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 속 5년만에 다시 찾아온 제주 비엔날레
가파도, 해양쓰레기 문제 꼬집어 작품 완성
기후 문제 인식하고 자연과 공존을 작품 모토로 제시

제주도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김수자 작가의 ‘호흡’.
제주도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김수자 작가의 ‘호흡’.

제3회 제주비엔날레가 11월 16일 개막으로 내년 2월 12일까지 진행된다. 행사는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제주국제평화센터, 삼성혈, 가파도 AiR, 미술관옆집 제주에서 관람 가능하다. 

제주 비엔날레는 제주틀별자치도가 주회하고 제주도립미술관이 주관하는 국제 미술 행사이다. 제주 비엔날레는 섬 지역의 지리적 조건과 특성에 따른 지역성을 예술적 가치로 재해석하고 동시대 현대미술을 논의하는 공론장으로서 마련됐다. 1995년 제주프레비엔날레를 시작으로 2017년 제1회 제주비엔날레, 2021년 제2회 제주비엔날레를 거쳐 올해 3회를 맞이했다. 코로나19로 제2회 제주 비엔날레가 취소되며 사실상 5년만에 개최된 셈이다. 

존폐위기 속 3회를 맞이한 2022 제주비엔날에는 그 해답은 자연과의 공생에서 찾았다.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을 주제로 자연이 주는 성찰을 예술로 표현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은 자연 안에서 모든 것이 상호 연결된 세계 공존 윤리와 관용을 함축하고 있다. ‘움직이는 달’은 자연과 물질의 시간과 사건의 생기를 담고 있으며 ‘다가서는 땅’은 자연의 무수한 상호작용을 물질의 호응이자 지평이란 뜻이다.

이번 제주 비엔날레에서는 현재 기후 위기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 지구적 공생을 향한 예술적 실천과 의지를 담아냈다. 특히나 제주지역에서 기후 및 다양한 생태 환경이 나타나는 만큼 제주가 자연 공동체 지구를 사유할 장소임을 강조했다. 

자연이 행사의 주요 주제인 만큼 자연과 예술이 함께 호흡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전시했다. 날씨에 영향을 받아 작품이 망가지는 것을 대비해 비바람으로부터 작품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반대의 방법을 택했다. 작품을 노출함으로써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역발상이다. 보통 실내 전시로 열리는 비엔날레와 다르게 실외, 실내 전시를 동시에 열며 진정으로 자연과 하나됨을 보여줬다. 

삼성혈에 설치된 신예선 작가의 ‘고치를 짓다’는 날씨에 따라 작품이 변하는 형태를 보인다. 600~700년 된 고목에 명주실을 붙여 삼성혈을 지켜온 나무들의 역사를 나타냈다. 수많은 명주실이 수백 년간의 시간을 나타낸 것이다. 햇빛이 쨍쨍할 때에는 명주실이 팽팽해지고 비가 오면 늘어진다. 그림자에 따라 빛깔이 달라기도 한다. 이렇듯 자연과 하나돼 작품이 그자체로 완성이 아닌, 자연과 미술로 하나의 작품을 만든 것이다. 

가파도에서는 섬 전체가 전시장으로 구성됐다. 영국 작가인 앤디 휴즈는 가파도 해변에 버려진 플라스틱 병을 통해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은 플라스틱 병을 아크릴 판에 프린트한 후 바닷가 근처 정차에 걸어둔 형태를 보였다. 아크릴 판이 동그랗게 투명해 마치 플라스틱 쓰레기를 통해 가파도 바다가 보이는 형상이 나타났다.

가파도에서 전시된 작품은 이뿐만이 아니다. 홍이현숙 작가의 ‘가파도로 온 것들’은 해안에 떠밀려온 쓰레기들을 글라스하우스 내부에 쌓아올린 작품이다. 홍이현숙 작가는 “작품을 관람하러 온 관광객들 혹은 도민분들이 쓰레기로 인한 악취가 난다며 민원을 넣기도 한다”며 “악취 역시 작품의 의도이다. 가파도에서 온 것들이 악취 나는 쓰레기라는 사실을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파도의 대부분 작품은 해양쓰레기 문제를 꼽았다. 가파도 청보리밭을 관람하기 위해 날마다 2~3천명의 방문객이 몰려들지만 정작 늘어나는 쓰레기 문제로 방문객 제한까지 언급된 상황이다. 청정제주의 상징인 가파도가 오히려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파도 내에서 전시된 작품들은 이러한 현 상황을 정확히 지적했다. 자연을 관람하기 위해 가파도로 온 방문객들이 오히려 자연을 파괴하는 역설적 문제와 딜레마를 집었다. 그들이 버린 쓰레기와 바다를 함께 보여주며 모순적인 작품을 선사했다. 

가파도 주민인 이승현(24)씨는 “해마다 방문객이 늘면서 쓰레기도 느는 것이 실감이 난다. 이 문제를 작품에서 정확히 집어주어 감상하면서 공감이 됐다”며 “자연을 위한 작품,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어 “작품을 관람하며 다들 작품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인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립미술관에서도 다양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제주도립미술관은 김기라 작가의 작품을 시작으로 김수자 작가, ‘알로라 & 칼자디아’ 작가, 강요배 작가, 최병훈 작가 등의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김수자 작가는 박투명 특수 필름을 사용해 미술관 중정 공간을 에워싼 공간을 만들었다. 작품 이름은 ‘호흡’으로 자연광이 필름을 통과하며 시간에 따라 다른 빛을 발산하는 매력이 나타난다. 빛은 작품내에서 한정되지 않고 작품 주위까지 물들이며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제주비엔날레를 감상한 조서진(경제학과 3)씨는 “이번 제주 비엔날레가 동에서 서를 아울러 제주 전체가 주는 자연적 효과를 확실히 보여준 것 같다”며 “단지 작품 혼자서 완성되는 작품이 아닌 자연과 하나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 자연과의 공존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제주현대미술관에서는 아티스트 콰욜라의 ‘프롬나드(Promenade)’, 황수연의 ‘큰머리 파도’ 등을 전시하며 자연이 주는 울림을 더해갔다. 

16개국이 참여하고 55개팀이 참가한 이번 제주비엔날레 감독은 박남희 교수가 맡았다. 박남희 예술감독은 “제주 비엔날레는 베주의 정체성을 담고 예술 담론의 터전을 만들어내는 비엔날에의 순기능 수행을 목표로 했다”며 “최대한 환경에 유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시를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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