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취업 시즌은 힘겨운 시간이 된 지 오래다. 요즘은 취업 시즌이란 말이 무색하게 대규모 공채가 사라지고 소규모 수시ㆍ경력직 채용이 늘어서 대학 졸업생에게는 더욱 가혹한 시간이 된다.

수십 개 기업에 원서를 넣고 몇 개 기업의 서류 전형에 통과하면 스펙 관리를 잘했다는 말을 듣는다. 서류 전형에 통과했어도 남은 관문이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기업마다 AI 면접 등 새로운 전형이 등장하고, 인ㆍ적성 검사 등 기업마다 실시하는 전형을 통과해야 면접 기회가 주어진다. 이러니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대기업 취업이 어렵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게 된다. 

청년 실업률은 올해 4월 말 기준 7.4%로 우리나라 전체 실업률 2.7%의 거의 3배에 이른다. 이 7.4%의 수치도 청년 실업률이 높은 유로존의 6.8%보다 높지만 시간제 취업 가능자와 구직자를 포함하는 확장 실업률로 계산하면 20%가 넘는다. 가히 수치로 드러나는 취업 빙하기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 어려운 취업 시장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이 스스로 직장을 떠나는 비율이 75.9%에 이른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청년 노동시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에서 청년층 임금근로자 10명 중 8명이 첫 직장을 떠났고, 심지어 대기업 취업자도 64%나 됐다. 첫 직장을 옮기는 데 걸리는 시간도 3년이 채 안 되었다. 이는 청년층 취업자 대다수가 3년 이내에 직장을 옮긴다는 뜻이 된다. 

지금은 좀 희미해졌지만 우리나라에 ‘고3병’이 있다면 일본에는 ‘3월병’이 있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대학입시를 치러야 하는데, 일본의 입시생은 험난한 경쟁의 결과물인 대학 입학 후 현실에 대한 허무와 자신에 대한 자괴감 등 후유증을 앓는다. 우리 청년들의 첫 일자리 이탈이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이직의 원인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사표를 던지는 유형은 다른 대안이 있는 경우와 견딜 수 없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첫 일자리 이탈 가능성은 학력이 높을수록, 자격증 취득 경험이 많을수록, 근로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높았다. 

우리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 관심을 둔다. 낙타가 왜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하는지, 바늘구멍을 통과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하물며 낙타보다 바늘구멍의 안위가 더 중요하다. 경쟁이 비정한 것은 경쟁에 매몰돼 왜 경쟁해야 하는지 잊어버리는 것이다. 입시가 단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고 취업이 단지 입사하는 것에 그쳐 버린다면, 우리 청년들은 계속해서 3월병과 이직병을 앓게 된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해서 행복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낙타들이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이유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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