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아라컨벤션홀 제2세미나실에서 집담회가 열렸다.
 11월 13일 아라컨벤션홀 제2세미나실에서 집담회가 열렸다.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제주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이 모여 ‘학생회 정치에서 누락된 질문들, 우리가 학생 사회를 떠난 이유’ 집담회를 11월 13일 아라컨벤션홀에서 열었다.

집담회는 왜 자신들이 외부로 빠져나갈 수 밖에 없었는지 살피고 학생정치에 지속가능성과 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민영 제주여민회 2030위원회 위원장이 진행하고 신현정씨, 제주여민회 2030위원회 위원인 호(활동명)씨,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으로 활동하는 임최도윤씨의 발제와 자유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제주대 출신 졸업생과 학부생으로 재학 중에 겪은 일들을 통해 대학 내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참여자들은 자치기구의 제도화되지 않은 절차와 정보 비공개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호씨는 재학 중 일어났던 학과 학생회의 위임장 조작사건과 학내 한 자치기구의 성차별적 문구가 담긴 안내문에 문제 제기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당시 문제 제기를 위해 총학생회 등에 연락했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직접 제재를 하기에는 어렵다며 신문고를 이용해 달라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 과정에서 문제 제기를 망설이며 학생 개인에게 떠맡기고, 더불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등 굉장히 소극적으로 대응을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학생 자치기구에 대한 실망이 크게 자리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신현정씨는 “‘신문고에 제보하라’는 말이 절차적 합리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이 절차라는 것이 매년 총학생회 공약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며 “매년 바뀌는 절차를 학생들이 인지하지 못할 뿐더러 제도화한 절차가 존재하지 않아 자의적으로 집권할 수 있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신현정씨는 현 학생자치기구 홈페이지를 살펴봤으나 학생회칙, 선거 세칙 등을 찾을 수 없음을 밝히며 “당시 신문고 또한 어떤 절차로 이뤄졌는지, 어떤 자본이 어떻게 배분돼 학생사회에 작용하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임최도윤씨는 퀴어동아리의 인준 절차 경험을 토대로 동아리연합회의 절차가 적절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대학교 내 정식 동아리가 되기 위해서 다른 동아리 운영자들의 과반수가 찬성해야하는 제도가 있다. 당시 퀴어동아리 ‘퀴여움’은 가인준을 받지 못했고 받지 못한 어떠한 사유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과반수 이상이 찬성을 해야 결정된다는 제도에 대해 민주적 정당성을 내세운 허울 좋은 내세우기라고 판단했다.

집담회 참여자들은 익명 커뮤니티에 기대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현정씨는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책임감 있는 활동을 했으나 돌아오는 건 익명 커뮤니티 뒤에 숨어있는 비난의 목소리였다”며 학생회 활동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 주장했다. 

활동과 공약에 대한 익명의 비난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며 익명 커뮤니티(에브리타임)는 묵인한다. 익명 뒤에 숨어있는 누군가를 특정할 수 없기에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 활동하는 이들만 스트레스 속에서 계속 활동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호씨 또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장이 마련돼 있지 않은데 이곳이 과연 진리의 상아탑인가”라고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어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대학 사회를 바꾸는 게 대학정치기구의 역할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중립을 지킨다고 하는 것만큼 비겁하고 무책임한 일이 없다. 한발뒤로 빼고 외면하는 게 아닌가. 지금의 제주대 평등한가. 차별이 없는가. 평등하기 위해 무얼 노력할 것인가”라며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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