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석·서약서에 학생들 반응 갈려 갑론을박
“합의한 사항 안에서 학생과 공정 약속해”
교육혁신과, “학교가 일일이 간섭할 문제 아냐”

 학생들이 지정석에 앉아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이 지정석에 앉아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 사회계열 교양 수업에서 이어져온 수업 운영 방식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이 갈려 주목받고 있다.

해당 수업에서 지정좌석제와 서약서는 오랜 규칙으로 이제는 하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규칙을 알지 못하고 수강했다가 당황하는 학생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서약서’로 굳어진 수업 고지사항 문서에는 수업 규칙만 기재된 것이 아니다. 리포트와 시험에 대한 정보, 지각과 결석에 대한 감점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하고 있다.

‘수업 분위기 조성 등을 위해 출석부 순으로 자리를 배정’한다는 지정좌석제 조항도 이미 제시돼 있다.

다만 서약서의 내용이 행동 하나하나를 규제하고 있어 불편을 준다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A씨는 “서약서에는 껌 안 씹기, 하품할 때 주변에 방해되지 않도록 하기 등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수업 분위기를 지키기 위한 내용이 많다.

다른 수업에서는 암묵적으로 기대하는 규칙을 이 수업에서는 명시적으로 만들어 준수하도록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상호존중을 위해 만든 규칙이지만 자율성이 침해받는다고 느낄 여지나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법한 사항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모자를 쓰지 못하게 하는 부분이 불편했고, 위화감을 주는 복장이 어떤 정도인지 그 기준을 잘 모르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서약서 10번 조항에는 ‘수업 시간에 모자를 쓰지 않습니다’가 기재돼 있다. 16번 조항인 ‘수업 중 화장실 갈 때는 손을 들고 조용히 물어보거나 서로 사인을 통해 알리고 갑니다’는 특히 눈에 띈다.

또 다른 수강생 B씨는 “화장실 빼고 다른 고지사항의 내용은 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화장실에 갈 때 손을 드는 부분은 수업 중간에 말하려니 민망하기도 하고 그래서 다른 학생들도 (말하기를)꺼리는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해당 수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뒤를 이었다. 온라인 강의평에서 학생들은 대체로 규칙을 지키는 것은 불편하지만, 수업이 열정적이며 좋은 학점을 받기에 까다롭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른바 ‘출튀(출석을 하고 도망가는 것)’를 막는 데 지정좌석제가 도움을 주고 있다며 옹호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수업을 맡은 H교수는 “약 10년 전부터 수업을 열심히 듣고자 하는 학생들을 보호하고 방해 요소를 방치하지 않기 위해 그라운드룰을 만들어 사용했다”며 “모르고 왔다고 해도 첫 시간에 꼭 알리고, 원하지 않는다면 수업을 바꿀 기 회를 준다. 작은 그라운드를 만들고 서로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서 교권도 확보하고 수업의 분위기나 결과의 만족도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규제를 위한 그라운드 룰이라기보다는 당연한 강의계획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자율성이 담보된 규제이며, 규제의 이면은 보호다. 보호가 없으면 독재일 수 있지만 학생들이 공정이라고 인식하고 합의했으니 서로 잘 지켜내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고, 이 부분을 늘 생각하며 겸손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육혁신과(과장 오성진)는 “강의실이나 수업 시간 변경은 학교 측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수업을 진행하는 내부 운영 방식은 교수의 재량이고 자체적 판단에 따르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학교 측에서 기준은 설정하지만, 그 외에 일일이 수업 방식을 간섭할 수는 없다”며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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