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예원 편집국장
현예원 편집국장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영화 스파이더맨에 나온 대사 중 하나이다. 영화 속에서 큰 힘이란 말그대로 힘을 뜻하겠지만 현실세계에서의 힘은 권력이 될 수도,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이 한 선택, 그 선택으로 얻은 본인의 자리와 권력에는 당연코 ‘책임’이 뒤따른다. 학생자치기구 역시 그러하다. 

11월 16일 2023학년도 총학생회 선거가 진행됐다. 4년 만에 진행되는 경선에 많은 학생들이 선거 결과에 주목했다. 그러나 선거로부터 하루가 지난 17일에도 공식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개표 과정에서 중복투표가 발견됨에 따라 개표가 중단된 것이다. 

학우들은 이런 상황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총대의원회의 부재를 꼽았다. 2022학년도 총대의원회였던 ‘공명’은 의장단 전원 사퇴로 해체된 바가 있다. 이에 올해 9월 총대의원회의 권한을 물려받아 각 단과 정ㆍ부의장으로 구성된 총대의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마련됐다. 

본래 총대의원회의 의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위원장, 부의장이 부워윈장을 맡는 구조지만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며 현 총학생회장과 비대위 의장이 공동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즉 총대의원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총선거가 각 단과대 정ㆍ부의장에게 넘어가며 선관위 인원은 각 단과대학의 업무뿐만 아니라 선거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총대의원회의 사퇴로 선관위 인원에게 집중된 많은 업무량과 이를 맡을 인력 부족은 결국 가장 중대 업무였던 총선거에서의 오점으로 남게 됐다. 

그러나 3차 개표까지 진행해 당선과 낙선을 이미 공고한 후 중복투표 사실을 알아차렸다는 점, 선거로부터 2일이 지난 18일에 사실을 공지했다는 점에서 선관위를 향한 비판도 피하지 못했다. 비대위가 제 역할을 다 해내지 못한 것뿐만 아니라 그 사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미숙함이 비판의 원인이 됐다.  

이번 사태가 단순 중복투표 발생과 검거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중복투표가 발생한 자연과학대학의 당선이 단 한 표 차이로 결정 났기 때문이다. 재투표 이전에도 재투표 이후에도 결국 누군가는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이다. 그렇다면 이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중복투표를 한 자? 중복투표를 사전에 막지 못했으며 대처가 미숙했던 선관위? 혹은 사퇴한  총대의원회? 

이번 사건을 단순히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는가. 아니다. 모두의 책임이다. 개인의 잘못임과 동시에 선관위의 실책이며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사퇴한 총대의원회의 책임부족이다.

그럼에도 개인을 향한 비난보다 학생자치기구를 향한 비난이 큰 이유는 그들은 응당 ‘책임’을 져야 하는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자치기구는 무엇보다도 학생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며 학생들의 더 나은 학교생활을 위해 노력하는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책임의 부재에서 비롯된 이번 사건을 모두가 기억하길 바란다. 학생자치기구는 책임을 기반으로 한다. ‘책임’없는 ‘학생자치기구’는 없다. 앞으로의 학생자치기구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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