제주도에서 일주도로 버스를 탄다면 바다 쪽 창가에 앉는 게 좋다. 차창을 열면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맑은 날은 바다가 더 푸르다. 

올레길 따라 여행지에 들리는 것과 같이 버스 노선에 따라 책방 여행을 하면 어떨까. 그리고 서점에 가려면 355번 버스를 타면 된다. 수산리사무소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면 된다. 어나더페이지에 가려면 251번 버스를 타고 모슬포로 가서 모슬포우체국에서 내리면 된다. 아무튼책방은 365번 버스를 타고 가다 제주여자중고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려서 아라중학교 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된다.

시린은 시를 좋아하는 사진가다. 시적인 사진을 찍어 사진집을 낸 적도 있다. 이 책은 제주도 마을을 다니며 찍은 사진과 시를 실었다. 시린은 시라고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만 시라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나는 그를 남문서점에서 처음 만났다. 영화를 보는 시간이었는데 내 등을 쿡 찌르더니 내 두 번째 시집 『남방큰돌고래』(한국문연, 2013)를 꺼내는 게 아닌가. 그 시집을 읽고 있었는데 마침 보게 됐다며 반가워했다. 부족한 내 시집을 가지고 다녀준 게 고마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뒤통수가 신경 쓰였다.

“제주시_해를 따라 서쪽으로, 서귀포시_다시 해 뜨는 동쪽으로” 나누어 선흘리, 수산리, 상가리, 납읍리, 토평동 등 마을에서 찍은 사진과 마음으로 찍은 것은 시를 실었다. 마을 버스 정류장에 눈이 오래 갔다. 한가롭게 보이지만 수많은 이야기들이 버스처럼 오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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