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일 푸른 숲. 하나의 나무는 하나의 바위 위에 뿌리를 내려 앉고 살아가고 있다. 돌무더기 위에 빼곡이 자라난 풀과 나무는 이 세상과 단절된 채 신비로운 향기를 내뿜는다. 자연이 탄생시킨 화산, 화산이 만들어낸 곶자왈, 이곳이 바로 자연의 보물이다.
 지난 23일 따뜻한 햇볕을 한 몸에 받으며 생태기행을 시작했다. 이번 생태기행은 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것으로 돌문화공원, 곶자왈, 반못, 용눈이 오름 순으로 진행됐으며, 40여명의 회원 및 시민들이 참가했다.
 기행의 해설을 맡은 현원학(자연해설모임)단장은 기행에 앞서 “제주에서 곶자왈은 무엇인가를 기행을 통해 알게 될 것”이라며 “이 곳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곶자왈은 제주도 방언으로 ‘돌 밭 위에 형성된 숲’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제주 동·서부지역 애월읍 납읍리, 안덕면 저지리, 조천읍 교래리 및 함덕리, 성산포 동거미 오름 일대에 분포해 있다.
 나무 덤불을 해치고 교래 곶자왈 안으로 들어서자 상록 활엽수로 둘러싸인 짙푸르고 울창한 자태를 드러낸다. 함께 이곳을 찾은 이들의 탄성이 절로 나온다. 4계절 상관없이 항상 습도 82%를 유지하고 있어 바위마다 이끼가 무성하고 2미터가 넘는 고사리도 자란다.
 4계절 푸르름을 잃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곶자왈 밑에 상당한 지하수가 함양돼 있기 때문이다. 이 일대는 태풍이 불어도 물이 고이지 않을 만큼 지하수 함양원이 풍부하다. 곶자왈에 살고 있는 희귀식물의 생태도 중요하지만 이 속으로 흐르는 지하수의 가치는 이보다 더 크다.
 제주 지형 특성상 지하수의 흐름이 빨라 적게는 30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동안 지하수를 함양할 수 있는 곶자왈의 중요성이 최근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여러종의 희귀식물이 분포해 있고 지하수 보존가치가 높은 이곳에 대한 생태계연구가 전무한 상태다. 때문에 지금까지 버려진 땅으로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특히 “제주 곳곳에 개발의 바람이 불면서 골프장 건설 계획이 한창 진행 중에 있으나 그 예정지들의 대부분이 곶자왈 주변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현단장은 언급하며 “곶자왈의 환경적·생태적 중요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곳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곶자왈의 용어조차 생소한가 하면, 희귀종의 생태적 가치에만 치중하기도 한다. 기행에 참가한 차은숙(제주시 노형동·30)씨는 “이번 기행을 통해 곶자왈 밑에 함양된 지하수의 가치를 알게 됐다”며 “방송매체 등을 통해 곶자왈을 접하게 되지만 지하수 문제보다는 희귀 멸종 식물의 보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실상 곶자왈의 보존가치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많은 사람들이 곶자왈의 중요성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가 절실히 필요한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에 현원학 단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곶자왈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치의 중요성이 높음을 알리기 위해 기행과 같은 프로그램을 하고 있지만, 이곳을 보고 느끼고 알고 간 여러분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답했다. 또 “우선적으로 국가에서 보존가치가 높은 곶자왈을 공유재산화 해, 국가차원에서 보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적인 예로 현재 도지사 후보들이 제각기 ‘골프장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곶자왈 보존의 길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미지의 땅, 곶자왈을 나와 용눈이 오름에 올랐다. 넓은 벌판에 아롱아롱 솟은 오름들이 장관을 이룬다. 오름 사이로 띠를 이룬 짙푸른 물결은 우리가 보존해야 하는 곶자왈들이다. 언제든 개발의 힘에 무너질지 모르는 곶자왈을 바라보면서, 개발 앞에 나약해짐이 부끄러웠다. 벌써 제주의 곶자왈 중 60%이상이 자취를 감췄다. 골프장이 잠식해 가는 제주의 땅을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이 무겁다.
  바위를 안고 살아가는 곶자왈. 이곳이 버려진 땅이 아닌, 제주의 허파가 되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의 인식부터 변화 시켜야 한다. 우리가 골프를 치며 여가를 즐기는 사이, 30년 후 후손들은 농약 절은 지하수로 목을 축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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