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는 내 주변에서 시작
기회는 용기로부터 시작돼

>> 제주대신문 선배 기자를 만나다

김명주 48기 / KBS 구성작가
김명주 48기 / KBS 구성작가

▶제주대신문 입사 동기는.

신입생이 된 첫 학기에 학교생활을 즐기지 못했다. 수업 시간에만 학교로 갔다가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했다. 

이렇게 아무런 재미없이 대학 생활을 하다 보니, 다른 학과인 중학교 동창에게서 너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니까 한번 학보사에 지원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기자 시절 일화는.

이은미라는 유명 가수가 제주에 콘서트를 왔던 적이 있다. 인지도가 있는 유명한 가수여서 만나고 싶었지만, 그저 대학생 기자의 신분인지라 큰 기대 없이 돌직구로 섭외를 요청했다. 콘서트를 주최한 곳에 연락을 하고, 매니저까지 거쳐서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승낙받았다. 그마저도 정말 신기했는데 인터뷰를 공연이 끝난 뒤 분장실에서 하게 됐다. 이은미 가수가 맨얼굴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인터뷰를 진행한 거다. 굉장히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주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때 인터뷰의 매력을 알게 된 것 같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계산하고 따지기 보다 무모할지라도 문을 두드리고 시도해 본다면, 기회는 분명 찾아온다.

▶학생 기자로 취재한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가 무엇인지.

그 당시 영화를 좋아했던지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영화를 선정해서 두 명의 기자가 각각의 시선으로 서로 다른 해석을 써보는 기사는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결과적으로는 정기 연재를 할 만큼 잘 되기도 했다. 언젠가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를 기사로 다뤘었다. 그 당시 ‘사랑과 결혼’이라는 교양 과목이 있었고, 여느 때처럼 그 강의를 들으러 간 그날이었다. 교수는 그 기사를 읽은 건지 두 기자가 그 영화에 대해 각각의 해석을 했는데 되게 흥미로웠다는 말에, 나는 놀랐었다. 내가 쓴 기사를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피드백 받는 게 난생처음이었다. 

과연 누가 이 글을 읽을까 싶었지만, 이게 어디선가 내가 예측하지 못할 상황에서 누군가가 읽고, 평가해 준다는 게 자극됐다.

▶학생기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내가 잘 쓸 수 있는 건 나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내가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이나,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인물에 대해 더 관심을 두고 고민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 당시에는 주변 일이 너무 뻔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는 내 주변에 있다. 작고 사소한 것들로부터 발견할 수 있는 가치가 분명히 있을 거고, 그걸 포착해 내야 한다. 그거야말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게 바로 학교 신문의 역할 같다

▶현재 하는 일을 소개한다면.

KBS 제주방송총국 구성작가로 일하고 있다. 편성제작국 교양 작가로, 지금은 교양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원고 작성, 구성과 기획은 물론이며 섭외도 작가의 몫이고, 때로는 자막도 뽑는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것, 혹은 앞으로의 계획이 있는지.

현재 정규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까지 같이 진행하고 있는 게 있다. <오 마이 가든>이라는 이름의 정원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다. 이 콘텐츠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위클리 정규 프로그램으로 출시했는데, 그 당시 시선이 곱지는 않았다. 그런 고생길을 자처하고 시작했다. 결국에는 잘 돼서 몇 년째 하고 있다. 그로부터 두 번째 가드닝 다큐를 냈고, 그 다음에 유튜브 채널도 런칭했고, 올해 세 번째 다큐를 준비 중에 있다. 제주도에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스쳐 지나갔던 제주의 좋은 점들을 새롭게 조명하는 게 지역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길인 것 같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