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주 언론홍보학과 4
조승주 언론홍보학과 4

나는 4년 차 제주도민이다. 하지만 누군가 제주에 관해 묻는다면 제대로 답해줄 수 없다. 코로나19로 제주 문화를 제대로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에서야 정상적으로 개최되는 전통축제에 참여하며 비로소 진짜 제주도민이 된 것만 같다.

3월 9일부터 12일까지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열린 들불축제에 다녀왔다. 제주 들불축제는 가축 방목을 위해 마을별로 불을 놓았던 목축문화를 재현한 제주의 문화 축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우수 축제로 지정될 만큼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이번 들불축제는 특이하게도 ‘불’이 빠진 들불축제였다. 최근 건조한 날씨에 산불 발생 위험지수가 높아지면서 축제 기간 중 갑작스럽게 불과 관련된 행사들이 모두 취소됐기 때문이다.

축제 현장에서는 저마다 ‘불’이 빠진 들불 축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들불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가 빠지면 무슨 소용이냐”, “불이 빠졌으니 들축제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나도 아쉬운 건 마찬가지였다. 생전 처음으로 직관하는 들불축제에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불을 빼는 결정을 한 것이 이해되기도 했다.

들불축제는 산불 문제 이외에도 문제가 많았다. 축제가 열리기 전부터 들불축제에 반대하기도 하고, 아예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 1년에 1번 열리는 들불축제를 위해 10년에 걸쳐 만든 마라도 1/3 규모의 주차장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는 기후 위기인 현시대와 청정 자연을 내세우는 제주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주 들불축제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오랜 시간 이어져 왔던 들불축제를 기후 위기 시대에 발맞춰 폐지해야 할까? 문화ㆍ경제적 가치가 높은 들불축제를 보존해야 할까? 두 가지 모두 충족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즉, 환경도 고려하고 목축문화도 계승시키는 지속 가능한 들불축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제주 들불축제를 계기로 축제의 즐거움 이면에는 다양한 문제상황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축제에 반사적으로 즐거워하기보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생각해봐야 한다. 자연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문화ㆍ경제적 이익은 얼마나 될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후 올바른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제주를 위해 계속해서 고민해 나가야 한다. 우리에게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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