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제주도민윈드오케스트라 창단연주회 개최
대중에게 익숙한 영화 주제곡부터 재즈 선보여
홍정도 음악감독 “단원 개인의 노력이 쌓아 만든 성과”

 3월 17일 아라뮤즈홀에서 제주도민윈드오케스트라가 갈고 닦은 연주 실력을 뽐내고 있다.
 3월 17일 아라뮤즈홀에서 제주도민윈드오케스트라가 갈고 닦은 연주 실력을 뽐내고 있다.

제주도민윈드오케스트라(이하 윈드오케스트라)가 3월 17일 아라뮤즈홀에서 창단연주회를 개최했다. 40여명의 도민이 선보이는 첫 번째 정기연주회다.

이날 연주회에서는 △Invicta △Encanto △Land of the Healing Waters △Music from the Motion Picture How To Train Your Dragon △Selections from Moana △The Lion King △Salute to American Jazz 등 영화 주제곡부터 재즈까지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곡들이 흘러나왔다.

음악감독 겸 지휘자 홍정도씨는 “이렇게 궂은 날씨에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며 “우리 오케스트라가 직장도 나이도 다양해 모이기가 어려웠지만 틈틈이 연습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오케스트라와 관객의 화합을 위해 연주 전 관객들에게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같이 불어서 더 좋으니까

홍정도 감독은 윈드오케스트라 창단 이전부터 제주여자중학교 오케스트라와 제주교원오케스트라에 있으며 여러 악단을 함께 이끌었다.

홍 감독은 “이미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제자들과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취미로 악기를 배우는 사람들이 모인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이 오갔다”며 윈드오케스트라 창단 계기를 설명했다. 작년 6월 SNS에 게시한 단원 모집 공고에 40명에 달하는 단원들이 각자의 꿈과 목표를 가지고 문을 두드렸다.

제주교원오케스트라부터 홍 감독과 함께한 현영희씨는 무릉초등학교 교감이자 오케스트라 악장이다. 현 악장은 “혼자서 악기 불 때와 오케스트라에서 합주할 때의 차이점이 분명하다”며 “혼자서 연습하면 나 혼자만 잘하면 되지만 합주할 때는 호흡이 중요하다. 하나가 돼 울리는 소리는 ‘함께’가 아니고서야 느낄 수 없는 희열을 가져다준다”고 합주의 매력을 강조했다.

고등학교 악단에서 테너 색소폰을 연주했던 강주현씨는 “교악대에 있을 때 같은 악기를 다루는 동료가 없어 늘 아쉬웠다”며 “여기 입단하고 강사 선생님들을 만나 더 배우고 전진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배경도 실력도 천차만별인 오케스트라

다 모인 단원의 모습은 관객에만 새로운 장면이 아니었다. 악단 전원이 모인 건 연주회가 시작한 오후 7시 30분이 처음이었다. 이는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춘 리허설 때도 마찬가지였다.

홍 감독은 “아무래도 제시간에 만날 수 없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2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나이도 천차만별인 데다 사는 곳도 다양해서 제 시간에 모일 수 없다. 연주회가 시작하고 겨우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회포를 풀었다. 완벽에 가까운 하모니를 보여줄 수 있었던 데는 보이지 않는 단원 한 명 한 명의 노력이 뒷받침했다.

“합주 시간에만 연습한다고 하모니가 완성되지 않아요. 스스로 시간을 할애해서 강사 선생님께 레슨도 받고 꾸준히 연습해야 하죠. 개인의 발전이 있어야 음을 따라갈 수 있거든요. 그게 곧 합주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합니다.” 현영희 악장은 일주일에 한 번 가지는 두 시간의 연습 시간 외에도 틈틈이 연습실을 찾은 개개인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라고 자부했다. 

홍 감독은 “음악에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부터 전공자까지 배경도 실력도 천차만별”이라며 “조금은 수준이 있는 곡을 연주하기 때문에 초보자는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이 좋다는 이유로 남아서 개인 지도를 받으시는 분도 계신다. 처음부터 합주에 참여할 수는 없어도 실력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충분히 합류 가능하다”고 밝혔다.

숨은 짧아도 고를 시간은 충분하니까

입으로 ‘부는’ 관악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윈드오케스트라는 연주할 수 있는 장르가 다양하지 않아 선곡의 폭이 좁다. 홍 감독은 “30%가 ‘윈드’를 위한 곡이었고, 나머지 70%는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곡들로 선정했다”며 선곡 비화를 털어놓았다. 말 그대로 ‘도민의, 도민을 위한, 도민에 의한’ 연주회다.

연주 중간마다 악단을 위한 홍 감독의 배려가 돋보였다. 그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무대를 빠져나가며 “팔을 움직이는 현악기와 달리 관악기는 바람을 불어야 해 입이 몹시 아프다. 단원들에게 쉬는 시간을 주려고 잠시 자리를 뜬다”고 설명했다.

“지휘자는 거둘 뿐”이라는 홍 감독의 말에 단원들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인다. “곡 선정부터 어떻게 단원들이 즐겁게 연습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고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열정을 다 느껴요. 감독님의 ‘열정’이라는 깃발이 있어 우리 단원들도 따라갈 수 있어요.”

현 악장은 “여러 악단에 있어봤지만, 연주회가 다가올수록 설렘을 느낀 악단은 이곳이 처음”이라며 “이전에는 긴장되고 떨려서 그저 연주회가 빨리 끝나길 바랐다면 이번에는 되레 기다려졌다. 같이 연주하는 단원들이 좋고, 합주할 때 소리가 좋아서 연습 과정부터 행복했다. 주변에 연주회 와 달라고 알린 것도 거의 처음”이라고 말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웃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강주현 단원은 땀 흘리는 연습실에서 웃음을 되찾았다. 그는 “연습 도중 우리가 피곤해할 때마다 홍 감독님이 넌지시 농담을 던지시곤 하는데 출처를 알 수 없는 그 유머가 정말 웃기다”며 연습 당시를 회상했다.

입단 조건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

현 악장은 “취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전문가는 못 해도 갈고닦아 쭉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관객들을 초대했을 때 부끄럽지 않은 팀이었으면 좋겠고, 내가 먼저 노력하고 동료들을 독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강 단원은 “하고자 하는 열정이 생기면 더 즐길 수 있다”며 “월회비가 5만원이지만 늘 50만원어치의 행복을 얻어가는 것 같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와서 이 행복을 같이 누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윈드오케스트라는 새로운 단원을 상시 모집하고 있다. 모집 대상은 만 18세 이상 제주도민이며, 모집 분야는 ▲목관악기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색소폰 ▲금관악기 △호른 △트럼펫 △트롬본 △유포늄 △튜바 등이다. 입단 문의는 사무국 010-9653-3440으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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