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경영 분야서 일하고파
아르바이트 문화 신기해
"쿠데타 사태 종결됐으면"

>> 제주대 유학생을 만나다 < 5 > 이 흔인 딴(관광경영학과 4)

이 흔인 딴 (관광경영학과 4)
이 흔인 딴 (관광경영학과 4)

우리 학교에는 한국인 학생뿐만 아니라 30여 개국의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학생들이 유학길을 선택해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 중 한국에서 관광 분야의 공부를 하고 싶어 미얀마의 옛 수도이자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 유학을 온 이 흔인 딴(관광경영학과 4)씨를 만나 제주대에서 보내는 유학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간단한 자기소개.

한국 나이로 25살이며 현재 관광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미얀마에서 2017년 8월에 한국에 왔고 2년 동안 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한 후 대학에 진학했다. 고향은 미얀마의 옛 수도인 양곤이다. 2005년 행정 수도가 핀나마로 바뀌었지만, 수도가 이전된 것과 관계없이 여전히 미얀마의 최대 도시이며 역사적, 문화적으로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유학을 오게 된 계기는.

미얀마에서 16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했다. 지금과 달리 대학교 두 곳에서 공부했다. 평일에는 영국 학교와 연계된 학교에 다니고, 주말에는 미얀마 대학교에 다녔다. 부모님이 미얀마 사람이니 미얀마 대학교 졸업장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셔서 두 곳을 다니게 됐다. 평일에는 비즈니스, 주말에는 법학을 전공으로 공부했다. 

2년 동안 학교에 다녔지만,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힘들었다. 그러던 중 평소 관심이 있는 한국어를 배워보려 어학학원에 다니게 됐다. 그때 학원 선생님이 좋은 기회가 있다며 제주대학교에 진학할 것을 추천하셨다. 한국에 가면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다고 해 도전하게 됐다. 

▶전공(관광경영학과)을 선택한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관광과 여행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가이드나 여행 관련 인플루언서가 장래 희망이었다. 하지만 미얀마에서는 관광 분야가 발전하지 않아 관련 공부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유학하러 간다면 관광경영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미얀마에서 대학교를 1년만 더 다니면 졸업할 수 있었음에도 한국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선택했다.

학교에서 여행업경영론, 호텔경영론 등을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 여행업경영론에서는 여행업경영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다른 나라에 있는 접하지 못했던 유명 관광지를 배운다. 호텔경영론에서는 호텔 산업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을 공부한다. 꿈과 관련해 호텔 시장의 최근 동향과 운영 관리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배울 수 있는 전공이 마음에 든다.

▶실제 경험해본 한국은.

사실 내가 상상했던 것과 실제로 경험한 한국에서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미얀마에서는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다. 한국의 영화, 드라마, K-POP이 유명하기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다. 나이대에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접하고 즐긴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처럼 한류 열풍으로 어려서부터 미디어로 한국 문화를 많이 접했기에 실제로 한국에 와서 크게 다르다고 생각한 모습은 없다. 

하지만 제주도는 달랐다. 처음 제주대 진학을 결심했을 때 섬이라는 말을 듣고 발전된 것이 없는 작은 섬마을 이미지를 상상했다. 막상 와보니 엄청나게 크고, 상점들도 많고, 유명 도시만큼이나 발전돼 있었다. 섬인데도 제주시에서 먼 곳으로 이동할 때면 차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것도 신기했다.

▶유학 생활을 하며 겪은 문화적 차이는 어떤 것이 있는지.

한국에서는 몇 번째 만남이든 상관없이 항상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그러나 미얀마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만 그렇게 인사하고 두 번째부터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볼 때마다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인사하는 것이 미얀마와 다른 점이지만, 불편하기보다는 좋은 문화로 느껴진다.

한국에는 아르바이트 문화가 있다. 반면에 미얀마에서는 아르바이트처럼 기간을 정해서 일하는 개념이 없다. 식당이나 상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르바이트가 아닌 직원이다. 한국에서 식당과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이 있다. 미얀마에서는 접할 수 없는 경험이라 신기했다. 또 한국은 치안이 좋아 밤에 혼자 다녀도 괜찮다는 것이 다르다. 미얀마에서는 밤에 돌아다니는 것이 아주 위험하다. 식당이나 상점들도 오후 10시 전에는 문을 다 닫고, 늦은 시간에 길거리에 돌아다니면 강도와 같은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한국에서는 24시간 운영하는 가게가 있고, 늦은 시간에도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

▶소개하고 싶은 미얀마의 특별한 문화가 있는지.

