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어진 취재보도부장
손어진 취재보도부장

2023년도 어김없이 새 학기가 밝았다. 몸에 깃든 관성에 버거워하며 등교하는 일상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나를 사랑하는 선택’으로 채우자고 결심했다. 작년 한 해는 친구 관계와 과제, 대외활동에 쫓겨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게 후회가 돼서다.

신나는 학교생활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신입생들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벌써부터 학생회관 게시판에는 동아리 홍보지가 나붙었고, 곳곳에 교내외 지원 사업 현수막이 펄럭인다. 학생회를 들어갔다거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는 친구들의 근황이 유독 크게 들리는 요즘이다.

이맘 때면 모두 한 마음으로 이른 봄처럼 설레는 기대와 고민을 시작한다. 새 학기에 걸맞는 새로운 선택,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까?

먼저는 선택의 기준을 잘 세워둬야 하겠다. 좋은 기준이 좋은 선택을 도출하기 때문이다. 선택을 해야 할 것만 같아서 하는, 선택을 위한 선택은 나를 소진시키기만 할 수도 있다.

갓 20살이 됐을 때 내 모습이 딱 그랬다. 다들 바쁘게 사니까 나도 ‘갓생’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NGO단체 대학생 봉사단, 아르바이트, 중ㆍ고등학생 멘토링, 밴드 동아리에 들었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더 많은 선택을 끼워 넣으려 애썼다. 만약 시간을 돌려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살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선택이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다.

나는 어떨 때 충만함을 느끼는지 생각해보자.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고 진로를 찾고 싶기도 할테다. 치열하게 고민하되 ‘나 자신을 사랑하는 선택’을 토대로 즐겁게 정하길 바란다.

어떤 선택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면 잠시 멈춰도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조급한 마음이 들 거다. 그 마음까지도 흘려 보내는 것이다. 바쁘기 때문에 가치있는 사람은 없다. 가만히 있어도 우리는 이미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면 좋겠다.

나를 사랑하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나를 알아가야 하는 법이다. 나를 알아야 내게 행복한 선택을 스스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바쁜 것보다 아침 시간이 여유로운 하루가 좋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화분에 물을 주는 루틴이 너무 소중하다. 사람을 만나는 건 좋지만 모르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것보다 친한 사람 소수와 만나는 게 더 만족스럽다. 개강파티나 술자리는 지양하고 친구들과 차 한 잔 두고 오랜 이야기를 나눠 본다. 이렇게 천천히 나를 알아갔다.

이번에 가인정도 받지 않은 동아리에 가입했다. 10명이서 투박하지만 값진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그렇다. 정말 친해지고 싶은 친구에게 다가가는 것처럼 매우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오늘은 나를 알아가 보는 게 어떨까. 그렇게 나를 사랑하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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