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동철                            제주일보 편집부국장​​          ​​​​​무역학과 93학번
좌동철                            제주일보 편집부국장​​          ​​​​​무역학과 93학번

필자가 제주대학교에 재학했던 시절 해양과학대학에 다녔던 친구들이 부러웠던 이유가 있었다.

다른 단과대학과 달리 해양과학대학은 장학금 혜택이 좋았고, 학부생이 여러 연구과제에 참여해 취업에 유리했다. 또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다양한 길도 열려 있었다.

당시 해양과학대학 졸업생들은 건설ㆍ토목ㆍ환경 분야는 물론 해상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관ㆍ기업에 다수가 취업했다. 남들이 부러워했던 한국전력 계열사인 한국남부발전ㆍ한국중부발전에도 입사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던 친구들은 대학원에 진학했고, 해외 유학의 기회도 얻었다.

이처럼 해양과학대학에 파격적인 혜택이 제공된 배경에는 당시 교육부가 역점적으로 시행했던 BK21(두뇌한국2ㆍBrain Korea21) 국책 사업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 대비, 연간 2000억원씩 총 1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교육개혁 일환으로 BK21 사업을 진행했다.

BK21은 대학원생은 물론 학생들의 학업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연구 장학금과 신진 연구 인력 인건비 등을 지원했던 대표적인 지역 인재 양성 사업이었다.

당시 BK21 ‘핵심 분야’에 참여한 석ㆍ박사 과정 학생에게 각각 40만원, 60만원을, 박사 후 과정 학생에게는 150만원의 연구 장학금이 지급됐다.

제주대학교는 해상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BK21 사업의 또 다른 수혜로 학생들에게 장ㆍ단기 해외 연수와 취업 연계 산학협력 교육과정이 활발히 진행됐다. 과거에도 그렇지만 풍력ㆍ태양광ㆍ수소 등 청정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산업은 미래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청정 자연환경을 보유한 제주지역에서 청정에너지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핵심 인재 육성이 필수적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대학교가 공동으로 시행하는 지역혁신사업(RISㆍ지역혁신 플랫폼)이 내년부터 추진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이 사업은 위기에 놓인 지역대에서 미래 신산업을 육성할 융ㆍ복합 전공 학과를 개설, 청년들의 취업ㆍ창업을 유도하고 지역에서 배출된 인재가 그 지방에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해당 국책 사업에 선정되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국비 1500억원, 지방비 645억원 등 총 214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사업을 수행할 기관은 제주대학교다. 

제주도는 내년도 국비 300억원을 지원해 줄 것을 교육부와 국회에 요청했다. 제주도는 지역혁신 플랫폼 구축을 위해 제주대학교에서 개설할 학과와 연구 분야로 △스마트관광(체험형 콘텐츠) △그린에너지(전기차충전서비스 특구 연계) △청정바이오(청정 자원을 활용한 화장품ㆍ식품) △친환경 미래에너지(수소ㆍ태양열ㆍ풍력) 등을 꼽았다.

우선 이 사업에 선정되면 지역혁신 플랫폼 심의ㆍ의결기구인 ‘지역협업위원회’가 꾸려지고, 사업과 조직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총괄운영센터’가 구성된다. 제주대학교에는 ‘대학교육혁신본부’가 갖춰져 융ㆍ복합 학과 개설에 따른 교육혁신 방향과 성과를 점검하게 된다.

지역혁신 플랫폼은 이미 2020년 광주ㆍ경남ㆍ전남ㆍ충북 등 4개 시ㆍ도에 이어 지난해 대전ㆍ세종ㆍ울산ㆍ충남이 가세해 현재 8개 시ㆍ도에서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지역혁신기관 간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지난 2년간 총 2790억원의 국비가 투입됐다.

교육부가 제시한 사례를 보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꿈꾸는 대학생은 대학에서 해당 전공과정을 이수하고, 관련 기업과 연구소와 연계한 현장 실습에 참여하게 된다.

이를 뒷받침할 교육 혁신을 보면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소유한 시설, 기업이 갖고 있는 실험ㆍ실습ㆍ산업시설에서 현장 중심의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교 밖 이동수업의 범위를 다양화했다.

또한 다른 대학에서 수강한 학점을 원 소속 대학의 졸업 학점으로 인정하는 범위도 현행 2분의 1이내에서 4분의 3이내로 확대됐다.

충북의 경우 생명건강(바이오헬스) 분야의 겸임교원을 채용하는 경우 학기 단위 임용 또는 특별채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제주도는 지역혁신 플랫폼의 첫 단추를 꿸 수 있도록 내년도 국비 300억원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면 제주대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지역혁신 플랫폼을 수행할 지역협업위원회가 구성되면 지역 인재와 미래 신산업을 육성할 핵심 분야가 선정된다. 

제주대학교가 지역혁신사업(RISㆍ지역혁신 플랫폼)에 선정될 수 있도록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의 관심과 지원은 물론 도민사회의 응원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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