불교문화를 소개하고 싶다. 미얀마는 불교가 발달한 나라이다. 80%가 넘는 인구가 불교를 믿으며 사람들의 삶의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불교 유적도 다양하다. 한국에도 불교가 있지만, 미얀마의 불교와는 느낌이 다르다. 만약 한국인이 미얀마를 관광한다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불교 유적지를 접할 수 있다. 

미얀마를 관광하는 외국인이라면 사원과 탑은 필수적으로 관람해야 하는 코스에 들어간다. 우리나라의 랜드마크이자 대표적인 불교 유적지로 ‘쉐다곤 파고다’라는 불교 탑이 있다. 황금 판으로 뒤덮여 있어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 그 큰 탑 주변에는 72개의 작은 탑들이 있으며 그 안에는 크고 작은 불상들로 가득하다. 그 외에도 미얀마는 유명한 절이나 불탑들이 많아 그 문화와 유적지를 소개하고 싶다.

▶유학 생활을 하며 어렵거나 불편한 것이 있는지.

미얀마에서 다녔던 대학교와 제주대는 비슷한 점이 많다. 한국 대학교에는 조별 과제가 있는데, 고향 대학교에서도 학우들과 팀을 이뤄서 하는 과제를 많이 했다. 시험 방식과 학점을 주는 방식도 유사하다. 제주대는 금요일에 수업이 없어 학교를 나오지 않는 학생들이 많은데, 미얀마에서도 마찬가지로 금요일이 공강인 날이 많았다. 이처럼 전체적인 학교생활이 전에 다니던 학교와 비슷했기에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

▶유학 생활을 하며 전과 달라진 점은.

미얀마에 있었을 때는 부모님께 지원을 계속 받았고, 일도 해본 적이 없다. 또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고 자신감도 없었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가게에 가는 것도 무서워 꼭 가족 중 누군가와 동행하며 다녀야 할 정도였다.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직접 돈을 벌었다. 처음에는 요령이 없어서 일도 너무 못했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런 시간이 힘들고 속상해서 혼자 울기도 하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을 견뎌내며 노력하다 보니 점점 요령과 자신감이 붙어 지금처럼 밝은 성격이 됐다. 타지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혼자 일어설 수 있는 자립심을 길렀다.

▶졸업 후 진로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대학교 전공을 살려 한국에 계속 살면서 호텔경영, 관광경영 분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한국은 현재 쿠데타가 일어나고 있는 미얀마보다 치안이 좋다. 부모님도 한국에서 계속 사는 것을 허락해주셨다. 

만약 미얀마에 다시 가게 되더라도 한국 기업에 취직하고 싶다. 몇 년 전에 미얀마 양곤에 한국 기업의 호텔이 신축됐다. 고향인 양곤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곳으로 지원해 일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미얀마 쿠데타로 인한 영향은 없는지.

유학 생활을 시작할 때는 부모님께 금전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후부터는 생활비를 스스로 충당할 수 있는 능력이 됐다. 그래서 쿠데타로 인해 미얀마로부터 외화 송금이 제한됐을 때도 경제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다. 처음 쿠데타가 시작됐을 때는 미얀마의 모든 지역에 피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도권 지역은 괜찮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행히도 우리 가족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쿠데타로 인해 죄 없는 사람들이 인명 피해를 보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 하루빨리 쿠데타 사태가 종결돼 미얀마에 평화가 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외국인이라고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학 생활을 하며 무례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반말로 말을 거는 사람도 있다. 처음 만났는데도 “중국 사람이냐, 베트남 사람이냐?”, “결혼은 했냐, 결혼하려고 한국에 왔냐?”고 묻고는 한다.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

반대로 친절한 사람들도 많다. 늦은 시간 일하다 보면 “피곤하지 않으세요?”, “밤늦게 일하는 거 괜찮아요?”라고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 덕분에 힘이 난다. 외국인도 같은 사람이니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하고,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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