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교육 주체 돼야
‘생각의 변화’는 성장 발판

전지적 제주 작가 시점 < 14 >

엄주명 작가
엄주명 작가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은 끝났다. 이제 수험생들은 12월 9일 성적표를 통해 12년간의 세월을 정산받을 예정이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게 될 것이다. 합격만이 성공이자 곧 승리일 테니까.

모두가 졸린 눈을 부릅뜨고 공부하던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써 내리던 고등학생이 있다. 현재 제주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는 엄주명 작가는 고등학생 시절,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 체제에 품은 불만을 책 《가르침과 배움이 없는 학교》에 담았다.

“순간순간이 괴로웠다. 이런 방식의 공부가 과연 도움이 되는지 의심이 들었다. 답답한 마음을 쓴 글을 학생 신문에 기고했을 때 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수시 포기한 줄 알았다고. 선생님들에게 밉보여 생활기록부가 안 좋게 적힐까 걱정한 것이다. 학생 스스로가.”

엄 작가는 학생이 주체여야 할 학교에서 교육자가 기준이자 중심이 되는 시스템을 지적했다. 학교가 입시의 수단으로 전락하며 을의 처지가 된 학생은 ‘잘’ 보여야 한다.

대학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지금 대학은 지식의 장보다도 취업을 위한 수단에 가깝다”며 대학의 기업화를 비판했다. 배움보다 수단으로의 기능이 큰 데는 변함이 없다.

그 때문인지 학교 교육을 향한 엄 작가의 관심은 유효하다. 그는 “입시 과정을 끝마치면 그 문제에 무뎌지기 마련이다. 정작 교육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과정을 한참 전에 보낸 사람들이다. 이 안건을 계속해서 끄집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당시 이 글을 썼던 것도 논의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회가 그토록 바라는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으로 그는 RDW(Read-Discuss-Write down)를 고안했다.  말 그대로 읽고, 토론하고, 쓰는 방식이다.

엄 작가는 “읽는 행위를 ‘입력’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지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입력이 전제되면 독해력과 이해력이 높아질 수 있는 것 같다. 읽기는 한국에서 잘 돼 있다. 교과서를 읽고 선생님 말씀을 듣는 등 입력은 잘 이뤄진다”며 “반면 사고가 요구되는 토론과 쓰기가 부족하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유치원 아이들을 보면 손들고 질문하기를 참 잘하지 않는가.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제재하고 압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내 생각을 표출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며 환경이 낳은 질문의 부재를 꼬집었다.

엄 작가는 “교육의 질 향상을 도모하려면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함께 힘써야 한다. 교육자는 학생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하고, 피교육자 차원에서 학생은 ‘배우려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배우려는 마음가짐은 ‘좋은’ 교육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 기약 없는 기다림임을 알면서 멍만 때릴 수 없는 노릇이다. 학교가 변하지 않는다면 내가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엄 작가는 “세상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은 세상의 틀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세상에 틀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정한 규칙과 규율이 존재하는 것 뿐”(<패러다임의 전환>)이라며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창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각의 변화’가 결국 나를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그는 관련 경험으로 책 출판 과정을 이야기했다. “책 출판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스펙이 아닌, 나를 위한 스펙이 된다. 책을 쓰려면 공부하고 싶지 않아도 할 수밖에 없다. 출판 과정에서 내가 가장 많이 배운다”

자가 출판 플랫폼 ‘부크크’로 책을 펴낸 엄 작가는 “부크크 사이트에 들어가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출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동아리를 운영해 아이들과 책을 만드는 등 연령대도 배경도 각양각색이다. 책을 ‘냄’에 의미를 두는 것만은 공통된다”며 책 출판의 진입장벽이 높지 않음을 설명했다.

그는 글쓰기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실제로 내 글을 자세히 들여다 볼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편한 마음으로 썼으면 좋겠다”며 “개인 SNS도 좋다. 어디서든 내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면 플랫폼은 중요치 않다”고 전했다.

아직 장래 희망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엄 작가는 어떤 일을 하든지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한다. 모호한 표현 속 글쓰기를 향한 그의 애정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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