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70주년을 맞은 국립 제주대 곳곳에서 치열하게 펼쳐졌던 학생자치기구 총선거가 마무리됐다. 특히 4년 만에 경선으로 진행된 총학 선거는 학교 밖에서도 관심거리였다. 외부자이지만 동문으로서 선거공약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당선된 어울림 총학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총학, 소통하는 총학, 행동하는 총학이란 포부를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시험기간 2주간 주차비용 할인 등 학생들을 위한 체감형 공약에서부터 총학 집행부 공개 모집과 월별 활동 브리핑과 4·3연대국 신설 등을 제시했다.

80년대 중반 총학생회 직선제 부활과 함께 87년 6월 항쟁의 주도적 역할을 한 제대총학은 대학사회의 요구만이 아닌 민주화운동으로 상징되는 시대과제를 수행하는 역할이 컸다. 총학을 중심으로 한 선배들은 감옥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탄압을 두려워하지 않고 4·3운동 포문을 열었다. 90년대 총학은 주로 ‘생활, 학문, 투쟁의 공동체’라는 슬로건을 들고 학생자치기구의 상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역현안인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운동에 선봉에 섰다. 2000년대 이후 총학은 일반화활 수는 없지만 대학 내 다양한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해왔다.

개인적으로는 90년대 내내 총학 산하기구인 교지와 단대학생회와 총학생회 일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정권은 제대총학 사무실까지 난입하는 등 학생자치기구를 탄압했다. 90년대 중반에는 대학본부에서 오후 6시 이후 대학 내 모든 건물에 출입통제 방침을 밝히자 학생자치권 확보를 위해 학생들과 힘을 모아 철폐시켰던 기억도 있다. 등록금 인하 투쟁을 비롯한 학원자주화 운동, 총장선거 학생 참여 보장운동도 90년대 제대총학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총학을 하면서 기억나는 일이 또 있다. ‘경대’와 ‘중도’로 가는 길은 소위 동산길이다. 눈이 쌓이면 아름다운 캠퍼스 정경이 된다. 그러나 정작 보행은 쉽지 않다. 겨울방학 동안 이른 아침 도서관으로 향하던 학생들을 위해 학생회가 나서 새벽 눈길을 미리 치우던 일이 떠오른다.

1만 아라를 위한 자치기구인 제대 총학생회의 역할은 대학을 넘어 지역사회에서도 소중하다. 대학의 문제는 종종 학내 문제가 아닌 경우가 있다. 지금 실시되고 있는 제주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지원도 당시 총학과 시민사회, 진보정당이 힘을 모은 결과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비롯한 청년 정책 역시 대학만의 힘으로는 해법을 찾기 쉽지 않아 지방정부가 힘을 보태고 있다. 21년 ‘물결총학’, 22년 ‘우리총학’과 시민사회의 연대 속에 대학본부, 인문대의 지원으로 양용찬 열사에 대한 명예졸업장 수여와 열사가 다니던 인문대 앞에 작은 추모비도 세울 수 있었다. 4·3항쟁의 진실을 찾기 위한 총학과의 다양한 연대활동이 있었다.

학생들 위해 새벽 도서관 가는 눈 길을 치우던 마음으로 총학이 학내 자치기구의 역할을 다해줄 것을 기대한다. 나아가 지역사회와 호흡해 왔던 발걸음이 23년 ‘어울림총학’에서도 풍성하게 이어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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