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주명 사회학과 2
엄주명 사회학과 2

해장국은 대개 술을 마시고 난 뒤 거북한 속을 풀기 위해 마시는 국을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해장국 언론’은 2019년 한겨레에 쓴 전북대 강준만 명예교수 칼럼에서 나온 말이다. 그 칼럼에서는 “누가 나의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주는가?”라는 기준에 따라 ‘의인’과 ‘참언론’의 여부가 결정된다고 지적한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해장국 언론’을 갈망하고 있는지 성찰하게 한다.

해장국 언론을 갈망한다고 볼 때, 전제되는 것은 언론사를 선택적으로 접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언론에서 필요한 정보, 가치, 체계를 얻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개별 사건을 판단한 이후에 자신의 입맛에 맞는 언론을 선택하는 것이다. 특히 정치적인 내용을 다룬 기사는 언론의 관점에 따라서, 혹은 이해관계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판단과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때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들어맞는 기사를 찾아보지는 않았는가. 특정 언론은 의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았는가. 이런 태도가 우리가 정치적인 내용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기보다, 단순한 진영 논리로 빠지는 경향을 불러일으켰는지도 모른다. 이런 선택적 판단은 거시적인 차원은 물론이고 미시적인 차원에서의 올바른 판단마저 방해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기사를 접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접하고 있는 많은 사건ㆍ사고는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언론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좀 더 합리적이고 가치 있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이러한 다각적 시각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파악하려면 ‘해장국 언론’을 보려는 습관을 경계해야 한다.

‘해장국 언론’을 보는 순간에는 속이 시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신문을 보고 뉴스를 보는 목적은 마음이 편안해지고자 미디어를 살펴보는 것이 아니다. 미디어의 목적을 생각할 때, 우리는 마땅히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미디어의 구조를 파악하려는 노력부터 한 가지 사건을 보더라도 다양한 언론을 함께 살펴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지금껏 지녀온 언론을 보는 방식에 성찰적 태도를 지녀야 한다. 특정 언론의 관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는지,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접하고, 심지어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공유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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