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조수웅덩이/ 임형묵 / 깅이와 바당 / 2014

제주 BOOK카페  < 23 >

어렸을 때 조수웅덩이에서 놀았다. 그곳이 조수웅덩이인 줄 몰랐다. 그때 자주 봤던 물고기가 범돔과 베도라치라는 걸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범돔은 호랑이 무늬를 지니고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범돔을 보면 남태평양 바닷속이 떠올라 범돔 따라 꿈꾸듯 잠수를 하곤 했다.

바위게가 나타나면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바위게는 바위 틈 사이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어린 우리는 고사리손을 집어넣었다. 서로 바둥대며 옥신각신 줄달음질을 했다. 옆으로 기어가는 게가 재미있어서 우리도 따라 흉내 내며 웃었다. 

어른들은 바닷게를 통칭해 똥깅이라 불렀다. 친구 중에는 똥깅이와 돌킹이가 있었다. 둘 다 키가 작고 게처럼 딴딴해 보이면서 동작이 재빠른 녀석들이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보말이 밤고둥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화북 바당에서 유년의 여름을 보낸 나는 엄마랑 보말을 한 양푼이 잡았다. 엄마가 삶은 보말을 바늘로 찔러 먹었다. 그러면 조개무지처럼 보말 껍데기가 수북했다. 엄마는 그 보말 껍데기를 화분에 비료처럼 뿌리기도 했다.

이 책을 만든 임형묵은 제주도로 이주해 조수웅덩이의 매력에 빠져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남원리 어느 구옥에서 진행한 영화 상영회를 보러 간 적 있다. 그 작은 세계가 우주처럼 넓고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게 경이로웠다. 

조수웅덩이는 조간대를 말한다. 조간대는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부분으로 밀물과 썰물에 의해 형성이 되는데 작은 생명들에게는 포식자가 적어 안전한 피난처가 된다. 그 넓이는 손바닥보다 작은 것부터 수영장 만한 것까지 다양하다.

보목동 소천지는 백두산 천지를 닮아 소천지라 부른다. 맑은 날엔 물 위에 한라산이 투영되어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장소라고 한다. 그런데 이 조수웅덩이가 위기에 놓였다. 작년에 녹색연합 조사에 따르면, 제주 연안 조간대 전체의 갯녹음 현상이 ‘심각 단계’로 확인됐다. 푸르렀던 바다가 하얗게 변하고 있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원인을 분석해 맑은 바다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어렸을 때 아빠는 작살로 문어를 잡았다. 나도 아빠처럼 작살을 들고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당시 인기였던 ‘미래소년 코난’처럼 작살을 들고 바닷가를 달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푸른 바다 저 멀리 새 희망이 넘실거린다”라는 그 애니메이션 노랫말이 신기루처럼 될까 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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