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위탁제도 인지 저조
모든 위탁 부모 존경해
언젠가 방향 제시하고파

배은희 작가
배은희 작가

사전은 가족을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고 정의한다. 여전히 법적으로 얽힌 관계여야만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가정위탁제도로 천사를 만난 배은희 작가가 여기에 ‘위탁 가정’을 더하고자 한다.

배은희 작가는 <현대수필>과 <월간문학>에서 각각 수필과 시로 등단했고, 위탁 가정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줄이고자 책 <천사를 만나고 사랑을 배웠습니다>를 썼다. TV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과 <어린人권>에 출연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알리기도 했다.

배 작가는 자신을 시인도 수필가도 아닌 ‘은지 엄마’로 소개한다. 생후 11개월이었던 은지를 만난 2015년 2월부터다.  위탁 부모가 되길 선택하고 자가 검열의 시간도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그 어떤 호칭보다도 가장 익숙하면서 감사하다. 그가 가정위탁제도를 찾아본 건 결핍 때문이었다. 쌓여온 결핍이 타인의 결핍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했다. 아이의 결핍을 채워주기 위한 결정이었으나 결핍의 주인은 배 작가였다. 정확히는 서로의 결핍을 채웠다.

“나는 은지의 육체를 키우고 은지는 내 내면을 키웠다. “우리 서로 키웠네”하며 매일 자기 전 은지와 감사 인사를 나눈다.”

배 작가는 “은지를 만난 것도, 한국무용 진학을 포기하고 지적장애 시설에 제 발로 찾아 들어간 것도 결핍했기 때문이다. 결핍의 모양은 다 다르지만, 결핍과 결핍이 만났을 때 비로소 알아보는 것 같다”며 결핍이 인생의 동기 부여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결핍을 세상으로 꺼낸 것이 바로 ‘글’이다. 지적장애 시설에 있으며 시스템대로 돌아가는 시설 속 아이들을 글로 기록했고, <중앙일보>에서 은지와의 ‘색다른 동거’를 소개했다.

“가정위탁제도를 알리려는 취지로 글을 연재했는데 악플을 많이 받았다. 역시나 위탁 가정에 대한 인지나 이해가 부족해서다. 나도 몰랐으면 그런 말을 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알려야 된다. 사람들이 입을 열지 않아 가정위탁제도가 알려지지 않았고, 알려지지 않아 함께 협력하려는 이들의 마음조차 사지 못한다. 모두가 위탁 부모가 될 수는 없지만, 위탁 언니도, 위탁 이모도, 위탁 삼촌도 될 수 있다. 옛날 동네 어른들이 자기 자식처럼 아이들을 챙겼던 그때 그 시절처럼 말이다.”

“사랑은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거야.”, 그가 위탁 엄마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게 해준 책 <어린 왕자>의 한 구절처럼, 그는 책을 통해 다른 위탁 부모에 응원과 용기를 전해주고 싶다.

“위탁 엄마들을 존경한다. 무겁지만 거뜬히 이겨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위탁 엄마들은 편견의 시선으로 자기 아이들 사진도 잘 공개하지 못한다. 나 또한 그랬다. 우리가 이겨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동시에 위탁 엄마들은 우리 품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이겨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배 작가는 “위탁이 사실은 일시적이고, 동거인 신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적지만, 할 수 있는 그 시간에 최선을 다했기에 행여나 위탁이 종결되더라도 그 시간을 후회 없이 살았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하다”며 “마음이 회복된다면 다시 한 아이를 맡아 가족의 사랑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이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은지가 떠날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늘 최선을 다하고 기록할 것이다. 내 말과 생각은 흩어지고 잊힐 수 있지만, 기록은 한 권의 책으로 묶여서 도서관에 꽂히고 누군가의 손에 잡힐 수 있다. 우리의 역사를 남기기 위해 계속 위탁 가정 이야기를 쓸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가정위탁의 날이 매년 5월 22일에 있다. 이날을 겨냥해 두 번째 책을 출간하려 한다. 이 책에서는 위탁 부모 열 사람의 삶을 그린다. 이렇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돌을 던지다 보면 한 줄기 빛처럼 방향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바위를 깨진 못해도 바위를 감쌀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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