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4ㆍ3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수형인 명부, 군ㆍ사법 재판기록, 미군정 문서

수형인 명부애는 4ㆍ3사건 당시 군사재판에 회부돼 징역형을 언도받은 2530명의 성명ㆍ나이ㆍ본적ㆍ형량ㆍ수형장소ㆍ이감기록이 적혀있다. 직업을 보면 농부와 어부, 학생을 비롯해 부녀자도 있었다.
수형인 명부애는 4ㆍ3사건 당시 군사재판에 회부돼 징역형을 언도받은 2530명의 성명ㆍ나이ㆍ본적ㆍ형량ㆍ수형장소ㆍ이감기록이 적혀있다. 직업을 보면 농부와 어부, 학생을 비롯해 부녀자도 있었다.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동의보감, 난중일기, 5ㆍ18민주화운동 기록물, 난중일기, 새마을운동 기록물, 한국의 유교책판,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조선통신사 기록물.’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 기록물 16건의 면면이다. 국제목록 기준으로 세계 5위이며, 아시아 국가 중 당당히 1위에 올랐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인정하고 부러워하는 ‘기록의 나라’가 아닐 수 없다.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려면 국경을 초월한 가치를 지녀야 한다.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소중한 기록물이어야 한다. 구텐베르크의 42행 성경,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 친필 초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세계적인 기록유산으로 안네 프랑크의 일기, 베토벤 교향곡 9번, 영화 오즈의 마법사 등 그림ㆍ악보ㆍ영화 등도 이름을 올렸다.

세계 냉전과 한반도 분단 속에 발생한 제주4ㆍ3사건은 70년이 넘도록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마을에 살면서도 보복과 원망이 아닌 화해와 상생으로 국가폭력을 극복, 전 세계 과거사 사건 중 모범적인 해결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제주 도민사회와 정부의 노력으로 제주4ㆍ3의 기록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진상 규명에 이어 국가 보상금 지급, 재심 재판을 통해 현재까지 1191명이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ㆍ3평화재단(이사장 고희범)은 4ㆍ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지난 2월 27일 신청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4ㆍ3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대상은 수형인 명부, 군ㆍ사법 재판기록, 미군정 및 군사고문단 보고문서, 희생자 및 유족 증언, 4ㆍ3피해신고서, 화해ㆍ상생 기록 등 모두 3만303건이다.

4ㆍ3기록물의 가치에 대해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4ㆍ3은 특정시점에 한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당대 세계의 이념과 냉전의 대결이었고, 화해와 상생의 극복 과정을 세계화ㆍ보편화ㆍ미래화하기 위한 중요한 공식 통로가 세계기록유산 등재”라고 밝혔다.

이처럼 4ㆍ3기록물은 국가폭력으로 인한 집단 희생의 아픔을 딛고 진실ㆍ화해ㆍ상생을 이뤄낸 역사의 기억이자 기록이다. 세계기록유산 등재 결정은 격년제로 홀수 해에 한다. 국가마다 2건 이내로 신청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오는 4월 말 후보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후보작은 유네스코 사무국에 제출된다.

유네스코는 1995년부터 ‘세계기록유산’ 사업을 시작했다. 인류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유산인데도 훼손되거나 영원히 사라질 위험에 있는 기록 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함이다.

세계기록유산의 원문은 ‘Memory of the World’이다. ‘세상의 기억’이란 뜻이다. 말 그대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물’이 지정된다. 서적, 문서, 편지, 그림, 사진, 영상 등 거의 모든 기록물이 포함된다.

세계기록유산은 해당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14명의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가 2년마다 선정한다. 위원회는 심의과정에서 기록물의 내용보다는 기록물 그 자체에 초점을 둔다.

아무리 훌룡한 내용이라도 당대에 써지지 않고 후대에 재 작성됐다면 기록유산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4ㆍ3기록물이 오는 4월 말 최종 후보로 뽑혀서 유네스코에 제출되면, 국제자문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오는 2025년 하반기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올해의 경우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10여 곳에서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여 경쟁이 예상된다.

산림청은 국토녹화 50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추진해온 산림녹화기록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삼국유사’와 ‘내방가사’, ‘태안 유류 피해극복 기록물’도 신청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제주도는 4ㆍ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전 국민 온라인 응원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응원 캠페인은 4ㆍ3종합정보시스템(peace43.jeju.go.kr)에 접속, 메시지를 작성하면 된다.

 

2003년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영모원에 세워진 위령비. 영모원은 4ㆍ3 당시 민간인 희생자와 군경 희생자의 신위를 함께 안치하면서 화해와 상생의 상징적 장소가 됐다.
2003년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영모원에 세워진 위령비. 영모원은 4ㆍ3 당시 민간인 희생자와 군경 희생자의 신위를 함께 안치하면서 화해와 상생의 상징적 장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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