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서관 ‘언택트 책쓰기 프로그램’ 열띤 반응 보여
블로그 챌린지ㆍ브런치, 글 쓰는 대학생 지속적 증가세
“과제물로 평가받기 위한 글이 아닌 자기표현의 수단”

10월 31일 중앙디지털도서관 라이브러리홀에서 ‘언택트 책 쓰기 프로젝트’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10월 31일 중앙디지털도서관 라이브러리홀에서 ‘언택트 책 쓰기 프로젝트’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중앙도서관(관장 강희경)에서는 11월 10일부터 12월 6일까지 6주에 걸쳐 ‘언택트 책 쓰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1월 23일 기준 3회 차까지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참여 학생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언택트 책 쓰기 프로젝트’는 2022년 대학혁신지원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기획됐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같은 사업비로 ‘독서 감상문 공모전’을 진행한 바 있다.

해당 공모전에서 학생들의 높은 성과가 두드러졌고, 이에 중앙도서관에서는 내부 논의를 거쳐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책 쓰기 프로그램의 첫 선을 보이기로 결정했다.

이전에도 지역 도서관에서 시민들과 책을 발간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나 대학 중앙도서관에서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온라인 화상 플랫폼인 ‘zoom’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공간적 제약이 적고, 비교과 마일리지를 부과하여 학생들의 개별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언택트 책 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김나음(사회학과 2)씨는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의 추천으로 책 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글 쓰는 건 좋아하지만 마감이 없으면 글을 끝내지 못하는 편이라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신청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내게는 글 쓰는 것이 숨 쉬는 것과 유사하다. 생각을 해소하거나 발전시키고, 때로는 기록하면서 가시화할 수 있다”며 글쓰기의 유용함을 강조했다. 반면 “읽는 사람은 계속 읽고 안 읽는 사람은 계속 안 읽는다. 빈익빈 부익부다”라며 주변 학생들이 글과 멀어지는 실태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중앙도서관은 ‘글ego’와 연계하여 신춘문예 현직 작가의 1:1 멘토링과 단편집 출판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연세대, 전북대 등 약 10곳의 대학에서 ‘글ego’와 책 쓰기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팀 별로 1권씩, 총 3권의 책이 정식으로 출간된다. 6주 간의 원고 작성 후에도 디자인과 편집 과정에서 2~3개월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출간된 책 3권은 중앙도서관에 비치될 예정이다.

중앙도서관은 “프로젝트 모집을 선착순으로 받았는데 예상보다 모집 마감이 빨랐다”며 높은 참여율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자체 예산이 아니라 지원 사업이고, 올해 처음 진행하기 때문에 일단 반응을 살펴봐야 한다. 다만 이미 ‘글ego’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타대학에서 학생들의 반응이 대체로 좋았다”며 긍정적인 여지를 남겼다.

덧붙여 “요즘을 개성 사회라고 한다.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자기표현의 가장 좋은 수단은 글쓰기다. 운동적 학습을 구현하고 창의적·비판적 사고를 증진시켜, 단순 정보 소비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생각할 수 있는 주체로서 활동하는 학생들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영상 매체가 영향력을 확대하는 디지털 시대 한가운데서 여전히 학생들은 글을 읽고 글을 쓴다. 글쓰기는 전공 학습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글 쓰는 행위 자체와 친밀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온라인 상에 다양한 글쓰기 플랫폼이 나타나며 학생들의 참여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 중 네이버 블로그에서 담당하는 ‘블로그 챌린지’가 대세다.

일주일에 한 번 개인 블로그에 주간일기를 올리면 ‘챌린지 지도’에 주차 별 도장을 받는다. 한 달 동안 매주 일기를 쓰면 월별 도장을 받는데, 이 도장을 모아 경품 추첨에 응모할 수 있다.

