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심심한’이라는 단어가 화제가 되었었다. 심심한 사과에서의 ‘심심한’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이 아니라 ‘매우 깊고 간절한’이라는 의미이지만 많은 이들이 의미를 잘못 이해하여 논란이 커졌었다.

이와 유사하게 ‘금일’을 금요일로, ‘사흘’을 4일로, ‘고지식’을 고(高)지식으로 오독하는 사례도 흔하다. 1년 전 강의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설문 내용 중 ‘기성세대’의 뜻을 몰라 따로 질문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러니 학교 현장에서 교과 개념이나 난이도 이전에 단어의 뜻을 몰라 교과서를 올바로 읽지 못하고 시험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이야기가 수긍이 된다. 

문해력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통계가 있다. 교육부의 ‘2021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및 대응 전략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어 과목에서 보통 학력 이상인 고2 학생 비율이 77.5%에서 64.3%로 현저히 감소하였다.

확연히 떨어진 문해력의 원인을 누군가는 코로나19 시대의 특수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인쇄매체보다 영상매체에 익숙한 현세대의 특성을 들기도 한다. 얼핏 온라인에서의 짤막한 영상에 익숙하고 단문 형태의 SNS에 능숙한 세대라 긴 호흡의 문장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법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독서량의 부족에서 찾아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종이책 독서율은 2017년 60%에서 2021년 41%로 크게 줄었다.

더군다나 청소년들의 경우 입시에 매몰돼 시험용 요약본 위주의 독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시험용이 아닌 서적에 대한 독서는 시간 낭비로 인식되기도 한다. 

독서의 중요성을 말하는 잠언들은 수없이 많다. ‘모든 책은 빛이다. 다만 그 빛의 밝기는 읽는 사람이 발견하는 만큼 밝아질 수 있다.’ 대학에서 독서법을 강의하며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어도 충분’하다고 설파한 모티머 애들러의 말이다.

우리의 청춘들이 책에서 빛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어둡고 우울한 시절 너덜너덜하도록 읽어 손때가 잔뜩 낀 몇 권의 책이 내 청춘의 찬란한 빛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삶에 치어 여유를 잃고 흐릿한 목표 앞에서 헤맬 때, 사그라들었던 그 빛이 내 안에서 따뜻한 손길로 다독여준다.

아마도 우리가 독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나를 단단히 채우기 위함이 아닐까. 어렵고 힘든 시기를 이겨낼 따스함, 그 시기를 견뎌내고 지탱할 빛을 찾기 위함이 아닐까.

이 유난히 긴 겨울의 끝자락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바라건대 여러분 각자 문해력을 떠나 삶의 빛을 찾는 자신만의 여정을 출발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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