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ㆍ3을 왜곡하는 현수막이 도내 곳곳에 게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 4.3 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며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라는 내용으로 도민 사회가 분노로 들끓고 있지만, 4ㆍ3 왜곡 현수막을 마땅히 철거할 방법은 없다. 이 현수막들이  ‘정당 명의’로 게시됐기 때문이다. ‘옥외광고물법’ 제8조 제8항에 따르면 광고물 등의 설치에 있어 ‘정당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표시ㆍ설치하는 경우’는 현수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 정당법 37조 제2항은 정당이 특정 정당이나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지지ㆍ추천하거나 반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폭넓게 보장한다.

현행법상 통상적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경우 현수막을 설치한 정당ㆍ업체만 철거할 수 있어 해당 현수막은 그대로 게시돼 있다. 제주도가 해당 현수막 내용에 대해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를 요청하였으나 ‘통상적인 정당 활동’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따라 현수막 철거 등 행정적 조치 역시 요원해졌고, 무단으로 현수막을 훼손하거나 파손하는 경우 재물손괴의 책임을 져야 한다. 

도민의 정서는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4ㆍ3 특별법’의 내용을 부정하는 거짓 현수막을 단지 정당 현수막이라는 이유로 철거하지 못하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4ㆍ3 특별법’ 제13조는 ‘누구든지 공공연하게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제주 4ㆍ3사건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희생자,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 4ㆍ3 사건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4조 제1항은 ‘희생자와 유족은 제주 4ㆍ3 사건의 해결을 위한 진상규명, 명예회복 및 보상, 기념사업의 시행과 관련하여 의견을 제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민 사회의 비판과 분노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4ㆍ3희생자유족회는 22일 오후 성명을 내고 현수막 게시에 대해 “국가배상, 희생자 명예회복 등 정의로운 해결의 길로 접어든 4ㆍ3을 뒤흔들고, 구태의연한 왜곡행위를 하는 극우 망동에 우리 10만 유족은 제주도민과 함께 규탄하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킬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민 사회의 공분으로 실제 현수막에 대한 훼손 행위도 이어진다. 몇몇 마을은 마을회 차원에서 인근에 설치된 4ㆍ3 왜곡 현수막을 철거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고, 누군가에 의해 10여 개의 현수막이 날카로운 도구에 의해 찢기거나 사라졌다. 

왜곡 현수막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불신과 극단적 대립이다. 제주의 4월이 분열을 넘어서 화해와 상생의 계절이기를 바란다. 역사를 부정하는 반동의 조류를 넘어서 평화와 추모의 4월이기를 바란다. 온전히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일만으로도 제주의 4월은 무겁도록 버겁다. 지난 75년, 질곡의 세월을 살아온 제주의 4월에 대한 예의는 그 세월에 대한 존중이어야 한다. 4ㆍ3은 제주의 역사이고 우리의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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