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9 참사(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어처구니 없는 비극이었다. 대형 화재ㆍ교통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누가 폭력을 휘두른 것도 아니었다. 좁은 골목길에 사람들이 뒤엉키면서 압사하는, 날벼락 같은 일이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지금까지 158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다쳤다. 희생자의 상당수가 미처 꽃 피우지 못한 청춘인 탓에 국민들은 가슴이 더욱 아프다. 자식을 가슴에 묻는 참척(慘慽)의 고통을 겪는 부모가 많아 국민적인 트라우마의 강도가 높다.

2014년 일어난 세월호 참사가 오버랩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가는 참담한 비극이 일어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류미진 서울경찰청 전 인사교육과장(총경)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한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특수본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직무유기ㆍ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고발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통보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사와 처벌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특히 우리는 10ㆍ29 참사를 계기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행안부는 국가안전시스템 전반을 개편하는 종합대책을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범정부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특별팀(TF)이 △초기대응ㆍ선제적 재난관리 △지역역량 강화 △과학기반 재난안전 △제도개선ㆍ안전문화 등 4개 분과별로 회의를 열어 추진과제를 최종 확정하고 자치단체와 전문가 토론 등을 통해 현장과 학계의 의견을 수렴ㆍ반영할 예정이다.

인재(人災) 재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걷어내고 정부의 안전 관리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효적인 시스템이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사회적인 공감능력을 높여야 한다. 안타깝게도 윤석열 정부에서 진정한 자기반성이나 성찰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나 이상민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의 사퇴 등 책임을 통감하는 행보도 없다.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지만 한 성직자가 ‘대통령 전용기 추락’을 염원하는 저주의 글과 이미지 합성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추모의 가면 속에 희생자를 정치 도구로 활용하는 ‘참사팔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우리 사회가 환부를 도려내고 성숙한 공동체로 거듭나려면 공감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비극 앞에서 조롱과 비난에 열중하는 공감 DNA가 결핍된 사람이 득세한다면 선동과 분열만 있을 뿐 제2ㆍ제3의 참사를 막기 위한 생산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정쟁이다. 안전 사회를 향한 국민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할 정치의 시간마저 그들은 진영논리에 따른 이해득실 셈법에 몰입하느라 허비하고 있다. 8년 전 세월호 참사에서 학습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했던 과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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