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사회학과 2
김동현 사회학과 2

오늘도 어제와 같았다. 계속 같은 자리를 도는 시계바늘처럼, 앞을 향해 달려가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돌고 있는 느낌이 들 때,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불안할 때가 있다.

초등학생 시절 장래희망을 적는 칸에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나 내 꿈은 대통령에서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나라를 지켜주는 군인을 보곤 대통령에서 선생님으로, 선생님에서 군인으로, 매순간은 내 꿈이 됐고  유년시절의 나는 꿈을 말하는데 막힘이 없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자 꿈은 그저 꾸는 것만이 아닌 좇아야 하는 것이 됐다. 뜬 구름 같던 내 꿈은 까마득하게 멀어져 손을 뻗을 수조차 없었다. 어느 순간 무겁게 눌려오는 무게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어서 꿈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 나는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한번 발을 떼면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서 고민을 반복했다. 그러나 고민하는 도중에도 먼저 꿈을 좇아 달려가는 사람들이 보여서 뚜렷한 목표도 없이 일단 달렸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가면서 어디까지 왔는지 문득 뒤를 돌아봤을 때, 그 뒤는 회색빛의 안개로 뒤덮여 보여서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무엇을 위해 달려왔는지 알 수 없었다. 모두 각자 자기만의 개성이 담겨있는 그림을 그려가고 있었고, 지금까지 내 그림도 다채롭게 채색돼있는 줄 알았지만 손에 들려있는 팔레트에는 칙칙한 회색뿐이었을 때 큰 절망을 느꼈다.

꿈을 향해 미래를 계획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커다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성공한 사람들의 캔버스에는 여러 색들이 조화를 이뤄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지만 내 팔레트에는 칙칙한 회색밖에 없어서 내 그림도 회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술시간에 물감을 사용해봤다면 알 수 있듯이 팔레트에 회색밖에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캔버스에 다채로운 색들이 가득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그저 쳇바퀴 돌 듯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것 같지만 우리는 매 순간 각기 다른 분위기 속에서 살았고, 분위기는 하나의 강렬한 색이 돼 내 그림을 이루고 있다.

회색뿐인 팔레트를 손에 들고 좌절하는 사람들을 위해 하루에 느꼈던 여러 분위기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에 대해 자신만의 기록을 적어봤으면 좋겠다. 기뻤던, 우울했던 혹은 부끄러워서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어떠한 순간이든 강렬한 색의 물감이 돼서 당신의 캔버스 안에 다채로운 꿈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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