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제철입니다/ 김진영 / 상상출판 / 2022

제주 BOOK카페  < 22 >

 

이 책은 전국의 예순다섯 오일장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하지만 시장 구경은 핑계다. 저자의 발길은 어느새 식당으로 간다. 제철 식재료로 사용하는 지역 식당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노라면 나도 따라 전국 오일장 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오일장을 중심으로 맛 따라 여행을 생각하면 입안에 침이 고인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순두부 속에 째복이 실하게 들어 있는” 매운 순두부를 먹을 수 있는 강원도 양양 양양순두부, “장흥에서만 200Km 운전하고 다닌 피곤함을 매콤히 밀어낸” 맛의 아귀 불고기가 있는 전남 장흥 다복찜전문점도 궁금하다.

제주도 오일장은 세화, 서귀포, 대정을 소개한다. 제주도엔 이곳 말고도 한림, 성산, 표선 등 많다. 그러니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동석(이병헌 분)의 직업이 제주도 오일장 장돌뱅이로 나올 정도이다. 

세화에서는 멜튀김(말이), 광어회국수(곰막)를 추천하고, 서귀포에서는 빙떡(서귀포 오일장), 순댓국(분이네), 회덮밥(태흥리어촌계식당), 무늬오징어(바다수산)를 추천하고, 대정에서는 흑돼지(연리지가든) 등을 추천한다. 

공항으로 오가는 길에 야끼짬뽕(북경반점), 가문잔치정식(낭푼밥상), 보리빵(하례감귤점빵협동조합) 등도 빼놓지 않는다. 북경반점은 1970년 서문시장 근처에 문을 연 이후 지금은 전농로에 있는 식당이다. 이곳을 추억하는 제주 문인들이 있어서 정겨운 곳이다. 이 책 에필로그에서는 앞으로 더 많은 시장을 찾아가 세 권의 책을 내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 정도로 음식의 길에 대한 애정이 많은 사람이 이 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을 먹으면서 말하는 제철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맛을 당긴다. 

저자는 오마이뉴스에서 ‘김진영 MD의 식탁’을 연재했는데, 기획의도의 글에서 “제철의 맛은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에 찰나처럼 지나간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풀어낼 이야기는 지역과 제철, 찰나의 맛이다.”라고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오늘 하루는 얼마나 신선한가. 우리는 매순간 찰나를 산다. 

올해도 이제 한 달 정도 남았다. 매순간 조심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나날이다. 식도락은 한편으로 보면 씁쓸한 말이다. 다른 낙이 없을 때 음식에 빠지는 건 아닌지. 최근 ‘먹방’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처럼 이 맛의 즐거움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을까.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이제는 그 맛을 볼 수 없는 사람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 맛은 서럽게 맛있는 맛이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