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 탈 수 있지만 아직까지 미흡한 점 많아
학내 주ㆍ정차 문제 해결방안 필요해
그들의 일상을 이해하는 노력은 배려의 첫걸음

장애학생들이 제주대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진행한 진로설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장애학생들이 제주대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진행한 진로설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제주대는 2002년 5월 국내 160여개의 대학 중 유일하게 ‘사랑의 학교’로 선정된 바 있다. 사랑의 학교는 장애학생들이 학교를 좀 더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의미한다. 3년마다 진행하는 전국 368개 대학의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실태 평가에서도 제주대는 현재까지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현재 제주대에 54명(11월 기준)의 장애학생들이 재학하고있다. 뇌병변 9명, 지체 16명, 시각 8명, 청각 4명, 발달 6명, 정신 1명, 지적 9명, 기타 3명이며, 매해 장애학생 신입생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제주대로 오는 험난한 등굣길

대부분의 제주대 학생들은 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등교한다. 이는 장애학생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장애학생들은 버스를 탈 수는 있지만 버스를 타는 것은 그들에게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뇌병변 장애로 휠체어를 타는 이희진(국어국문학과 3)씨는 “휠체어가 탈 수 있는 저상버스는 운행하는 시간도 얼마 없고 이용객들이 많은 등하교 시간에 버스를 타면 민원이 들어온다. 더불어 저상버스를 탄다고 하더라도 기사님들이 조작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아 잘 안타게 된다”고 말했다. 

장애학습지원센터 사회복지사도 “학생들이 학교에 올 때 대부분 부모님이 데려다 주시거나 센터 선생님과 등교를 같이 한다. 시간대에 맞춰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버스를 내린 후에 정문에서 내린 후 휠체어를 끌고 강의실까지 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며 “덧붙여 주로 비장애학생들이 타는 학교 순환버스와 달리 장애학생들이 탈 수 있는 리프트는 하루에 2번만 운행한다. 사실상 대중교통으로 등교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산 넘어 산인 강의실 이동

수업을 듣기 위해서 장애학생들은 제주대의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강의실을 이동한다. 도우미학생들이 그들을 옆에서 도와주긴 하지만 도우미학생들도 본인의 수업을 가게 되면, 장애학생들은 스스로의 힘으로만 이동하게 된다. 그들이 움직이는 거리에는 학내 속도제한을 지키지 않고 빠르게 달리는 차량, 인도에 주차한 차량, 갑자기 나타나는 킥보드 등 모두 그들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적 장애학생인 김벼리(사학과 3)씨는 “학내 속도가 20키로로 제한돼 있는데 많은 분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빠르게 달린다. 횡단보도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빠른 속도로 지나가 위함한 순간들이 많았다”며 학내 속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장애학생들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등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강의실 간의 이동은 더 어렵다. 휠체어를 타는 학생들은 우의를 착용한 후 이동해도 휠체어에 빗물이 모두 스며든다. 또한 비를 막을 수 있는 비가림 시설은 인문대 2호관 이외에 단 한군데도 없어 비오는 날에는 학생들의 이동이 더 힘들다는 것이다. 

장애학습지원센터 사회복지사는 “비오는 날이라고 해서 학생들이 수업을 빠질 수 없기에 위험하더라도 이동한다. 하지만 비 오는 날에도 여전히 차들은 빨리 달리고 건물 입구 경사로 앞에 주차를 하다보니 위험 요소가 더 많아지는 편이다. 외관상의 이유로 비가림 시설도 없는 단과대학들이 대부분인 현실이 장애학생들을 더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수업 받을 권리가 있다

장애학생이라고 해서 수업을 빠져도 되거나 과제를 적게하는 등의 특권은 전혀 없다. 장애학생도 비장애학생들과 동일하게 수업을 듣고 과제를 내고 시험을 본다. 물론 절대평가로 성적을 산출한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지만 장애학생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설뿐 아니라 교수자가 장애학생에 대한 인지 자체가 떨어져 고스란히 장애학생들이 피해 받고 있었다. 

뇌병변 장애로 휠체어를 타는 이희진(국어국문학과 3)씨는 “손 근육이 발달되지 않아서 손으로 글씨를 잘 못쓴다. 과제가 수기로 5-6장 감상문을 작성하는 거라 교수께 몸 상태를 말씀드리고 과제가 비장애 학생들보다 오래 걸릴 거 같아 과제 마감을 늘려주시거나 양을 줄여주실 수 있냐고 부탁드린 적 있다. 그런데 교수님이 그건 안된다며 화를 내셨고 결국 과제를 다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교수들이 수업에 장애학생이 있는지 파악조차 안 된 경우도 있었다. 또한 센터 학생들은 장애학생들이 가진 장애는 모두 다름에도 일부 교수들이 장애학생을 하나로 묶어서 생각한다며 억울함을 표했다. 

장애학습지원센터 사회복지사는 “교수들이 장애학생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 이유는 형평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장애학생에 대한 인지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장애학생이 할 수 없는 문제가 있으면 이를 조율해서 장애학생이 할 수 있도록 해서 이끌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일 장애학생이 있는 학과라면 담당 교수와 장애학생이 만나 교류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장애학생들과 복지사들이 제주대에 시설적인 측면에서 건의를 했었고 학교에서도 이를 수용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겪는 문제들은 교수 개인의 문제이기에 교수가 바뀌지 않는 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며 인식 개선이 필요함을 제시했다.

장애학생들이 요청 시에 시험시간을 1시간 더 연장할 수 있고 대필 학생이 시험을 도와주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교수들은 시간 연장은 형평성에 어긋나 허락하지 않거나 대필 학생의 부정행위의 가능성이 있다며 대필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강의실에 장애학생 좌석은 마련됐지만, 전용좌석임을 알릴 팻말이 없어 비장애학생들이 앉고 있다. 이에 장애학생들이 비장애학생들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상황을 설명해도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며 학교의 제도개선과 홍보가 필요함을 언급했다.

장애학생도 당연히 수업 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그들은 늘 비장애학생보다 수업받을 권리,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그들은 ‘장애가 있으면 어쩔 수 없다’라는 인식 속에 쌓여 우리가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한다.먼저 그들의 일상을 보며 그들을 이해해보는것부터 배려의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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