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개강 전, 충격적인 소식이 대학과 제주 사회를 덮쳤다. 제주대학교를 비롯한 도내 모든 대학이 수시ㆍ정시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대학들은 심상치 않은 불안감을 안고 3월을 시작했다.

2월에 대학들은 추가모집을 했다. 제주대는 입학정원의 6.2% 정도인 154명(정원 내 1명, 정원 외 153명)의 신입생을 충원해야 했다. 도내 다른 대학보다 비교적 나은 여건이라고 하지만, 위기에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잠시 유예된 것 뿐이다. 지금 드리운 먹구름은 앞으로 더욱 크고 짙어질 것이 분명하다. 걱정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원인은 명확하다. 밑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는 ‘출산율’이다. 대한민국의 저출산은 사회 문제를 넘어 ‘국가적 재앙’이라고 규정해도 무리가 아니다. 

오랜 시간, 정부와 지자체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수 조원의 예산을 들였지만 반등의 기미가 없다. 오히려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제주 또한 ‘저출산의 늪’에 서서히 잠식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 출생ㆍ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제주지역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0.92명으로, 2021년 0.95명보다 감소했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2022년 제주지역 출생아 수도 3600명으로 2021년 3728명 보다 128명 줄었다. 2015년 제주지역 출생아 수 5600명과 비교하면 7년 새 2000명이 줄었다.

제주에 들어오는 인구도 줄고 있다. 제주지역 전입 인구에서 전출 인구를 뺀 순유입 인구는 2016년 1만4632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내리막을 보이며 지난해는 3148명으로 줄었다.

저출산의 여파는 대학을 비롯한 유ㆍ초ㆍ중등 교육 기관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제주도내 어린이집 수는 451곳이다. 8년 전인 2015년 574곳과 비교해 123곳이 문을 닫았다. 

읍면지역 초등학교 학생 수도 갈수록 줄고 있다. 2023학년도 제주도내 초등학생 입학생은 전년도 대비 545명이 감소한 614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대로 가면 마을 학교 존립도 위태롭다.

도내 대학들 정원 미달은 거대한 재앙의 신호탄에 불과하다. 앞으로 피해가 어느 규모까지 커질지, 어디까지 확산될 지 가늠이 힘들다. 대책이 시급하지만 단기처방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막막하고 답답하다. 

흔히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나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구호다. 구호 안에 해결을 기다리는 현실 과제들이 수두룩하다. 

사회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해결의 물꼬를 만들 수 있다. 장기적인 공론과 노력,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 제주 사회 정책행정의 핵심 두뇌이자 공론장인 대학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대학을 중심으로 민ㆍ관이 상황의 엄중함을 객관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을 어느 때보다 긴밀히, 공고하게 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뒤로하고, 대학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만나야 한다. 그리고 진심을 다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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