블로그 챌린지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박유림(관광경영학과 1)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친구의 권유로 블로그를 시작한 걸 꾸준히 하고 있다. 과제 등의 글을 쓸 때는 글을 읽는 사람이 정해져 있기에 경직된 상태로 쓰게 되지만 블로그의 가장 1순위 독자는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기에 더 나의 취향에 맞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좋아하는 것을 쓸 때 글쓰기가 즐겁다고 했지만, 글을 쓰는 것을 기반으로 글쓰기 자체가 좋아지기도 했다”며 “블로그 챌린지에 참여하며 쓴 글이 다른 글쓰기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 글을 무겁게 여기지 않도록 친해지는 과정이다”라고 글쓰기가 준 이점을 강조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글쓰기는 대학생들이 가진 글쓰기에 대한 친밀감을 높인다. 자신의 역사 기록할 수 있고, 엉켜 있는 생각들을 풀어내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또한 리포트와 같은 학문적 글쓰기에서 멀어지지 않으려면 좋아하는 글을 병행해 쓰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가장 활발하게 글쓰기가 이뤄지고 있는 플랫폼인 카카오 ‘브런치(brunch)’에서 글을 쓰는 대학생들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브런치’는 본인의 글을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작가로 활동할 수 있다. 작가 신청에서 떨어져도 얼마든지 재도전할 수 있지만, 그때까지 자신의 글을 타인에게 보이지는 못한다. 따라서 블로그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브런치 작가로 이제 막 두 번째 글을 써낸 엄주명(사회학과 2)씨는 “작년에 두어 번 작가 신청을 했는데 모두 쓴맛을 봤다. 그러나 상업적이지 않은 내 글을 있는 그대로 쓸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 다시 한 번 신청했고 올해부터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다”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그는 “문장을 구성하고 완성하는 글쓰기 과정을 통해 자기표현이 강화된다. 내 속에 있는 무언가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글쓰기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생각이 텍스트로 나오는 게 육체적 노동이기에 노력이 필요하고 그만큼 보람이 있다. 그래서 글쓰기는 생존과 실존의 도구다”라고 말했다.

교내에서도 글쓰기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문예 창작동아리 ‘탄광의 카나리아’는 2021년 3월 신설돼 같은 해 5월 중앙동아리로 편입됐다. 동아리명은 19세기 광부들의 가스중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일산화탄소에 예민한 카나리아를 탄광에 데리고 갔던 역사에서 비롯했다. 이처럼 글을 쓴다는 것은 시대의 사고와 아픔에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30명 안팎의 학생들이 모여 시·소설·수필 등의 작품을 감상하고 창작한다. 올해 3월에는 동아리 회원들이 창작한 작품을 모아 문집을 냈다. 해당 문집은 도서관 비치를 위해 지역사회에 기증했다.

‘탄광의 카나리아’는 학년과 학과에 상관없이 상시 신입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탄광의 카나리아’ 카카오톡 오픈 채팅으로 문의 가능하다.

정식 동아리는 아니지만, 학생들이 모여 결성한 온라인 시 모임 ‘제주 시(jeju poem)’도 있다. 모임은 카카오톡 오픈채팅과 ‘디스코드(Discord)’라는 메신저를 활용한다. 일주일을 기준으로 5일은 시를 구상해 올리고, 하루 동안 서로의 시를 읽고 감상을 공유한다. 나머지 하루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제주시’ 모임의 회장은 “잘 쓰고, 잘 평가받기 위한 시가 아니라 지나칠 수 없는 기억과 감상을 담아내고자 만들었다”고 모임의 취지를 밝혔다. 작가나 시인처럼 전문가여야만 글을 쓴다는 생각은 이제 희미해지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글에 대한 부담보다 즐기는 마음으로 참여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제 대학생들의 글쓰기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자신에게 맞는 글쓰기 플랫폼을 선택하고 일상생활 기록부터 사회 운동까지 진취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과제로서의 글쓰기가 아닌 자기표현의 수단으로서의 글쓰기를 선택하며 그 유형이 더 확장되고 있다. 여기 ‘글 쓰는’ 대학생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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